▲책꽂이
최종규/숲노래
이 자그마한 헌책집에 들어서기 앞서 언제나 숨을 고릅니다. 주머니를 들여다보며 살림돈이 얼마나 있는가를 살펴요. 오늘 어떤 책을 얼마나 만날는지 하나도 모릅니다만 '이 값을 넘어설 만큼 책을 쳐다보지 않기로 하자'고 다짐에 다짐을 거듭합니다.
자, 문을 엽니다. 책집지기 아재한테 꾸벅 절을 합니다. "어? 이게 누구야? 종규씨 아냐? 오랜만이네? 어쩐 일이야? 진주에 볼일이 있어서 왔나? 반갑네? 밥은 드셨소? 커피 한 잘 줄까?"
책집에 들어서자마자 책집지기가 진주말로 이모저모 물어보십니다. 저도 반가이 이모저모 이야기를 합니다. 오랜만에 찾아왔기에 책시렁부터 돌아보며 이 책 저 책 들여다볼라치면 "책은 늘 보실 텐데, 오랜만에 왔으면 이야기라도 좀 하고 책을 보시지?" 하는 핀잔도 한 마디 듣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이렇게 눈치라고는 없이 책만 바라보며 살아왔습니다.
자그마한 헌책집이기에 더 많은 책을 건사할 수 없지만, 자그마한 헌책집이기에 더 알뜰히 책을 살펴서 건사하기 마련입니다. 커다란 책집은 더 많은 책을 더 넉넉히 둔다면, 조그마한 책집은 더 알찬 책을 더 살뜰히 두어요.
<집안에 감춰진 수수께끼>(M. 일리인/박미옥 옮김, 연구사, 1990)이며 <근원이 깊은 나무례 마을의 천년역사 1>(김상조, 경상남도사편찬위원회, 1986)이며 <모택동의 바둑 병법>(스코트 부어만/김수배 옮김, 기획출판 김데스크, 1975)이라는 책을 손에 쥡니다. 1975년 저때에 중국 모택동이 바둑을 어떻게 두느냐 하는 책까지 한국말로 옮긴 적이 있군요. 저때에 저런 책이 나올 수도 있었네요. 바둑책이었기 때문일까요.
국민학교(서울 남산국민학교, 초등학교의 전신) 교장이던 분이 미국을 한동안 돌아보고 나서 느낀 바가 있기에 <어린이를 위한 미국 여행기>(김기서, 학문사, 1957)라는 책을 썼다고 합니다. 한국에는 없지만 앞으로 한국에 이런저런 것이 생기기 바란다는 뜻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여성, 최후의 식민지>(C.v.벨로프 외/강정숙 외 옮김, 한마당, 1987)를 손에 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