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중앙당사 회의실에서 진행된 토론회 모습
고준우
11월 11일 저녁 6시 반 정의당 중앙당사 회의실에서는 '조국 사태 이후, 정의당의 방향을 다시 묻는다'는 이름 아래 청년 당원들의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정의당 서울시당 학생위원회 노학연대 TF팀, 정의당 여성주의자 모임, 정의당 청년당원모임 모멘텀, 평등사회네트워크 102030모임, 정의당 내 의견그룹 민주적 사회주의자에서 한 명씩 토론자들로 참가했다. 또 박예휘 부대표, 강민진 대변인, 오병근 정의당 서울시당 청년위원장 역시 청년들의 의견을 청취하고자 토론회에 참석했다.
토론회는 김창인 민주적 사회주의자 대표의 사회 아래 2부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1부에서는 조국 사태에 대한 여러 청년 당원들의 평가가 이뤄졌고, 2부에서는 그 평가를 바탕으로 앞으로 정의당이 나아가야 할 구체적인 방향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1부에서는 정의당 안팎에서 논란이 불거졌던 조국 사태 당시 정의당의 행보에 대한 평가가 이뤄졌다. 조국 사태 당시 정의당 지도부는 조국 법무부장관 선임을 두둔하는 입장을 내면서 당 안팎의 공격을 받았다.
보수 우파로부터는 집권여당의 인선을 엄정하게 심사하던 정의당의 '데스노트'가 이제는 집권여당 눈치를 보며 장관 후보의 허물을 쉬쉬하는 '눈치노트'로 전락했다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정의당 안팎의 좌파로부터는 조국 사태를 둘러싸고 광화문 집회나 서초동 집회 그 어디에도 속할 수 없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 성소수자들, 정신장애인들과 같은 '투명인간들'에게 다가가는 데 실패했다는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정의당의 지지율은 조국 사태가 한창이던 9월을 지나며 당초 8~9%에서 6~7%로 약 1~2%p가량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토론회에 모인 토론자들과 청중들은 정의당의 조국 사태 당시 행보가 왜 실패할 수 없는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다.
행사에 참여한 청년 당원들은 대체로 조국 사태 당시 정의당의 행보는 잠재적 지지자들이 정의당에게 기대하고 있었던 바에 반하는 행보였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정의당에게 우호적인 사람들 중에는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면서 정의당에게 시혜적인 태도로 대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라는 거대 양당체제에서 대변될 수 없었던 대안적 정치세력, 특히 한국 사회에서 지금껏 충분히 주목받지 못한 노동자나 약자,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는 정당이 필요하다고 생각에 정의당을 지지하는 이들도 다수 존재한다.
그런데 조국 전 장관을 둘러싼 논란이나 조국 전 장관의 행보는 이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거액의 사모펀드 투자나 사학재단 운영은 꿈도 못 꾸는 서민들, '정신질환자'나 '불법체류자'로서 국가의 관리 객체로만 비칠 뿐 권리 주체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정신장애인과 이주민과 같은 약자들, 여전히 '사회적 합의' 운운하며 권리 보장의 후순위로 내몰리는 성소수자들에게 조국이 수행할 개혁에 대한 신뢰를 붕괴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곽명철 토론자(정의당 여성주의자 모임)는 "(이번 조국 사태에) 한국 사회 인간상의 기본값인 시스젠더-헤테로-중년-남성-아버지-가장으로서 공직자가 가져야 할 공적·윤리적 상을 떠나 가족의 이익과 안전에 복무하기 위해서라면 편법조차도 옹호되는" 가부장적 가족주의의 맥락이 있었으며, 이 틀 안에 포섭될 수 없는 여성들과 소수자들의 분노가 터져 나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