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티케어 서비스를 제공 중인 이종갑 매니저
박초롱
"사업이 어려워지면 다들 고생하죠. 저도 많이 힘들었습니다. 한 20년 사업체를 운영했는데 접으면서 아쉬움에 방황 많이 했습니다. 이제는 새로이 일하니 가족들이 더 좋아해요. 내가 손주가 4명이에요. 주머니 사정이 좀 어려웠다면 장난감을 사주는 거에 부담을 느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손주들한테 장난감 정도는 사줄 수 있으니까 행복하죠. 이놈들이 취향이 달라서 똑같은 건 안 가지려 해요. 꼭 4개를 사야 합니다. 요즈음 아이들 장난감 가격 장난이 아닙니다 (웃음)."
이 매니저는 사업을 접은 후 한국방송통신대학 중어중문학과에 진학했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지만 재미가 붙으면서 실력도 빠르게 좋아져 번역 일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포티케어 매니저 공고를 보게 되었고 '공항이니까 어쩌면 중국어를 사용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 수도 있겠다'라는 마음으로 지원했다. 실제로 그는 김포공항을 이용하는 중국인들에게 서비스를 권하고, 전동카트에 중국어로 '무료'라는 글을 인쇄해 붙여놓기도 했다. 그는 "번역일도 재미는 있었지만 요즘은 번역단가가 워낙 떨어져서 하루 이틀을 번역에 꼬박 쏟아도 몇만 원 정도 밖에 벌 수가 없었다"며 "지금의 업무는 경제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중국인 이용객들과 소소한 수다를 떨기도 한다. 때때로 대화가 끊겨 침묵이 흐르기도 하지만 그렇게 언어적으로 막혔던 날엔 전화로 대학 동문들에 문장표현이나 문법을 묻기도 한다.
"학교에 다니면서 친해진 조선족 친구들이 있는데 전화해서 중국어 표현을 물어보기도 해요. 외국인 이용객들과의 소통을 위해 중국어를 꾸준히 공부하고 있어요. 아직은 중국인 이용객들과 이야기가 매끄럽게 되는 정도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포티케어 매니저로 일하기 전과 후의 중국어 실력은 천지 차이예요."
동료들과 오랫동안 함께 일하는 것이 바람
이제는 민망함을 느낄 새도 없이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권하는 매니저들이지만, 가끔 거절의 대답조차 생략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 섭섭한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그는 "서비스 업무가 처음이다 보니 처음에는 좀 쭈뼛쭈뼛했는데 지금은 '해보자', '가보자'의 마인드로 웃으면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날은 서비스 이용객이 '여러 곳의 해외 공항을 가봤는데 대한민국만큼 이런 좋은 서비스를 하는 나라는 없다'며 칭찬을 해 우쭐하기도 했다. 이 매니저는 "공항에서 길을 잃고 싸워 분위기가 엄청나게 안 좋은 가족을 태운 적이 있었는데 아이가 전동카트를 타고 신이 나서 활짝 웃으니 부부가 급작스럽게 카트에서 화해하게 된 일이 있었다"며 "일하면서 누군가를 즐겁게 해 줄 수 있어 그런 날은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전엔 교통약자 등 소수에 대한 생각을 잘하지 못했었는데 포티케어 매니저로 일하며 교통약자를 가까이에서, 더 자주 만나게 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면서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고 있어요. 2년 차에 들어서다 보니 다들 자기가 할 일은 척척해서 어려움은 없습니다. 거창하게 인생계획이랄 것보다는, 앞으로도 할 수 있는 한 오래오래 지금 함께하는 사람들과 일하고 싶어요."
[포티케어 서비스]
① "정년 넘긴 시니어들의 활약...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하고 싶어" http://omn.kr/1lqw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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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65살, 가능한 오래 즐겁게 일하는 게 작은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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