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7일 울산언론발전시민모임이 주관한 영화 '삽질' 관객과의 대화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었다.
오마이뉴스
저는 9일 아침 3000번 좌석버스를 타고 강화도로 향했습니다. 하늘은 금세라도 눈이 쏟아져 내릴 듯 흐렸습니다. 이날 강화도의 하나뿐인 영화관 '작은 영화관'에서 <삽질>을 상영했습니다. 오마이뉴스 '꿈틀리 인생학교' 등이 마련한 자리입니다. 버스 안에서 노트북을 켠 것은 병보석으로 나와서 편하게 지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얼굴이 불현듯 떠올라서입니다.
대보건설이 준 5억 원뿐이었을까?
이날부터 그의 항소심 재판이 재개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추가 적용된 51억 원의 뇌물 혐의와 관련, 검찰이 미국 로펌 측에 요청했던 사실조회 결과가 도착한 데 따른 것입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에게 '4대강 삽질'에 대한 죄를 묻지는 않을 겁니다. 1심 재판부가 4대강사업과 관련된 뇌물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2018년 3월 신청한 구속영장에 다음과 같은 혐의 내용을 적시했습니다.
"피고인(이명박)은 2005. 10.경 및 그 이후로 대보그룹 회장 최등규가 운영하는 파주시 골프장을 방문하였고, 당시 최등규로부터 대운하 사업 참여 등 청탁을 받았음. AOO이 2007. 8.경 최등규에게 대선자금을 요구한 후, 김백준이 최등규로부터 2007. 9.~11.경 5회에 걸쳐 현금 1억 원씩 합계 5억 원을 받아 이병모에게 전달함. 최등규가 운영하는 대보건설은 2009~2010년 4대강 정비 사업에 참여하였고(합계 200억 원대 공사 4건 수주), 2012년경 골프장 증설도 성사됨."
유력 대선 후보였던 이명박 후보의 제1 공약인 대운하 사업에 참여하려고 돈을 들고 줄을 선 기업이 대보건설뿐이었을까요? 저는 검찰 공소장을 보고, 마침내 '4대강 삽질'의 심판이 시작됐다고 기대했습니다. MB가 4대강사업을 추진한 이유 중의 하나는 이런 검은 돈의 대가를 지불하기 위해서였다고 판단했습니다.
MB 정권은 2012년 7월 대보건설 임원 2명에게 석탑산업훈장을 주기도 했습니다. 대보건설에 사업권을 준 것도 모자라 4대강사업 유공자로도 치켜세웠던 겁니다. 하지만 2018년 10월 이명박 피고인에 대해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 원을 선고한 1심법원은 대보건설과 관련된 혐의에 대해 정치자금을 건넨 것은 인정했지만, "이명박 피고인이 자기 직무 권한을 이용해 영향력을 미쳤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증거가 없다"면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실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는 무죄일까요? 영화 <삽질>에 출연한 고 정두언 전 의원, MB 정권 집권의 1등 공신이었다가 이상득 의원과의 불화로 권력에서 밀려나면서 고초를 겪기도 했던 그는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증언했습니다.
"대선 때 후보 시절에는 기업들이 후원을 많이 하죠. 비공식적으로도. 법인은 공식적인 후원은 할 수가 없지. 그때 정치자금이 많이 필요했고 많이 들어오고 그랬을 때니까. 대보(건설) 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왔겠죠."
이 혐의의 공소시효는 아직 살아있습니다. 대보건설 측은 "1심 법원 판결에 따라 5억원을 준 것과 사업권을 따낸 것의 연관성은 없다"고 밝혔지만, 정두언 전 의원의 주장이 맞다면 대보건설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많은 금품을 이명박 측에 제공하고 4대강사업에 참여한 건설재벌들도 심판대에 올릴 수 있습니다.
"특수부는 당신 같은 피라미 잡는 데가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