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세종청사 앞에서 7일째 단식농성중인 김경배 씨.
김종술
현재 환경부와 국토부는 제2공항 전략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8월 23일 국토부가 제시했던 환경영향평가서에 법정보호종 서식지와 철새도래지 등의 문제가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보완을 요구했다. 비행기가 조류와 충돌할 위험성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국토부는 한 달여 만에 보완된 평가서를 제출했다.
김씨는 "철새들은 사시사철 날아오는 데 이를 불과 한 달 동안에 재조사해서 보고서를 보완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이라며 "이 보고서를 공개하지도 않고 환경부와 국토부가 밀실에서 논의한다는 것은 주민을 무시한 처사"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지난 6월 발표된 제주 제2공항 전략 환경영향평가 초안에는 예정부지와 그 인근에 법정보호종 서식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2월과 9월에 8일 동안 조사해서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양서파충류와 여름철새는 번식기인 초여름 장마철에 집중적으로 발견됩니다. 내가 단 며칠 만에 확인한 결과, 멸종위기 1급이자 천연기념물 송골매, 멸종위기 2급 맹꽁이, 천연기념물 두견새, 멸종위기 2급 황조롱이 등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법정보호종이 우리 집 인근에서 관찰됐습니다."
협상만료 시한은 10월 말에 보완을 요구한 지 40일이 되는 오는 12월 20일이다.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서의 재보완을 요구하거나 부동의 결정을 내리지 않고 협의 종료를 선언하면 국토부는 곧바로 제2공항건설 기본계획에 대한 확정고시 공고 절차에 들어간다. 사실상 제주 제2공항 건설이 기정사실로 되는 것이다.
김씨는 "최근 환경부 관계자들을 만났는데, '환경부가 부동의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나에게 설명했다"면서 "우리의 입장에서 봤을 때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제주 전 지역의 난개발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제가 사는 제주 동구와 성산지역만은 아직도 제주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면서 "관광객을 더 유치한다는 명분으로 이곳에 제2공항을 짓는다면 제주도는 관광객도 외면하는 불행한 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나라의 환경을 지켜야 하는 게 환경부 장관의 역할이기에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부동의해서 아름다운 제주를 지켜주시기를 바란다"면서 "공정과 정의를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 아래에서도 주민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막무가내로 제2공항을 추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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