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가 10월 23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와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이희훈
전대미문의 수사가 전대미문의 재판이 되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를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혐의로 '다시' 기소했다. 9월 6일 국회 인사청문회 밤에 법원에 접수했던 바로 그 사건이었다.
일주일 전인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송인권)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불허했다. 검찰이 ▲ 표창장 위조의 공범을 성명불상자에서 딸로 ▲ 범행일시와 장소는 2012년 9월 7일 동양대에서 2013년 6월 중순경 서울 자택으로 ▲ 범행수법도 동양대 총장 직인을 날인했다에서 아들 상장 스캔 후 직인을 오려냈다로 바꾼 것은 공소장 변경 허가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였다(관련 기사 :
정경심 재판부 "검사도 틀릴 수 있다고 생각 안 하나?").
검찰로선 추가기소가 고육지책이었다. 다만 재판부의 공소장 변경 불허 결정은 부당하므로 상급심에서도 다투겠다며 원래 공소도 포기하지 않았다.
앞으로 법원은 한 개의 표창장 위조 의혹을 두고 '2012년 9월 7일'과 '2013년 6월 중순경' 두 개의 공소사실을 각각 살펴본 뒤 유무죄 판단을 내려야 한다. 너무나 기이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없었던 재판
공소장 변경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추가기소로 재판을 진행하는 일은 흔하다. 하지만 한 개의 사건을 두고 검찰 스스로 기존 공소사실이 부정확하다며 공소장 변경 신청에 이어 추가기소까지 하면서, 앞선 공소를 유지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익명으로 취재에 응한 법조인들은 하나 같이 '처음 보는 일'이라고 말했다.
검찰 출신 A변호사는 18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공소장 변경 신청부터 "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3월이라고 썼는데 1월이어서, 혹은 진짜 1년을 착각할 수는 있고 범행사실이 여러 개면 헷갈릴 수도 있지만 1건일 때는 드물다"며 "한 개의 사건인데 (범행 일시가) 1년 가까이 다르면 동일한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법조인 B씨는 "관련 판례가 있을 리 없다, 너무 이례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의 표창장 위조는 한 개인데 일시와 장소를 달리 해서 또 기소하면... 이런 식으로 하면 (범행 시점을) 1년 뒤로 해서 계속 기소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법조인 C씨도 "처음에는 (1차 기소와 2차 기소가) 하나의 사건이라고 하고 싶었는데 (공소장 변경 허가가) 안 되니까 두 개라고 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평가했다.
이 상황이 그대로 2심으로 넘어가도 복잡하다.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다시 공소장 변경을 신청, 재판부가 받아들인다면 '2013년 6월 중순경 사문서위조'로 추가기소한 것은 이중기소라 공소가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 '공소장 변경 불허'라는 변수가 있었지만, 애초에 기소가 잘못됐다거나 검찰이 공소권을 남용했다는 비판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검찰의 '고집'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