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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영입인재 2호' 어머니의 당부 "세상에 효도해라"

'느낌표'에 중복장애인 어머니와 출연했던 원종건씨... 이베이코리아 사회공헌 기획 맡아와

등록 2019.12.29 15:20수정 2019.12.30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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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2호'인 원종건 씨가 29일 국회에서 하트를 만들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2호'인 원종건 씨가 29일 국회에서 하트를 만들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발레리나를 꿈꾸던 척수장애인 최혜영 강동대 교수를 '영입인재 1호'로 발탁했던 더불어민주당이 현재 이베이코리아 기업홍보팀에서 소셜임팩트를 맡고 있는 원종건(27)씨를 '영입인재 2호'로 영입했다. 

원종건씨는 지난 2005년 MBC 방송프로그램 '느낌표'의 '눈을 떠요' 코너에서 시청각 중복장애인 어머니(박진숙씨, 57세)와 함께 출연한 바 있다. 당시 어머니가 각막 기증을 받아 개안수술을 진행한 뒤 시력을 되찾자 원씨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됐다.

특히 심장 이상을 안고 태어난 여동생이 태어나자마자 스웨덴으로 입양되고, 아버지는 다음해에 간경화로 세상을 떠나고,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어머니와 함께 기초생활수급비로 살아가는 원씨의 사연이 시청자들을 울렸다.

원씨는 방송 이후 각계에서 전달된 후원 의사를 사양하고, 어머니와 함께 봉사활동 등을 펼쳤다. 어머니는 지금까지도 폐지를 주워 마련한 돈을 복지시설에 기부하고 있고, 원씨는 50차례 이상 헌혈했고, 사후 장기기증을 약속했다. 또한 '벙어리장갑'이라는 호칭을 '엄지장갑'으로 바꾸는 캠페인을 벌였고, 청각장애인과 수어통역사를 연결하는 앱을 개발하는 데 참여했다.

이러한 봉사활동을 인정받아 지난 2015년에는 '삼성행복대상 청소년상'을, 2016년에는 '서울시 청년상'과 정부가 주는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했다.

경희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한 이후에는 이베이코리아 사회공헌팀에 입사해 소외계층을 위한 공익 프로젝트를 기획해왔다. 현재 기업홍보팀의 소셜임팩트 담당으로 근무하면서 '장애인 인권과 처우개선'과 '소외계층 지원 강화' 등의 강연활동을 펼치고 있다.

"세상이 널 키웠어, 이제 니가 세상에 효도해라"


원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집도 없고 모아놓은 것도 없고 엊그제까지 그저 내일의 희망을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던 젊은이다"라며 "굳이 다른 점을 찾는다면 저와 제 어머니는 참으로 감사하게도 우리 사회로부터 받은 것이 참 많아 빚을 졌고 그걸 축복처럼 여기는, 운이 좋은 사람들이라는 점이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원씨는 "저와 어머니는 사회로부터 받은 사랑을 나누기 위해 나름 노력하며 살았다"라며 "장애를 가진 한 가난한 여성이 어린아이를 홀로 키우며 살아가기 쉽지 않았지만,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돕고 살 수 있다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큰 힘이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원씨는 "어머니께 정치를 하겠다고 말씀드렸더니 '밥은 먹을 수 있니?'라며 걱정하셨다"라고 전하면서 "굶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안정감인지 굶어보지 않는 분들은 잘 모른다"라고 토로했다.

원씨는 "그리고 저와 어머니, 그리고 우리가 아는 많은 분들은 아직도 굶지 않고, 쫓겨나지 않고 사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라며 "어머니께 그런 분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했더니 빙긋이 웃으며 '넌 엄마가 널 키운 줄 알지? 세상이 널 키웠어, 이제 니가 세상에 효도해라'라고 말씀하셨다"라고 어머니의 당부를 전했다.

'배추김치'만 고집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원씨는 "저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로부터 받은 사랑을 우리 이웃들에게 돌려드리기 위해 정치를 해보려 한다"라며 "큰 담론을 내세우거나 꼭 무엇을 해내겠다고 말씀드리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원씨는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정치'를 강조했다. 그는 "매년 겨울이면 주민자치센터에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김치를 나눠주는데 매년 한 가지 '배추김치'만 준다"라며 "배부른 투정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받는 사람을 한번만 더 생각하면 배추김치만 고집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원씨는 "갓김치, 파김치, 물김치, 어떤 김치를 좋아하는지? 김치를 보관할 곳은 충분한지? 한번 물어볼 수는 있지 않을까?"라며 "주기 전에 받는 사람에게 한 번만 더 관심을 가진다면 더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정치도 이와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입장이 되어서 조금 더 생각하고 조금 더 세심하게 배려하면 우리 정치는 많이 바뀔 것이다"라며 "양지보다는 그늘, 편한 사람보다는 힘든 사람들, 여유있는 사람들보다는 어려운 사람들, 한참 앞서가는 사람들보다는 뒤처진 사람들을 보다 따뜻하게 보듬는 일, 그것이 정치라고 생각한다"라고 정치에 관한 자신의 철학을 폈다.

"젊다는 것이 정치 시작의 장애물이 되어선 안돼"
 
a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2호'인 원종건 씨가 29일 국회에서 이해찬 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등과 함께 하트를 만들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2호'인 원종건 씨가 29일 국회에서 이해찬 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등과 함께 하트를 만들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또한 원씨는 "이런 정치를 하겠다고 하니 '젊은 애가 할 수 있겠어?'라고 말씀할지 모른다"라며 "도전이 젊음의 특권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젊다는 것이 정치를 시작하는 데 장애물이 되어선 안된다"라고 말했다.

원씨는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지만 저는 반대로 정치가 청년들에게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라며 "정치는 청년들 생각을 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이 왜 아픈지, 왜 분노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원하는지, 듣고 보고 느껴야 하는 것이 먼저"라며 "이 땅의 청년은 이미 소외계층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원씨는 "저는 이 땅의 청년들이 '때문에'라는 말 대신 '덕분에'라는 말을 하게 할 수 있는 정치를 꿈꾼다"라며 "정치 덕분에 가난에서 벗어났다, 정치 덕분에 학벌을 이겨냈다, 정치 덕분에 차별없는 세상에 가까워졌다, 아이들과 청년이 마음껏 꿈꿀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원씨는 "청년과 함께 아파하는 공감의 정치를 통해, 나이로 따지는 세대교체가 아니라 세심한 관심과 사랑으로 바꾸는 진정한 세대교체를 이루고 싶다"라며 "평범한 청년, 변화를 위한 평범한 용기, 평범함이 모여서 만드는 거대한 도전, 제가 시작해보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원종건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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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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