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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은 누가 지켜주나요?

2020년 미국소방 키워드, "소방관 암·심장질환 예방이 먼저다"

등록 2020.01.02 10:56수정 2020.01.0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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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 중 하나인 소방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젊은이들이 소방관을 희망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위험하지만 그 이상의 자부심과 명예가 뒤따르는 대단히 숭고하고 영광스러운 직업(대다수의 소방관들은 이를 소명이라고 부른다)이기 때문이다.

특히 '소방관의 천국'이라 불리는 미국에서 소방관의 위상은 상당하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이 재난으로부터 우뚝 설수 있던 중심에는 "사고현장에 제일 먼저 들어가서 가장 마지막에 나온다"라는 <First In, Last Out>의 정신으로 무장한 소방대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에 가장 충실한 나라 미국에서 누군가가 나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일만큼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소방관을 마주한 미국시민이라면 누구라도 기꺼이 "Thank you for your service(당신의 노고에 감사한다. – 필자 의역)"라며 감사의 인사말을 아끼지 않는다.

무려 3만여 개의 소방서가 있고, 소방대원의 숫자만도 100만 명이 훌쩍 넘는 미국소방은 인종, 성별, 언어 등을 아우르는 다양성이란 힘을 바탕으로 인명과 재산보호라는 공통의 가치를 추구한다.
 
 지난해 미국방화협회(NFPA)에서 배포한 *2017년 미국소방 프로필. (출처: 미국방화협회) *미국소방은 각각의 소방서가 통계에 참여하는 것이 자발적이며 통계자료 자체가 워낙 방대해 집계가 우리나라에 비해 늦는 편이다. (각주)
지난해 미국방화협회(NFPA)에서 배포한 *2017년 미국소방 프로필. (출처: 미국방화협회) *미국소방은 각각의 소방서가 통계에 참여하는 것이 자발적이며 통계자료 자체가 워낙 방대해 집계가 우리나라에 비해 늦는 편이다. (각주) 미국방화협회
최근 미국에서는 2020년을 맞아 소방관들이 주목해야 할 키워드 몇 가지를 공개했다.


첫 번째는 바로 '소방대원 암 예방(Cancer Prevention)'이다.

화재나 화학사고 현장은 벤젠, 포름알데히드, 일산화탄소 등과 같이 인체에 대단히 유해한 물질들로 가득 차 있다. 이중 상당수의 물질은 소방대원의 암을 유발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소방대원의 현장활동과 암 유발의 상관관계를 연구해 왔다.

대표적인 기관이 바로 '미 연방 소방국(USFA)'과 '국립산업안전보건원(National Institute for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이하 NIOSH)'이다.

NIOSH는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기관으로 1950년부터 2009년까지 시카고, 필라델피아,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에서 근무했던 약 3만여 명의 소방대원에 대해 암 발병 역학조사를 진행했는데 그 결과 소방대원은 일반인에 비해 9% 높은 암 진단율을 보이며 정상인에 비해 14% 높은 암 사망률을 보이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미국의 33개주에서는 소방대원의 현장활동과 암 유발이 상관관계가 있음을 인정하는 소위 '암 추정법(Firefighter Cancer Presumptive Law)'이 제정되어 있으며, 2018년 7월 7일에는 '소방관 암 등록법(Firefighter Registry Cancer Act of 2018)'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받아 발효된 바 있다.
 
 지난 2018년 7월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서명을 받아 발효된 '소방대원 암 등록법(Firefighter Cancer Registry Act of 2018)' 일부. (출처: congress.gov)
지난 2018년 7월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서명을 받아 발효된 '소방대원 암 등록법(Firefighter Cancer Registry Act of 2018)' 일부. (출처: congress.gov) Congress.gov
하지만 이런 다각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방대원들의 현장활동은 여전히 암으로부터 취약한 실정이다. 이런 이유로 소방대원들의 호흡기, 식도, 뇌, 전립선, 피부 등과 관련한 암 발병률이 최근 증가 추세에 있다.

때문에 국가차원에서의 소방대원 암 관리와 예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모든 소방대원들이 보다 더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두 번째 키워드는 '소방대원 심장질환(Cardiac Issues)' 예방이다. 격렬한 현장활동이나 훈련에서 비롯된 심장질환은 아무리 강한 체력으로 다져진 소방대원이라고 해도 예외는 없다.

미 연방 소방국(USFA)에서 배포한 '2018년 소방대원 순직보고서'를 보면 순직한 82명의 소방대원 중 무려 33명이 '심장질환(Heart Attack)'으로 사망했다.
 
 2018년 미국 소방대원 순직원인 분석표 (출처: 미 연방 소방국)
2018년 미국 소방대원 순직원인 분석표 (출처: 미 연방 소방국)미 연방 소방국
심장질환 또한 암과 함께 소방대원의 생명을 위협하는 요인인 만큼 단순히 몇 명이 사망했는지 통계를 집계하는 차원이 아닌 소방대원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포함한 보다 분명한 예방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미국방화협회 기준 1582(Standard on Comprehensive Occupational Medical Program for Fire Departments, 2018 Edition)'가 마련되어 있으며 이 기준이 일선 소방서에서 보다 더 활성화 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마지막 키워드는 복잡하고 다변화되어 가는 대형재난의 시대에 맞게 초급간부를 포함한 모든 소방대원에 대한 역량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경험, 기술, 교육, 그리고 자격요건(Credentialing)을 포함한다. 특히 재난을 총괄하는 현장 지휘관의 역량을 증가시키기 위한 자격기준 마련 등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이미 알려져 있어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내용을 2020년 키워드로 다시 선정한 미국은 역시 특별하다.      

올해 4월. 대한민국의 모든 소방관이 '국가직화'로 전환이 된다. 완전한 국가직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인사와 예산 일부에 대한 권한이 아직까지는 시·도지사에게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순차적인 변화와 발전을 통해서 다소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우리나라에 최적화된 안전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양질의 소방서비스는 건강하고 행복한 소방대원들로부터 비롯된다. 그만큼 인적 자원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를 맞아 우리 소방의 키워드는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 묻는다.
#이건 소방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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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학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칼럼니스트.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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