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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서 직장갑질이 사라지지 않는 세 가지 이유

숙련형성 개인화, 가부장제 구조, 외주화 확대 등 해결 과제

등록 2020.01.08 09:54수정 2020.01.0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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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금융노조,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라져야 할 일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배경을 파악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원인을 해결하려 노력했으나 아직 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굴레는 더욱 공고해졌을 것이다.

콜센터에서 벌어지는 직장 갑질이 이런 경우다. 콜센터 갑질이나 욕설을 검색하면 최근 KBS, SBS의 보도부터 7~8년 전 기사까지 수십 건의 글을 찾을 수 있다. 모두 콜센터 노동자가 직장 상사 또는 고객에게 인감 존엄을 훼손당한 사례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하 사무금융노조)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이 지난해 7월부터 5개월간 실시한 '제2금융권 비정규직 실태조사'를 통해 만난 17명의 콜센터 노동자에게서도 다수의 직장 갑질 증언을 확보했다. 비정규직 콜센터 노동자들의 증언은 자리이동을 막아 화장실을 가지 못했다는 것부터 욕설, 성폭력, 전자감시, 무보수 초과노동, 휴가제한, 인사권 횡포 등 다양했다.

"관리자들이 수시로 고함을 질러요. 저희가 실수를 하면 발길질도 하고 손으로 때리려는 시늉도 해요. 제발 관리자만 착하면 여기에서 더 오래 근무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상품 판매 업무를 하는 하청 노동자)  

직장 갑질에 대한 증언은 이보다 훨씬 많다. 이 글에서는 이런 사례를 나열하기 보다는 '콜센터에서 갑질이 사라지지 않는 구조'에 대한 증언을 중심으로 실태조사 내용을 소개한다.

복잡해지는 업무, 교육 대신 괴롭힘으로

콜센터 갑질 구조화의 첫 번째 이유로는 노동의 숙련 향상을 개인에게 전가한 것을 들 수 있다. 업무 교육이나 능력 향상을 회사나 사회가 책임지지 않고 노동자에게만 그 책임을 지운다는 뜻이다.


콜센터 노동조건에 대한 선행 연구들은 이들을 '저숙련 서비스 노동자'로 표현하고 있다. 저숙련은 콜센터 취업을 위해 장기 교육이 필요하지 않은 점과 경력단절 여성의 입사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의미이다.

선행 연구와 달리 사무금융권 실태조사를 기반으로 보면 콜센터 노동자에 요구되는 숙련도는 크게 높아지고 있다. 콜센터는 2007년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 민간 부문에서 외주화가 크게 늘었다. 금융사는 사용한 지 2년이 지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보다는 업무 외주화를 택했다.


초기에 상담, 민원 업무에 국한하던 콜센터는 금융보험업의 경비 절감과 맞물려 신용관리, 위변조방지, 채권회수, 계약관리, 심사 등으로 확장했다. 비대면 전화 업무가 늘면서 기존보다 더 복잡한 업무를 콜센터 노동자가 수행하게 된 것이다.

"저희는 멀티가 돼야 해요. 계약관련 문의가 들어오면 제가 계약 담당이 아니어도 그 내용을 말해줘야 해요. 보상민원을 물어보면 보상 담당 직원이 아니어도 보상비를 제가 들어줘야 하고요. 결국에 다 하게 되요." (손해보험사에서 계약변경을 담당하는 무기계약직)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 활동가는 "기업의 업무를 전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면 콜 업무가 불가능하다"며 "최근에 만난 콜센터 분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 회사 상황에 더 능통한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콜센터 업무의 범주가 확대된 것과 달리 이에 대한 교육의 기회는 적다. 온라인 설문조사에 참여한 콜센터 노동자 112명 중 68명(60.7%)은 '업무에 대한 교육기회가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콜센터 하청업체 노동자는 "입사 후 일주일 정도 교육 받은 게 전부다. 그것도 원청에서 지원해 준 돈"이라고 말했다. 보험사 콜센터 노동자는 "와이(Y)잭이라고 신입이 오면 경력자가 신입이 하는 상담 내용을 같이 듣고 조언하는데 그게 교육의 전부"라고 얘기했다.

다시 말해 콜센터는 진입(취업) 기준은 낮지만 업무는 확장되면서 전문성에 대한 요구는 커지고 있다. 반면 사업을 발주하는 원청은 물론 도급 업체는 교육 비용(노동의 재생산) 지출에 소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진입과 실제 노동 간 숙련의 간극이 발생하는 것이다. 들어가기는 어렵지 않지만 일의 난이도는 높다는 뜻이다.

이런 부정합성을 대부분의 콜센터 업체는 교육 시간과 비용을 더 투자하기 보다는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으로 메우고 있다. 예를 들면 출근 전 시험 보기는 숙련을 개인화한 사례다. 일 처리가 느리다고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하는 것은 괴롭힘을 통해 숙련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의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체육계에서 선수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양상으로 볼 수 있다.

관리직은 남성, 콜센터 직원은 여성

콜센터 갑질의 두 번째 배경은 가부장제 구조를 들 수 있다. 현재 상당수의 콜센터가 남성을 채용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남성을 콜센터 직원으로 채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절대 다수가 여성으로 구성돼 있다.

이승윤 이화여대 교수의 '콜센터 하청노동자의 불안정한 고용관계와 사회보장제 경험에 대한 질적 연구'는 콜센터 및 텔레마케팅 서비스업 성별 종사자 수 추이를 분석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7만5765명이 해당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 중 5만8767명(77.6%)이 여성이었다. 사무금융노조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실시한 온라인 설문에 응답한 콜센터 노동자 112명 중에서는 6명을 제외한 106명(94.6%)이 성별을 여성이라고 답했다.

현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증언을 종합해도 다수의 콜센터는 정규직 관리직 남성과 그 밑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여성으로 구조화돼 있다.

"제가 처음 센터로 왔을 때 센터 실장(남성)이 대단한 권력을 가진 사람처럼 굴었어요. 학생 대 선생님 같은 그런 관계였습니다. 그 사람은 처음부터 저한테 반말을 했어요." (보험 계약 업무를 하는 여성 무기계약직)

"2~3년 전만 해도 신입 콜센터 직원들 중 예쁜 애들이 정규직 남성들의 회식 자리에 불려갔어요. (남성) 사이사이에 앉았죠." (심사 업무를 맡는 파견직)


이승윤 이화여대 교수는 "콜센터 등 사무금융권 비정규직은 남녀 임금격차, 직무 불평등, 고용 불안정성에 있어서의 격차, 숙련에 대한 평가 등 젠더 불평등 측면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주화 제한과 노동 기본권 보장을 위한 노력

콜센터 갑질의 세 번째 배경은 금융보험업의 외주화 확대를 꼽을 수 있다. 사무금융노조 소속 지부의 사업장인 A카드사의 경우 14개 하청업체에 콜센터 업무를 분할 발주하고 있다. 재계약에서 탈락하지 않으려는 하청업체 간의 경쟁이 콜센터 노동자에 전이되는 구조다. 콜센터의 실적인 일평균 콜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노동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카드사 노동조합 상근 간부는 "과거에는 하청업체가 열 개를 넘는 수준은 아니었다"며 "조합 모르게 회사에서 외주화한 업무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외주화 확대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A카드사의 2019년 10월 기준 간접고용(파견·용역·도급) 노동자는 2229명으로 정규직(2469명) 대비 90.3%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 100%를 넘는 곳도 많았다. B카드사의 간접고용은 1929명으로 정규직(733명) 대비 263.2%에 달했다. H캐피탈 역시 정규직은 650명인데 반해 간접고용은 800명(정규직 대비 123.1%)으로 더 많았다.

앞서 나열한 내용을 되짚으면 외주화 구조를 해결해야 콜센터의 노동 여건이 나아질 것이란 추론을 할 수 있다. 상황은 간단치 않다. A카드사가 14개 업체에 콜 업무를 나눠 발주할 만큼 외주화가 확대됐다면 반대급부로 콜센터 하청업체 역시 대형화했다. 한 콜센터 전문업체의 경우 20개 이상 기업의 콜센터 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업은 2018년 매출액 3246억 원, 영업이익 172억 원의 실적을 올린만큼 작은 기업이 아니다.

기업은 콜센터 외주화를 확대했고 이에 맞춰 하청업체의 규모는 커졌다. 콜센터 업무를 둘러싼 원·하청 구조는 거미줄처럼 촘촘해졌다. 어느 줄 하나를 끊어내기도 어렵지만 끊어낸다 해도 전체 산업구조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복합적 관점을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기본권 보장, 최저입찰제 금지 등 콜센터 하도급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원청 노동자들은 연대의 대상을 하청 노동자로 넓히는 것과 동시에 숙련의 사회화와 불안정성의 젠더화 해소에 주목해야 한다. 콜센터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노동조합도 필요하다. 차별이 굳어진 노동 속에서 오가는 목소리는 그 어느 누구도 달갑지 않다.
#콜센터 #비정규직 #노동 #노동조합 #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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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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