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기의 사슴돌 유적이 있는 '오시깅 으브르(Uushigin Uver)'

[몽골여행기] 사슴돌은 청동기시대로 시간을 되돌리는 고대유물

등록 2020.01.30 17:46수정 2020.01.3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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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므릉에서 홉스글로 가는 중간쯤에 있는 '오시깅 으브르(Uushigin Uver)'에는 몽골 사슴돌을 대표할만한 사슴돌 14기와 적석총들이 있다. 나열된 적석총 중에는 말 두개골을 묻어놓은 무덤이 있었다. 말 두개골이 동쪽을 향하고 있는 이유는 말을 관장하는 천체인 '방성(房星)'이 동쪽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방성'은 말의 수호신이다.
므릉에서 홉스글로 가는 중간쯤에 있는 '오시깅 으브르(Uushigin Uver)'에는 몽골 사슴돌을 대표할만한 사슴돌 14기와 적석총들이 있다. 나열된 적석총 중에는 말 두개골을 묻어놓은 무덤이 있었다. 말 두개골이 동쪽을 향하고 있는 이유는 말을 관장하는 천체인 '방성(房星)'이 동쪽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방성'은 말의 수호신이다. 오문수

        
므릉(Mörön)은 몽골 북부에 위치한 도시로 홉스글 주의 주도이며 몽골어로 "강"을 뜻한다. 몽골 북부의 교통 허브이자 문명의 중심지 므릉에는 공항과 레슬링 경기장이 있다.

조그마한 도시지만 공항이 있는 이유가 있다. 몽골의 도로 사정이 열악하고 울란바타르에서 홉스골까지의 거리가 만만치 않아 여행자들이 항공편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비록 발달이 덜 된 도시지만 병원, 박물관, 극장, 우체국뿐만 아니라 여러 학교와 유치원도 있다. 므릉은 2014년이래 울란바타르까지 연결된 포장도로가 있다.


청동기시대로 시간을 되돌리는 시간여행자 사슴돌

몽골여행을 다녀온 분들의 몽골에 대한 평가는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도 볼 게 없다"는 부류와 "다시 와보고 싶다"는 부류다.

아름다운 경치를 희망하며 몽골여행에 나선 전자는 "끝없이 펼쳐지는 대초원에서 풀뜯는 가축들 말고는 볼 게 없다"고 혹평할 수 있다. 반면, 역사와 문화에 관심있는 후자는 "한국인의 뿌리를 찾아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광활한 초원에 펼쳐진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라고 말할 수 있다.
    
 영하 30도에 가까운 새벽에 므릉 시내를 통과하는 말들의 갈기에 얼음이 얼어있어 마치 좀비말들이 걸어가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영하 30도에 가까운 새벽에 므릉 시내를 통과하는 말들의 갈기에 얼음이 얼어있어 마치 좀비말들이 걸어가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오문수
            
후자에 속한 필자가 작년 6월 한 달간 8천킬로미터의 동서횡단여행을 할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게 마을 입구에 세워진 수많은 돌무덤과 사슴돌이다. 마을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원형이나 사각형 돌무덤군은 적석총이다. 한 달 동안 본 적석총 숫자가 수백기에 달한다.

마을 규모가 크고 영웅의 흔적이 남아있는 적석총 앞에는 사슴돌이 세워져 있었다. 몽골 전역에서 발견되는 사슴돌은 청동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여행자'이다.

'사슴돌'은 돌 표면에 주로 사슴을 표현하기 때문에 고고학계에서는 20세기 초반부터 '사슴돌'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사슴돌은 선사시대 청동기 및 초기 철기시대 유목민들의 역사·예술·문화·신앙 그리고 사회조직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 귀중한 기념물이다.


방사성 탄소연대측정 실험결과로 밝혀진 사슴돌의 역사는 히르기수르와 유사한 기원전 14~8세기로 후기 청동기시대이다. 대부분의 사슴돌은 히르기수르 앞에 세워져 있다. 히르기수르는 몽골 초원에 있는 돌무덤을 말한다. 

사슴돌은 아시아와 유럽 두 대륙에 걸쳐 분포되어 있다. 현재 몽골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의 우랄산맥에서 바이칼 호수에 이르는 넓은 고원에 약 1500여개의 사슴돌이 있다. 사슴돌 분포의 중심이자 출발점은 몽골이다. 등록된 사슴돌 중 80% 이상이 현재 몽골에 있다.
       
 사슴돌과 적석총이 있는 '오시깅 으브르' 유적들을 탐방하는 일행들. 영하 30도에 가까운  추위라 중무장했다.
사슴돌과 적석총이 있는 '오시깅 으브르' 유적들을 탐방하는 일행들. 영하 30도에 가까운 추위라 중무장했다. 오문수
 
사슴돌은 청동기시대 유목민 사회의 특정 집단인 부족, 민족의 우두머리나 귀족들을 위해 세운 석상이 분명하며, 그 위에 새겨진 문양, 제단의식에 유목민의 세계관과 샤머니즘의 관점이 깊게 배어있다.


사슴돌은 일반적으로 상, 중, 하의 3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맨 윗부분은 사람이나 사람 얼굴 또는 하늘과 우주가, 중앙부위는 동물들이, 맨 아래 허리띠 아래로는 무기 및 기타 도구가 있다. 
 
 사슴돌에는 사슴 대신에 말을 조각해 놓기도 했다. 사진속에 보이는 사슴돌은 타미르 지역에 있는 사슴돌로 천마가 그려져 있다. 중앙아시아에 두 기 밖에 없다고 알려져 있는 희귀한 사슴돌이다.
사슴돌에는 사슴 대신에 말을 조각해 놓기도 했다. 사진속에 보이는 사슴돌은 타미르 지역에 있는 사슴돌로 천마가 그려져 있다. 중앙아시아에 두 기 밖에 없다고 알려져 있는 희귀한 사슴돌이다. 오문수
대부분 사슴돌의 정수리 부분은 둥글거나 평평하며 0.5m에서 3.5m 크기이다. 사슴돌은 인간의 얼굴이나 말로 대체되기도 했지만 이는 아주 희귀한 사례다. 사슴돌은 해가 떠오르는 동쪽을 향하고 있다.     

영원불멸을 꿈꿨던 옛 선인들이 만든 사슴돌

당시를 살았던 유목민들은 왜 무덤 앞에 왜 사슴돌을 세웠을까? 인류는 문화를 발전시키면서 기호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다양한 방법을 창안했다. 글자가 없던 당시는 그림을 통해 그들의 생각을 표현했다.

청동기시대를 살았던 카라수크인들은 사슴을 이승에서 저승으로 데리고 가는 동반자로 간주했다. 고대 북방민족의 사슴 관련 신앙과 습속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이 황금뿔 전설이다. 전설 내용 중 하나는 태양이 사슴뿔에 얹혀 하늘을 지나다녔다는 전설이다. 
 '오시깅 으브르'에는 몽골 사슴돌을 대표하는 다양한 모습의 사슴돌이 세워져 있다
'오시깅 으브르'에는 몽골 사슴돌을 대표하는 다양한 모습의 사슴돌이 세워져 있다오문수
 
사슴돌은 죽은 자를 위해 사람을 상징해서 만들었다는 것이 분명하며, 제작하기 전 미리 4면을 조각한 석판 위에 사람 얼굴, 장식품 등을 표현했다. 석상 맨 윗부분이 주로 경사진 모양으로 제작되며 동쪽을 향한 좁은 면을 정면으로 삼고, 윗부분에 사람 얼굴을 상징하는 3열의 선, 양쪽 넓은 면 윗부분에는 원형 귀걸이 문양, 아래쪽으로는 원형 및 타원형 구슬 모양의 작은 문양이 전체를 감싼다.

역사와 문화에 관심있다면 꼭 봐야 할 '오시깅 으브르' 사슴돌

므릉에서 홉스글로 가는 도중에 있는 '오시깅 으브르(Uushigin Uver)'는 북위 49°39.334' 동위 99°55.701'에는 사슴 문양이 새겨진 직립한 사슴돌 14기가 있다. 그 중 일부는 황토색 바탕에 흰색으로 멋진 문양이 새겨져 있으며 제물을 바치던 제단인 케렉소르(Keregsuur)가 있다.

가장 독특한 14번 사슴돌은 머리 부분에 여자 모양이 새겨져 있는데 이런 사슴돌은 몽골에서도 희귀한 사례다. <돌 샤먼과 북몽골의 나는 사슴돌(Stone Shamans and Flying Deer of Northern Mongolia)>의 저자 윌리엄 휘츠휴(William W. Fitzhugh)는 사슴돌이 현대인에게 던져주는 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머리 부분에 여자 샤만의 얼굴이 새겨진 사슴돌로 매우 희귀한 사례다.
머리 부분에 여자 샤만의 얼굴이 새겨진 사슴돌로 매우 희귀한 사례다. 오문수
      
 1981년 '오시깅 으브르 14기 사슴돌'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던 볼코프(Volkov)의 탁본에는 샤만(왼쪽에서 두번째)의 얼굴표정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나와있다. 볼코프는  "아마도 샤만이 입술로 노래를 하거나 불고 있다"고 기술했다.
1981년 '오시깅 으브르 14기 사슴돌'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던 볼코프(Volkov)의 탁본에는 샤만(왼쪽에서 두번째)의 얼굴표정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나와있다. 볼코프는 "아마도 샤만이 입술로 노래를 하거나 불고 있다"고 기술했다. 오문수
       
 
"사슴돌은 청동기 후기시대를 살았던 사람들과 기술을 보여준다. 이들을 분석해보면 동물형태의 예술과 샤마니즘, 의례, 순록사육, 사냥, 의인화한 동물, 의례 모습, 극지방 예술과 문화에 대한 실마리를 던져준다"
 
몽골은 7~8세기경 내륙지방에 속한 아시아의 교차로였다. 튀르크 몽골인들은 알타이를 넘어 서쪽으로 언어,문화를 전파했고 우리와 닮은 몽골인들은 북시베리아를 건너 극동과 동복아시아, 알래스카로 전파해 나갔다.

홉스글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여행자라면 '오시깅 으브르(Uushigin Uver)'에 들러 옛선인들의 정취를 느껴보는 게 어떨까?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므릉 사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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