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교육청이 교육공무직의 전보와 관련해 일선 학교에 보낸 공문.
윤성효
"모든 것이 방학중 비근무라는 어처구니 없는 제도 때문"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지부장 강선영)는 20일 경남도교육청 현관 앞에서 "학교가 어찌 되든지 말든지, 교육청은 발령만 내면! 전보 끝"이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장 조합원 발언이 이어졌다. 천아무개 특수교육실무원은 "특수교육실무원은 수많은 공무직 중 최하위 처우에다 석 달 가까운 방학기간 동안 비자발적 실업상태고 힘겹게 보릿고개를 넘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전보와 관련해 일어나는 우리에 대한 배제와 차별, 비인간적인 멸시로 인해 우리의 가슴은 분노로 끓어오르고 인간적 자존심은 만신창이가 되었다"며 "모든 것이 방학중 비근무라는 어처구니 없는 제도에서부터 기인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학교 업무를 나누어 질테니 12개월을 온전하게 근무하게 하라"며 "돈을 아끼고 사람을 착취하는 방중 비근무를 이번 기회에 완전히 없애야 한다"고 했다.
박아무개 특수교육실무원은 "새 학교에서 시간될 때 나와서 인수인계 받으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학교 관계자한테 물었더니, '출장비 미지급으로 출장내고 가세요'라고 하더라. 어찌나 당당하게 이야기 하는지 어이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현 학교로 가서 출장을 내고 발령이 난 학교로 출장비 미지급으로 다녀오라고,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냐"며 "방중 비근무자가 출근하면 인건비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교육청은 이 부분을 밑줄까지 그어 공문을 보냈다"고 했다.
조리실 근무 23년이라고 한 강아무개 조리사는 "막상 전보를 하려고 하니 힘든 점이 너무 많다. 원활한 인수인계를 하여야 하나 방학중 비근무자로서 일수 추가 부담 때문에 근무일에 인수인계를 받도록 강요하였다"고 했다.
그는 "출근일도 없어서 출장을 내지도 못했고, 업무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로 3월 급식을 하려고 하니 조리사로써 막막하고 부담이 너무 크다"며 "남의 부엌에서 가족들 밥 짓기도 어려운 법인데, 생판 처음 보는 급식소에서 수백명 밥을 지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강 조리사는 "방학 때마다 출근도 못하고 월급도 없어서 겨울잠 자듯이 숨만 쉬고 살아야 했다"며 "똑같은 일을 하는 공무원 조리사처럼 12개월 일하면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지급하라. 전보해보니 알게 되었다"고 했다.
정아무개 조리실무사는 "가장 큰 문제는 동료들끼리 업무 인수인계 할 시간이 없었다. 10년을 함께 일해도 방학이 지나고 3월이 되면 손발을 맞추기가 힘들다. 급식소는 혼자가 아니라 팀으로 일하기 때문이다. 네일 내일이 정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죽을 척척 맞춰서 일을 쳐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에 새로 전보 오는 동료를 얼굴도 알지 못한 채, 3월 2일 첫 출근을 해서 일을 시작한다면 분명 급식에 차질이 올 것"이라며 "아무리 베테랑 실무사이지만 사전 인수인계도 없이 타 급식소에 가서 일한다면 원활한 업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방학 중에는 근무가 없는 무임금 노동자다. 그래서 업무분장을 하고 인수인계를 할 수 있는 근무일을 하루라도 지정해 달라고 요청하였다"며 "그러자 교육청에서는 돈이 없다고 하며 알아서 해결하라는 답변뿐이었다.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교육청이 양심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방중 비근무를 없애고 모두를 상시직으로 전환하시기 바란다"고 했다.
"방학중 비근무자 차별‧멸시하는 교육청을 규탄한다"
학교비정규직노조 경남지부는 "9.5개월짜리 학교비정규직이 교문 앞에 두고 가는 택배냐?"는 제목의 회견문을 통해 "방학중 비근무자 차별‧멸시하는 교육청을 규탄한다"고 했다.
이들은 "교육청은 대체불가능한 업무를 담당하는 방중 비근무자들의 전보에 관해, 철저하게 멸시와 무관심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학교비정규직 전보 발령자들의 인수인계 여건 보장을 당부하면서도, 방중 출근일이 없는 방중비근무자들의 인수인계는 계획되지 않은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이유를 들어 사실상 그 절차를 금지시킨 것이 단면"이라고 했다.
경남지부는 "학교장 재량으로 미뤄버리는 교육청의 뒷짐행정으로 인해 최근 학교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며 "학교관리자들은 교육청이 책임지지 않는 비용은 학교도 책임질 수 없다며 출장과 초과근무 복무요청을 모두 거절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돈 안 줘도 좋으니 개인적으로 학교 상황 좀 보겠다고 연락을 해봐도, 학교관리자들끼리 얘기가 다 됐으니 오지 말라고 거절한다"며 "배송기사님이 문 앞에 두고 가버린 택배물건이 된 느낌"이라고 했다.
"학부모들이 이런 상황을 알아야 한다"고 한 이들은 "준비 없이 3월 2일에 첫 출근을 한다. 학교 관리자들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배식시간을 맞춰내라고 닦달을 하겠지만, 문제는 생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장애를 가진 학생도 준비 없이 만나게 될 것이다. 이 모든 피해는 학생들에게 전가될 것이다"며 "우리가 호소했지만 교육청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는 같은 학부모로서, 마음이 아프고 걱정만 앞선다"고 덧붙였다.
경남지부는 "이 모든 것에 대한 가장 무거운 책임은, 인정하기 싫겠지만 경남교육청에 있다"며 "이번 첫 전보에서 보여준 비겁한 모습과 우리의 실망감 앞에, 양심이 있다면, 진심을 다해 사과하시기 바란다"고 했다.
경남도교육청은 지난 2월 7일, 처음으로 교육공무직원 5454명 중 3434명(63%)을 전보발령했다.
교육청은 "전보에 따른 후속 조치 사항 안내"를 통해 "신학기 각종 안전사고와 교육지원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추진하고, 업무 인수인계는 근무일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치하며, 근무시간 초과시 초과근무 인정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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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비정규직이 교문 앞에 두고 가는 택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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