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과 대전지역의 여성,언론계 시민사회단체가 ‘대전MBC아나운서 채용성차별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 발족’을 위해 기자회견을 지난 1월 22일 진행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안녕하세요. 저는 대전MBC 아나운서 유지은입니다. 아나운서라고 하면 화려한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분명 제가 가장 사랑하는 일이고, 멋진 직업임에는 틀림없지만 '여성 아나운서'로서 제가 일해 온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화려한 모습 이면에 씁쓸하고 부당한 부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여성 아나운서로 오랜 생명력을 가지고 일한다는 것은 높은 벽과도 같았습니다. 아나운서가 되는 일, 그 진입장벽부터 높았습니다. 제가 아나운서를 준비를 할 당시 '지역 지상파 방송사'에 여성의 '정규직' 채용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계약직, 아니면 프리랜서 채용. 하지만 남성 아나운서는 달랐습니다. 지역 지상파 방송사에서 남성 아나운서의 정규직 채용은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아나운서로 일을 하는데 있어서 남성 아나운서가 하는 일, 여성 아나운서가 하는 일이 따로 구별되어 있지 않습니다. 서로 상호 대체 가능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애초에 시작부터 달라야 하는 것인가. 명백한 채용성차별이었습니다.
이 시작은 결국 성별 임금격차로 이어지게 됩니다. 제가 일했던 곳 중 한 방송사에 저는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입사했지만, 1년 후 동일한 시험을 보고 들어온 남성 아나운서는 정규직 채용이었습니다. 모두 방송사의 종속적인 아나운서였음에도 남성 아나운서는 정규직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정년보장, 진급, 연차수당, 여러 복지 혜택들을 보장 받았지만 저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여성 아나운서들의 잦은 이직을 낳았습니다. 미래를 보장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1년, 2년 주기로 많은 여성 아나운서들이 다른 방송사로 이직을 하게 되었고, 저 또한 같은 이유로 대전MBC로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경력인정은 언감생심, 역시나 방송국에 종속적으로 일하는 아나운서였음에도 프리랜서 채용이었습니다. 그리고 4년 후 마주하게 된 익숙한 상황. 남성 아나운서의 정규직 채용. 두 번의 상처는 더욱 쓰라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