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초의 도자기를 빚는 도구들
신주희
"나에게 흙은 운명과 같아"
그는 나에게 어렸을 때 겪은 일을 설명했다. 어린 시절 우연히 페루 중부 원주민 마을에 갔다가 옛 무덤 흔적을 발견했다고 했다. 다소 판타지적인 이야기였다. 사람들이 그 무덤을 파려고 했는데 강한 바람이 불어와 그것을 막았는데, 그 바람 속에서 환상처럼 과거 그 자리에서 흙으로 그릇을 빚던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다고 했다. 전설에나 나올법한 이야기지만, 어린 그에게 강하게 남은 기억이었던 것 같다. 결국 50년의 도예 인생의 시작이었으니 말이다.
루초는 어린 시절 그 이미지를 오랫동안 지울 수 없었고,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를 하며 북미 원주민의 도자기를 배우고, 이후 멕시코 원주민 마을의 한 도예가의 집에 머물며 그곳의 전통도자기를 배웠다. 그렇게 도자기와의 삶은 이어졌다.
손에서 손으로 마무리되는 도자기
그의 도자기는 특별하다. 유약을 입히지 않은 낮은 온도로 구워낸 도자기라는 것을 믿기 힘들 정도로 광이 나고 섬세하다. 손으로 형태를 만들고 판으로 쳐서 모양을 잡고, 흙 안료를 입히고 돌로 연마를 한다. 거의 3일에서 5일 동안 연마를 거듭하면 도자기의 표면은 마치 유약을 바른 듯 반짝인다. 그사이 고대 도자기의 모티브가 들어간 문양들과 디자인들이 덧입혀져 멋을 더한다. 최근에서 금으로 장식을 하는 본인만의 방법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