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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모친상 중 화훼 농가 걱정, 왜?

“조화 받지 않겠다” SNS로 2차례 양해 구해... 몰려드는 조화에 유족들 '난감'

등록 2020.03.14 18:34수정 2020.03.14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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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친상 중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각계에서 몰려드는 조화 행렬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재명 지사의 모친 구호명 여사는 지난 13일 오후 3시 30분께 숙환으로 별세(향년 88세)했다.

이 지사는 모친 별세 직후 "가족 친지들과 함께 가족장으로 조용히 보내드리고 싶다"며 "마음으로만 조문해 주시길 부탁드리고 번잡함을 피하기 위해 조화도 사양하니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두 차례에 걸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경영난 처한 화훼 농가 때문에 조화 처리 곤혹

그러나 빈소가 마련된 성남시장례식장으로 각계에서 보낸 수백 개의 조화가 도착했다. 유족들은 조화를 돌려보내지도 받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이재명 지사는 "조화를 돌려보내는 게 맞지만 그러면 화훼 농가들이 피해를 보니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 코로나19 확산으로 화훼 농가들이 생업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년보다 작황 저조로 출하량이 40%가량 줄었지만, 화훼 가격이 평년보다 40%가량 하락했기 때문이다.

화훼의 80%가량이 경조사용으로 판매되는데 코로나19로 졸업식, 입학식 등 대규모 행사가 줄줄이 취소돼 판매 경로가 막혔다. 화훼 농가에서는 직매장을 통해 직접 판매에 나섰지만,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소비자의 발길이 끊겨 이조차도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화훼 농가에 대한 자금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각 지자체는 물론 기업들까지도 화훼 소비 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고통 분담에 나서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모친 빈소에 놓인 조화들
이재명 경기도지사 모친 빈소에 놓인 조화들최경준
 
이재명 지사 측은 14일 오후 "유족들의 최종 결정에 따라 지금까지 온 조화는 돌려보내지 않은 상태"라면서 "하지만 더는 조화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며 조문도 가족, 친지, 고인의 지인 외에 삼가해달라는 것이 유족들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순간만큼은 세상사 모든 풍파에서 자유롭고 싶다"

앞서 이재명 지사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모친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함께 거듭 조문·조화를 사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지사는 "육신의 인연을 정리하는 자리를 소홀히 할 수 없어 자식의 도리와 예를 다하려 하는데, 어머님 슬하만도 30여 명에 이르러 상가가 혼잡하다"며 "오시더라도 짧은 눈인사 외에 식사 대접은 물론 잠시 머물며 서로 손잡고 짧은 말씀 나눌 시간조차 가질 수 없는 황망한 지경"이라고 전했다.

이 지사는 이어 "저로 인하여 내밀한 가족사가 만천하에 들춰지고 골육상쟁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아야 하는, 한 여성으로서 또 어머니로서 견디기 힘든 고통을 안겨드렸다"며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근심·걱정 못다 떨쳐 내고, 천상으로 떠나는 발길조차 무겁게 하는 씻을 수 없는 불효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재명 지사는 "어머니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이 순간만큼은 세상사 모든 풍파에서 자유롭고 싶다"며 "말씀드린 것처럼 가족 친지 지인들과 함께 어머니의 지나온 여정을 회상하며 조용히 보내드리고 싶다. 겪지 않아도 될 너무 많은 참상을 겪으신 어머니도 그러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끝으로 "거듭 부탁드립니다만 정무와 공무에 바쁘신 분들과 정치적 동지들께서는 멀리서 마음으로 위로해 주시기 바란다"며 "상가가 비좁아 조화도 받기 어렵다는 양해 말씀도 다시 드린다"고 밝혔다.

이재명 지사는 모친에 대해 "나의 하늘"이라고 표현하며 여러 차례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2018년 5월 도지사 예비후보 당시 이 지사는 "제 어머님은 고된 밭일에 약장사까지 하면서 힘겨운 삶의 무게를 견디며 일곱 남매를 키웠다"며 "공장 프레스 사고로 비틀어져 버린 제 왼팔을 보고, 마당에 물통을 엎어놓고 공부하던 저를 보고, 그렇게 말없이 흘린 어머니의 눈물, 저는 다 기억조차 할 수 없는데 해드린 것이 없는 것 같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감염 예방 위해 평소와 다른 빈소 풍경

한편 이재명 지사의 모친 빈소가 차려진 성남시장례식장은 가족장으로 조용히 보내드리고 싶다는 유족의 뜻에 따라 차분한 추모 분위기 속에서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 지인들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모친 빈소가 마련된 성남시장례식장 앞에서 문상객에 대해 발열 검사를 하는 등 코로나19 감염 예방 조치를 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모친 빈소가 마련된 성남시장례식장 앞에서 문상객에 대해 발열 검사를 하는 등 코로나19 감염 예방 조치를 하고 있다. 최경준
 
유족 측은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방명록 작성대 위에 손 소독제를 비치하고, 마스크 착용을 안내한 뒤 발열 검사도 하고 있다. 또한, 조문을 위해 복도에서 대기하는 문상객 사이의 거리를 유지해 문상객 간 대화 및 신체접촉을 최소화하는 등 방역수칙을 지키며 조문객을 맞았다.

이 지사도 친형 등 상주 가족과 함께 빈소에서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둔 채 조문객의 애도를 받았다.

빈소 내실에는 문재인 대통령, 정세균 국무총리, 문희상 국회의장, 이해찬 민주당 대표, 황교안 통합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고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가 보낸 조화가 놓였다. 부처 장관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들도 조기를 보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군포에 있는 이 지사의 동생 집에 머물렀던 고인은 지난 12일 건강이 악화하면서 군포지샘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가 13일 오후 운명했다.

발인은 오는 15일 오전이다. 이 지사는 돌아가신 형과 누이를 포함, 7남매 중 다섯째이다.
#이재명경기도지사 #코로나19 #이재명모친빈소 #이재명모친상 #이재명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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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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