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시장이 15일 대구시청에서 코로나19 종식과 긴급 경제지원을 위한 대시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조정훈
"포퓰리즘 예산이 아닙니다. 절박한 상황에서 지금 죽을 지경에 있는 국민들에게 긴급하게 생계 자금과 생존 자금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이재명 지사의 주장이 아니다. 박원순 시장의 호소는 더더욱 아니다. 지난 15일 권영진 대구시장이 공식 브리핑에서 온 국민 앞에서 한 절박한 호소였다. 이때만 해도 '긴급'을 강조하며 대구시민들을 위한 생계 지원 호소에 동참했던, 아니 앞장섰던 권영진 시장이 입장을 바꿨다. 그런데 그 이유가, 요즘 말로 '신박'했다.
23일 권 시장은 "(지급 업무를 맡을 주민센터 등이) 선거 사무도 있는데, 혼잡해서 오히려 사회적 거리두기에 역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4월 15일) 선거 이후로 지급하는 걸로 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권 시장의 설명은 긴급생계지원금을 지급할 주민센터에 많은 시민이 몰릴 경우 코로나19 방역에 어려움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즉각 지역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같은 날 대구 MBC는 보도를 통해 "서울시를 비롯한 많은 지자체들은 선거 일정과 무관하게 긴급 생계지원비를 최대한 빨리 지급할 계획"이라며 "이 때문에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대구시도 추진 일정을 일주일 이상 앞당겨 생계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라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광역시당 역시 24일 성명을 내고 "대구시민을 위한 최소한의 생계지원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즉각적이고 보편적으로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24일에도 권 시장은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코로나19 방역적 관점'과 '경제 방역적 관점' 사이의 균형"이란 듣도 보도 못한 논리를 들고나왔다.
"지급 시기와 방법은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해야 하는 코로나19 방역적인 관점과 어려운 시민들께 하루빨리 지원해야 하는 경제 방역적 관점 두 관점의 균형점을 맞춰 결정하게 된 것(이다). 모든 방식을 동원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안전하게 시민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도록 하겠다. 이 작업을 하는 데에도 방역작업만큼 많은 인원이 투입돼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음을 이해해 달라."
권 시장에 쏟아진 비판은 지급 시기가 전부는 아니었다. 대구시가 중위소득 이하를 대상으로 '선별적 지원'에 나선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이날 권 시장이 살짝 물러선 부분도 있었다. 긴급생계자금을 등기우편으로 수령하고자 하는 주민들은 심사가 끝나는 대로 즉시 수령토록 하겠다는 것.
하지만 미봉책에 불과했다. 동 주민센터에서 직접 수령하는 주민들에 대한 지급 시기는 4월 16일 이후로 재차 못 박았기 때문이다. 이해할 수 없는 조치란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를 향해 수차례 경제지원을 호소한 것도 권 시장이었다.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18일, 권 시장은 정례브리핑에서 정부의 긴급재난지역 선포와 추가 예산 편성을 두고 전날(1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과 서울에서 만난 자리에서 "홍 부총리와 둘이서 울었다"며 대구지원을 호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코로나 추경'의 대구·경북 지역 지원 예산을 1조 원 넘게 증액했다.
또 권 시장이 대구지역 금융기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지역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호소했던 것도 신천지'발' 코로나19 확산이 도래하기 전인 지난달 7일이었다. 권 시장이 "죽을 지경"이라던 대구 시민들은 권 시장이 긴급생계지원금 지급을 총선 투표일 다음 날로 미루는 것을 과연 순순히 납득할 수 있을까? 문제는 무슨 의도에서인지 권 시장이 본인의 말을 뒤집거나 오해를 자처하는 언사를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에 있다.
혐오와 차별 소환하는 대구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