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예방 안내문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이 우려되고 있는 2020년 2월 2일 오후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이용객들을 위한 예방법이 안내되고 있다.
연합뉴스
요사이 비슷한 시기에 중국에서 나온 분들과 연락을 하다보면 애들 옷부터 모든 걸 다 새로 장만해야 할 판이라고 울상이다. 다행히 우리는 서로의 집열쇠를 맡겨놓고 지내는 이웃 가정이 있어서 그분들을 통해 급한 대로 최소한의 옷가지들을 국제우편으로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에서 학교에 다니던 두 아이들이다. 고등학생인 첫째 아이는 3월초부터 온라인 수업을 받고 있는데, AP 시험준비부터 교과 과정의 책들이며 사전이며 다 중국 기숙사에 있어서 받을 방법이 없다. PDF 등으로 공부하며 버티다가 결국 원서들을 다시 샀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둘째 아이는 온라인 수업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개학 날짜도 알 수 없어서 아내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처가 근처에 있는 한국 초등학교로 옮겼다. 아내와 둘째 아이만 처가로 전입신고를 했으니 주민등본상으론 졸지에 이산가족까지 돼 버렸다. 난민도 서러운데 이산가족이라니.
이게 끝이 아니다. 코로나때문에 생각치 않은 공동생활을 하게 되다보니 양가 부모님도 말씀은 안 하시지만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시다. 무엇보다 시댁에선 며느리 입장으로, 처가에선 새끼들에 남편까지 모두 끌고 온 딸의 입장으로 아내의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다.
요새 하루종일 아이들과 부모님을 돌보며 부업까지 하고 있는 아내를 볼 때면 '엄마는 강하다'는 말이 진정 사실임을 느낀다. 게다가 아내는 지인들에게 작별인사 한번 제대로 못하고 이십여 년 중국생활을 정리하게 된 터라, 아내에게 미안하고 씁쓸한 마음이 크다.
물론 이게 다는 아니다. 굳이 코로나 난민 생활에 긍정적인 면도 있다. 그간 오랫동안 떨어져 있음으로 제대로 알지 못했던 부모님의 건강 상태와 일상 생활도 알게 되었고, 부모님과 취미 생활을 같이 하고, 산책도 매일 하는 등 함께 하는 시간이 대폭(!) 늘어났다는 거다. 부모님과 24시간 딱 붙어서 함께한 석 달 정도의 시간은 거의 지난 십 년치보다 훨씬 더 많을 것 같다.
'이런 시간이 또 언제 주어지랴!'라는 마음도 있지만 그것도 하루이틀, 한 주나 두 주 정도지, 한 달 두 달을 넘어가니 쉽지 않은 순간들이 불쑥불쑥 생긴다. 독립된 한 가정으로서 가족간에도 적절한 정서적 거리가 필요한 듯싶다. 하지만 난민이 무슨 자기 주장을 하겠나! 어서 돌아가야 할 텐데 하는 생각만 마음에 끄적이고 있다.
'사재기가 시작됐다'는 중국 소식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