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6주기를 앞둔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노량차량행진에 참가 차량들이 깃발과 피켓을 차량에 부착하고 광장 둘레를 돌며 행진에 참가하고 있다.
이희훈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4월만 되면 바빠진다. 이날 안산에서 광화문까지 3시간 좀 넘게 윤씨의 차를 타고 가는 동안에 그의 전화는 쉴 새 없이 울렸다. 어느 지역에 와서 발언을 해줄 수 없겠느냐는 제안 등이 오갔다. 차는 종종 막혔고 인터뷰는 자주 걸려오는 전화에 의해 끊겼다.
윤경희씨를 비롯한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날 안산에서 광화문까지 차를 운전해서 갔다가 바로 안산으로 온다. 그리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12일 오전 2시가 되면 목포로 출발한다. 목포에 도착해서 아침을 먹고 배를 타고 세월호 사고 해역으로 나간다.
윤경희씨의 생일은 4월 12일이다. 그는 생일의 절반을 서울에서 목포를 오가는 데 쓸 계획이다.
"우리 식구들이 생일 챙기는 걸 너무 좋아해요. 시연이가 수학여행을 (4월) 15일에 갔으니까 가기 바로 3일 전이 제 생일이었어요. 그날 속옷을 사서 오더라고요. 엄마도 속옷을 예쁘게 위아래 세트로 입었으면 좋겠다고요. 왜 세트로 입지 않냐고 뭐라고 하면서요. 속옷 한 벌하고 스카프를 사서 생일 선물로 줬거든요. 그래서 생일이 되면 그 속옷을 꺼내입어요. 생일에만 입어요. 혹시 (속옷이) 닳을까 봐요."
- 올해는 가족들이 생일을 챙겨주시나요?
"이따가 저녁 때 노란차량행진 끝나고 집에 가면 작은애가 준비해놓고 있을 거예요. 방금 미역국 끓인다고 카톡이 왔네요. 매년 생일이 되면 마지막으로 시연이랑 같이 밥 먹었던 기억이 많이 나요. 시연이가 자기 친구들에게도 제 엄마 생일이라고 말해서 시연이 친구들이 생일 문자도 보내주고 그러거든요. 시연이 친구들이랑 제가 워낙 친해요. 애들이 저더러 '이모'라면서 아직도 문자를 보내줘요."
- 바쁘셔서 총선 투표에 참여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
"투표는 어제(10일) 미리 했어요. 작은딸이 생애 처음으로 투표하는 날이었거든요. 같이 가서 했어요. 그런데 투표 끝나자마자 다른 일정을 소화하느라 집에는 저녁 늦게 들어왔어요. 저희가 보이지 않게 하는 일이 되게 많거든요. 코로나19 때문에 관련 활동을 못 하니까 안산 시민들에게 마스크 3000장을 나눠주자고 해서 가족들끼리 모여서 마스크 포장을 했어요. 4월 16일 아침 7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출근길에 안산에 있는 역에서 마스크를 나눠줄 계획이에요."
그가 보조석에 있던 마스크를 기자에게 건네주었다. 남색 천 마스크에는 노란색 실로 리본 모양과 함께 'Remember 0416'(리멤버 0416)라고 수놓아져 있었다.
-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에서 '막말'로 물의를 빚은 차명진 미래통합당 후보에 대해서 사과를 요구하셨잖아요.
"그가 말한 게 사실도 아닐 뿐더러 '일베들'이 떠드는 소리를 국회의원 후보자가 이야기한다는 게 말도 안 되죠. 미래통합당이 처음에는 제명을 시킨다고 했다가 하루만에 번복한 것도 나쁘고요. 그런데 문제는 세월호 유가족이 연예인도 아니고 공인도 아닌데 이런 일이 생기면 싸잡아서 욕을 먹어요.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아야 하고요. 제일 화가 나는 건, 우리는 진상규명한다고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있지만 남아있는 형제·자매들과 생존자들은 사회생활하고 있거든요. 슬퍼도 뭐라고 못하고 돌덩어리를 하나씩 마음 속에 품고 있어요. 저는 이 말이 부모들만이 아니라 형제·자매들에게 상처를 준다고 생각해요. 가족협의회에서 같이 논의해 대응하고 있어요."
"실감 나지 않아요. 6년이라는 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