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 인정하는 김부겸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 수성갑 국회의원 후보가 15일 오후 9시 52분쯤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총선 패배를 선언했다.
조정훈
김부겸 후보 측은 지난 14일까지만 해도 주호영 미래통합당 후보와의 초접전을 예상했다. 그러나 KBS·MBC·SBS의 공동 출구조사 때 두 자릿수 격차로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 후보는 16일 새벽 0시 16분 기준, 개표율 50.9% 상황에서 득표율 39.01%를 기록해 득표율 60.12%를 얻은 주 후보에게 크게 뒤졌다. 김 후보는 15일 밤 9시 52분께 캠프에서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고 한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이는 진영 대결이 강화된 결과로 보인다. 14대 총선(71.9%) 이후 28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투표율(66.2%)만 보더라도, 양당 지지층이 총 결집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런 결집 양상은 전통적으로 통합당 세가 강한 TK 지역에 도전한 민주당 후보들에게 대형 악재가 됐다. 한 민주당 현역 의원은 출구조사 발표 직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영남권에서 20대 총선 때 정도만 성적이 나와도 선전이라고 봤는데 너무 안타깝다"며 "제일 예상과 달랐던 곳이 대구 수성갑이었다, 그 정도로 차이가 날 줄 몰랐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인물론'을 앞세웠던 김 후보 입장에선 치명상이다. 김 후보는 지난 2일 출정식에서 "총선을 넘어 대구를 부흥시키고, 지역주의 정치와 진영정치를 청산하고,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나라를 확실히 개혁하는 길을 가겠다"면서 대권 도전을 선언한 바 있다. 그는 투표 당일인 15일에도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의 정치적 위기와 큰 인물의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통합당의 대구 지역 공천을 거론하며 "여든 야든 지도적 인물을 못 키우면 대구는 앞으로 10년 이상 정치적 주변부에 머무를 밖에 없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인물론은 결과적으로 전형적인 지역구도에 무릎을 꿇은 셈이 됐다. 또 당의 험지인 대구를 돌파하면서 부각시킬 수 있었던 김 후보 특유의 '확장성'과 '통합의 리더십' 같은 장점도 빛이 바라게 됐다.
원내 입성에 실패한 만큼, 김 후보는 다음 무대를 빨리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오는 8월 예정된 전당대회 출마 여부가 주목된다. 취약한 당내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김 후보는 낙선 인사를 통해 "오늘은 비록 실패한 농부지만, 한국 정치의 밭을 더 깊이 갈겠다. 영남이 옥전문답이 되도록 더 많은 땀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오세훈] 여권의 총력 지원 뚫지 못하다...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