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1기숙사에 자가격리 중인 노동자가 바깥을 바라 보고 서 있는 모습
이봉렬
싱가포르 정부의 역학조사에 따르면, 인도인들이 주로 방문하는 무스타파 쇼핑센터에서 감염된 노동자가 기숙사에서 다른 노동자들에게 전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좁은 곳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출퇴근할 때도 트럭 짐칸에 바짝 붙어서 하다 보니 사태 초기부터 싱가포르가 역점을 두고 실시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았다.
실제로 전체 확진자 가운데 이주노동자 수를 제외하면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난 4월에도 하루 30명에서 40명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4월 초부터 "서킷 브레이커"를 시행하며 사업장과 학교 문을 닫고, 사적인 모임마저 다 금지시켰지만, 정작 집단 감염에 취약한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한 대응이 늦어 지금과 같은 대규모 확진자 발생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기숙사에서의 집단 감염이 확산된 후에야 싱가포르 정부는 증상이 없는 노동자들을 엑스포 전시장 등에 임시로 마련한 숙소로 옮기고, 출퇴근용으로 쓰는 트럭 짐칸에도 1미터씩 띄어서 앉을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했다. 19일에는 창이이스트 지역에 추가로 기숙사를 신축하기로 했으며, 기존의 건물들도 개보수하겠다고 밝혔다.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이주노동자 가운데서도 특히 감염자가 많이 발생한 건설현장 노동자와 가족 28만4300명에 대해 4월 20일부터 2주간 자가격리를 하도록 지시했다. 이로써 향후 2주간 싱가포르 내 모든 건설 현장이 멈춰 서게 됐다.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 이주노동자를 활용해 산업 전체의 밑바닥을 지탱해온 싱가포르가 코로나19 때문에 예기치 못한 큰 도전에 직면했다. 최소한 지금처럼 동남아시아의 값싼 노동력을 불러 모아 집단 거주 시설에 수용하며 일을 시키는 방식은 지속되기 어렵게 됐다. 코로나19가 각 나라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들춰 내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