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인영 원내대표.
남소연
난감한 처지로 몰린 건 민주당이다.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을 때만 해도 큰 무리 없이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 공약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갑자기 상황이 달라졌다. 기재부의 반대야 새삼스러울 게 없다고 해도, 심각한 건 총선 전에는 '국민 1인당 50만원 지급' 주장을 펴던 미래통합당의 변심이다. 설마 했지만 통합당은 손바닥 뒤집듯 총선 공약을 번복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통합당 소속 김재원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앞장섰다. 김 위원장은 "상당한 소비여력이 있는 소득상위 30%까지 100만원을 주는 민주당의 안은 소비 진작 효과도 없고 경제 활력을 살리는 데도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며 "앞으로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진행될지도 모르는데 국가재정을 대폭 흔드는 방식의 국채발행을 통한 재난지원금 지급은 반대한다"라고 말했다. 기재부의 주장과 똑같다.
통합당이 기재부와 공동전선을 형성하면서 민주당은 스텝이 꼬였다. 추경 심사 과정에서 총선 때 전 국민 지급을 약속한 통합당을 비롯한 야당과의 공조를 통해 기재부를 설득하겠다는 계산이 빗나간 것이다.
이해찬 대표를 필두로 민주당 지도부는 통합당의 총선 공약 준수를 거듭 압박했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자기 당이 선거 때 공약한 것을 바로 뒤집는 수준이라면 그분들이 20대 국회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며 "야당이 (재난지원금을) 또 정쟁거리로 만든다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총선 과정에서 여야가 국민 모두에게 가장 빨리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명확히 약속했기 때문에 정치적 합의는 이미 이뤄졌다"며 "이제는 선거 때 한 약속을 실천해야 할 시간"이라고 밝혔다.
'총선 공약'이라는 점을 지렛대로 삼아 통합당을 압박해도 그들이 태도를 바꿀지는 미지수다. 지도부 공백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완강한 기재부를 방패막이 삼아 버티기에 들어갈 가능성도 크다.
최악은 차일피일 미뤄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