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선거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선거구에서 당선된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는 고등검찰청 검사장으로 퇴직한 후 전관예우를 거부하고 대학교에서 후학을 가르쳤다.
유성호
- 이번에 정치 입문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20대 국회의원 선거 앞두고도 정치권에서 제안을 받았지만 다른 봉사의 길을 택했다. 그런데 지난 1년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검찰 때문에 나라가 힘들다', 'TV만 켜면 구속이나 압수수색 얘기만 나온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검찰에서 30년 지낸 사람으로서 굉장히 마음이 무거웠다. 어떨 때는 괴로웠다. 검찰 선배로서 검찰이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데에 책임감을 느꼈다. 그것이 정치 입문의 이유다. 훗날 정치인으로서 '정치하려면 소병철처럼 하라'는 소리 듣고 싶다."
- 선거운동을 직접 해보니 어땠나?
"어떤 분한테 30년 공직생활이 한 달 선거운동보다 덜 힘들었다고 했다. 선거운동하면서 사거리에서 (주민들이) 눈 한 번 맞춰주고 손 흔들어주면 기분이 굉장히 좋지만 (눈길을 주지 않고) 쓱 하고 지나가면 마음이 되게 무겁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공직 30년 동안 있으면서 국민의 공복이라고 하지만 실감을 못했다. 공직을 맡고자 하는 사람들은 선거운동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 당선자는 힘겨운 선거전을 치렀다. 선거 한 달여를 앞두고 전략 공천됐다. 여기에 반발한 같은 당 노관규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노 후보는 재선 순천시장 출신으로 20년 동안 국회의원 선거와 순천시장 선거를 6번 치른 관록의 정치인이었다. 또한 10년 동안 순천에서 민주당 후보들은 단 한 번도 당선되지 못했다.
"전략공천이라 상대 후보들이 '낙하산' 프레임을 내세웠다. 고향이 순천인데 오히려 저를 외지 사람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선거 결과(58.5%의 득표율로 당선)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란 위기 극복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덕분이었다. 또한 제가 전관예우를 거부한 것을 두고 많은 분들이 높이 평가한 것 같다."
- 선거과정에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전남 동남권(순천)과 서남권(목포)을 연달아 찾아 지역 의대 설립 지원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전남에 의대 2곳을 설립하는 건 쉽지 않다. 의대를 동남권에서 독식하지 말고 서남권과 협업해야 한다. 앞서 순천과 목포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같이 당선되면 중앙당에 전남권 의과대학유치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정치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협상의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전관예우 거부한 최초의 검찰 고위직 간부
시계를 2014년 초로 돌렸다. 그는 왜 전관예우를 거부하고 농협대학교로 갔을까. 그것이 소병철 당선자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열쇠다.
- 2013년 12월 퇴직했을 때 로펌에서 제안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제가 검찰총장 후보에 자꾸 오르내리니까 로펌으로서는 상품성이 있다고 본 것 같다. 대부분의 대형 로펌으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그때 로펌에 가면 돈을 많이 벌었다. 몆몇 검찰 고위간부 출신 변호사 때문에 그런 부분이 드러났다
- 일부 검찰 고위직 간부 출신 변호사의 수임료를 보면 국민들 보기에 무척 큰돈이다.
"정말 고액이다. 서민들 보면 뒤로 넘어질 그런 금액이다. 로펌 제안을 받고 좀 고민했다. 과거 검찰 고위직 선배들은 다 변호사를 했는데 그렇지 않은 선배는 없을까 생각했다. 후배들한테 그런 선배 한 사람쯤 있다는 걸 보여주고픈 욕심이 들었다. 돈 포기하고 명예로운 길 가는 선배가."
- 검찰 고위직 간부 출신 가운데 전관예우를 거부한 사람은 없었나?
"제 기억엔 없다. 그래서 당시 언론에서도 제가 최초라고 했다."
-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것 같다.
"가방 하나 들고 전국 농협을 많이 다녔다. 저녁에 강의하고 모텔이나 허름한 호텔에 누워 있으면 여러 가지 번뇌가 들고 마음이 착잡했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돈 좀 많이 벌어 좋은 일 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도 했다. 그래도 아내가 이해해줬고, 즐겁게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니 그 생활이 즐거워졌다."
국민이 원하는 검찰개혁 중 하나가 전관예우를 없애는 것이다. 그에게 전관예우를 물었다.
"법 집행에서 국민들은 그런(검찰 근무) 인연에 상관 없이 객관적이고 엄정하게 사건을 처리하는 것을 기대한다. 국민이 법조 신뢰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나아지고 있는데 개선하는 게 쉽지 않다. 다만 검찰을 그만두고 2~3년 내 일정 규모 이상 로펌에 가는 걸 금지하는 방법 등과 같은 법제화 노력과 사회 전체적으로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검찰개혁을 묻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