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KBS 21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방송에 출연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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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필 선언은 작가에게 생명을 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불의에 대한 저항의 표현으로서든, 아니면 자신의 과오에 대한 사죄 표시로서든 절필이란 극단적인 행동일 수밖에 없다. 유시민 작가는 지난 15일 밤 여당이 180석을 차지했다는 발표로 개표 방송을 마감하는 자리에서 정치비평과 관련해 절언 선언을 했다.
유시민은 재선 국회의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참여정부의 상징적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대중적 이미지는 비호감의 대명사였다. 정치 일선에서 뛰던 시절, 유시민 자신도 대단히 싫어했던 별명이 있었다. "옳은 소리도 싸가지 없이 하는 사람"이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이 유시민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나왔다. "저토록 옳은 소리를 저토록 싸가지 없이 말하는 재주는 어디서 배웠을까?"
2011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낙선 후, 유시민은 2013년 전업 작가를 선언했다. 파란만장한 정치인의 삶을 그만두고 작가라는 자유인으로 돌아왔다. '글쓰기란 내 생각을 찾아서 문자로 바꾸는 작업'이라면서 자신을 지식소매상이라 낮추며 시민들과 글로 소통하기 시작했다.
'정치 풍운아'에서 '작가'로의 변신은 그야말로 대성공이었다. 방송 프로그램 <썰전>과 <알쓸신잡>은 지식소매상에서 스타 작가로 변신한 그의 활약이 돋보였던 장이었다. 대중의 호감도가 급상승했다. 심지어 범진보 진영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2017년 한 유력 일간지로부터는 "출판·방송·강연 3종 세트 시장의 유력한 브랜드"라는 찬사를 받았다. 무엇보다 작가로서 200만 부에 육박하는 판매량을 보이며 "정치의 교양화, 교양의 정치화"를 선도하는 인물로 평가받았다. "뚜렷한 정치적 편향을 가진 글쟁이"라고 그가 시인한 것마저 상업적 측면에서 유리한 점으로 언급될 정도였다.
이에 부담을 느껴서인지는 몰라도, 2018년, 2년 6개월 만에 JTBC <썰전>에서 하차하며 또 한 번 더 정치와 멀어지는 길을 선택했다. "이제 정치에서 더 멀어지고 싶어 정치비평의 세계와 작별하려 한다"며 "앞으로는 자유로운 시민으로서 본업인 글쓰기에 더 집중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부끄러움 아는 유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