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의 석포제련소 1공장 부근. 금강소나무가 집단 고사하고 토양이 유실되고 있다.
정수근
전체 면적에서 임야가 82.43%나 되는 봉화에는 산림자원이 풍부하며 그중 절반 이상이 침엽수이다. 봉화군의 임상별 산림면적(ha)을 보면(2017년 12월 말 기준) 침엽수가 53.2%이다(활엽수 19.8%, 혼효림 25.4%). 임목축적량(㎥)으로 따지면 침엽수 비중은 58.0%로 더 높아진다(활엽수 17.1%, 혼효림 24.9%). 봉화의 침엽수 비중은 경상북도 전체에 비해 10%가량 더 높고, 우리나라 전체와 비교해서는 15%가량 더 높다.
금강소나무(춘양목)는 봉화의 군목(郡木)이다. 뒤틀림이 없는 곧은 나무여서 군민의 힘찬 기상과 인내성을 상징한다고 한다. 금강소나무가 많은 봉화에는 송이버섯도 많다. 소나무 잔뿌리에서 자라는 송이(松栮)는 봉화의 특산물이다. 봉화군 산림의 절반 정도에서 생산되는 송이는 봉화 농가의 중요한 소득원이기도 하다.
곧고 단단해서 최고의 목재로 쓰이는 금강소나무는 역사 속에서 많은 수난을 겪었다. 조선시대에는 권력자의 정치적 야욕에 의해, 일제 강점기에는 제국주의 수탈에 의해 무참히 베어졌다. 산업화 과정에서 오지 중의 오지였던 석포 산골짜기에 영풍의 아연제련소가 들어서면서 주변의 금강소나무가 집단 고사하고 있다.
오늘날 전 세계가 기후위기와 생태계 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코로나19의 발생도 무분별한 생태계 파괴로 자연에 있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오게 된 것이라고 생태학자들은 말한다. 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50년 전에 들어선 영풍의 아연제련소가 석포의 미래를 보장해 줄 수 있을까? 석포제련소가 들어선 이후 하천과 토양이 중금속에 오염되고 식생이 집단 고사하고 있다. 기업은 성장하고 경제는 발전했지만 주변 생태계는 희생되었다. 미래세대에게 이처럼 파괴된 자연환경을 물려줄 수는 없다.
영풍 석포제련소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해답을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석포제련소가 문을 닫으면 제련소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마을 주민이 당장 생계 곤란을 겪을 수 있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문제해결의 기본방향은 석포의 자연환경을 더 이상 파괴하지 않고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이어야 한다. 오염 원인자인 영풍과 관리감독 소홀의 책임이 있는 정부가 공동으로 부담을 지고 노동자와 마을주민, 지역주민이 지혜를 모은다면 자연환경도 살리고 생계도 해결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석포는 대대로 금강소나무가 잘 자라는 곳이다. 토착식물인 금강소나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자연환경과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마을을 만드는 것이 석포를 석포답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석포의 기후와 토양 조건에 적합한 금강소나무를 잘 가꾸고 활용한다면 석포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끊이지 않는 금강소나무의 수난, 이제는 멈추어야 한다.
한국 전근대 교통사
고동환 (지은이),
들녘,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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