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개학, 원격수업 장면.
경남도교육청
지난 16일 이후 우리나라 540만 명의 초‧중‧고 학생들이 원격수업을 받고 있다. 온라인 개학 이후 약 2주간 230만 건의 온라인 수업 콘텐츠가 탑재되었다고 한다. 초기 혼란에 비해 단기간에 놀라운 성과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고무되었는지, 학교에서 본격적인 등교 수업이 진행되어도, 적어도 주 1회 이상 원격수업을 운영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기왕에 시작한 원격수업을 정규화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언제 닥칠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에 대비하고, 그간의 성과를 발전시킨다는 측면에서는 일리가 있다고 본다. 다만 그에 앞서 몇 가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우리나라 교사들은 본업인 수업이나 평가보다는 각종 교육 관련 행정업무나 잡무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래서 학교 현장에서는 '짬을 내어 수업'한다는 자조 섞인 한탄이 나오기도 한다. 이번 원격수업 준비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학교는 온라인 개학을 하였지만, 교사들은 2월 하순부터 출근과 재택근무를 번갈아 가면서 새 학기 준비, 교육 관련 행정업무와 잡무 처리, 온라인 수업 준비와 운영을 담당하였다. 초등교사의 경우, 긴급돌봄 지원에 투입되기도 하였다.
원격수업을 정규화하자는 주장에 앞서, 무엇보다도 온라인 수업 초기 플랫폼 혼선, 접속 대란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원격수업이 이루어지기까지는 헌신적이고 선도적인 교사들의 노고가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규 수업과 교육관련 행정업무를 그대로 하면서 원격수업까지 운영하라는 식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원격수업을 정규적으로 또는 코로나 전파 상황에 맞춰 병행하기 위해서는 '원격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수업 이외의 업무에 대한 경감'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서울시교육청 조희연 교육감은 한시적인 제안이지만, 코로나 비상시국에 교사들이 수업, 생활지도, 학생 코로나 방역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보류나 축소해도 좋은 사업에 대한 학교현장의 의견을 구하기도 하였다.
둘째, 원격연수 준비 기간에 교사들이 힘들어했던 것 중 하나는 '원격수업 준비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었다는 점이다.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시, 원격수업은 학생의 학습권 보호를 위한 조치로 실효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교사들의 말에 따르면, 실제로 원격수업 1차시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2~4차시분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한다.
만약, 원격수업을 병행하고자 한다면, 수업일수가 축소된 만큼 교과 '교육과정도 압축적으로 줄여' 가르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각종 범교과 교육(통일, 안전, 평화, 흡연예방, ….)과 창의적 체험활동 또한 대폭 축소'해야 한다. 아울러 관련 교육법령 정비 및 교육과정 개정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교육에서 가장 개혁이 필요한 부분은 '교사가 교육전문가로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본업인 수업, 평가, 교육과정 재구성, 생활지도에만 전념하도록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수업보다 부담이 큰 교육관련 행정업무와 기타 잡무는 행정직원과 공무직원들이 전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 행정직원(공무직원)의 확충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셋째, 원격수업 준비와 운영과정에서 드러난 구조적, 방법적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원격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본다. 적어도 시‧도교육청별로 독자적인 원격교육 시스템과 플랫폼을 구축하고, EBS나 에듀넷과 병행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원격수업 진행 시 원격수업 가입, 출석 확인, 이수율, 수업 태도, 평가 등과 관련한 명확한 최저 기준이 있어야 한다. 또한 이와 관련한 민원을 교사가 직접 처리하지 않도록 하여 원격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충실한 원격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평소 우수 원격수업 콘텐츠를 축적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교사가 원격수업 방법에 대한 전문적 능력을 쌓을 수 있는 연수 및 학교 정보화 지원도 이어져야 한다.
이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아마도 공교육이 시작된 이래 학생이나 학부모가 등교를 기다렸던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학교 주요 기능 중의 하나는 '교육을 통한 사회화'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구성원 간 상호작용을 통해, 민주 시민성을 기르고,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원격수업으로 길러지기 어렵다.
학교는 '배우고 어울리며' '우정을 키우고' '삶은 가꾸는 곳'이다. 학교가 존립하는 근간은 여기에 있다고 본다. 이번 사태를 겪으며 마치 원격수업이 만능인 양, 기존의 학교가 시대에 뒤떨진 양 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원격수업이 병행되더라도 학교가 존재하는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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