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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또 연기... 분양가상한제 누더기 만든 관료들

[집값 잡기, 또 거꾸로? ③] 정권 바뀌어도 매번 시행 미룰 구실만

등록 2020.05.25 14:05수정 2020.05.2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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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9년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 하고 있는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과 간부들.
지난 2019년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 하고 있는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과 간부들.연합뉴스

분양가상한제를 하긴 하는 걸까.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3월 18일, 국토교통부는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연기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에 따라 당초 4월 28일로 예정된 시행시기가 7월 28일로 미뤄졌다. "조합이 무리하게 총회를 개최할 경우, 코로나 집단 감염 우려가 있다"는 게 연기 배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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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때문에... 코로나 때문에...

사실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두고 계속 미적거렸다. 지난해 10월 1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는 합동브리핑을 열고,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시행 시점을 2020년 4월로 발표했다. 4월 총선을 염두에 둔 절묘한 시기 조정이었다.

그후 위에서 언급했듯이 분양가상한제 시행 시기는 7월 28일까지 또 밀렸다. 다시 정부가 코로나 사태, 경제 위기 등을 핑계로 또 연기한다고 해도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막상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돼도 상한제 적용을 받는 아파트가 나올지도 미지수다. 핀셋규제와 재개발 활성화 등의 명목으로 빠져나갈 구멍은 많다. 오는 7월 분양가상한제가 예정대로 시행되더라도 전국 모든 지역이 적용 대상은 아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0월 분양가상한제 시행 지역을 행정동별로 지정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예정 지역은 국토부가 지정한 서울 강남과 서초 등 13개 자치구, 경기 과천(5개동)과 하남(4개동), 광명(4개동)만이다. 나머지 지역은 분양가상한선 적용을 받지 않고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다.


이러다보니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이더라도 '때'를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업자들도 많다. 언젠가 '핀셋해제'가 나오지 않겠냐는 것이다.

피해갈 방법도 많아


분양가상한제를 피해갈 방법은 또 있다. 공공 재개발을 하면 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일 '수도권주택공급기반 강화 방안'을 발표했는데, LH와 SH공사 등 공공의 지원을 받아 추진하는 재개발 사업의 경우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면제해주기로 했다. 소규모 주택정비사업 역시 공공이 참여하고 공공임대를 10% 이상 공급하면 상한제가 면제된다.

분양가상한제 지역 해제를 기다리거나, 공공 재개발에 참여하거나, 부동산 사업자들에겐 넓은 선택지가 주어진 셈이다. 지난 2007~2014년 전국에 걸쳐 예외 없이 전면 시행됐던 분양가상한제와 비교하면 지금의 분양가상한제는 '종이호랑이' 수준으로 전락했다.
 
 분양가상한제 폐지 이후 아파트 가격 추이
분양가상한제 폐지 이후 아파트 가격 추이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분양가상한제가 전면 시행되던 지난 2007년 서울 아파트 값(KB부동산)은 3.3㎡당 3157만 원이었지만, 2008년 3127만 원, 2009년 2899만 원, 2014년 2720만 원으로 하락 안정세를 보였다. 정부 관료들은 집값이 오르는 일부 지역에만 한정한 '핀셋 규제'를 통해 집값 잡기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이 주장을 뒷받침할 통계는 없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정부 관료들은 예나 지금이나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싫어했다"며 "지금도 하겠다는 말만 하면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시행을 미루고 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분양가상한제 싫어했던 정부 관료들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정부 관료들의 입장은 사실 한결 같이 부정적이었다. 분양가상한제를 일부 지역에만 시행하자는 최초 제안은 박근혜 정부 때 국토부 장관의 입에서 나왔다. 아래는 지난 2016년 12월 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당시 강호인 국토부 장관의 발언이다.

"저희들도 사실은 주택이 정말로 지역별로, 그 다음에 주택 유형별로 세부적으로 필요한 곳에, 필요한 시기에 (분양가상한제) 조치가 되기 위해서는 행정 정책들이 아주 신축적이고 유연하게 발휘가 될 수 있어야 되는데...."

강 장관의 분양가상한제의 탄력 적용 제안은 문재인 정부에 와서 이뤄졌다. 지난해 10월 분양가상한제를 전면시행하지 않는 방안을 발표할 당시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의 말이다. 강호인 장관의 논리와 다르지 않다.

"운영방식에 따라서 공급에 부담이 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그런 공급에 주는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지금 정부가 운영제도를 설계해 가고 있다는 말씀 드리겠고요."

정권은 바뀌었지만, 제도와 정책을 입안하는 정부 관료들은 바뀌지 않았고 그들의 생각도 바뀌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성달 국장은 "정부 관료들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꺼려했고, 공공재개발이나 시행 시기를 늦추는 것도 그런 시각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며 "다가오는 분양가상한제 시행도 코로나, 경제위기 등 유예할 수 있는 핑계를 찾으려 고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분양가상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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