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생애주기초경에서 완경에 이르기까지 월경 주기는 사실상 여성의 삶 그 자체입니다.
이경란(디자인 소요)
5월 28일은 세계 월경의 날입니다. 월경에 대해 공개된 자리에서 이야기하기는 참 어렵죠? 가족이나 파트너,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한 자리에서도 월경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론 월경은 사생활이고 마땅히 존중과 보호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월경은 인류의 절반에 가까운 이들이 공유하는 경험입니다. 나아가 인류라는 종의 존속 기반이기도 합니다. 월경에 대한 공적인 관심과 논의는 여성뿐 아니라 인간 모두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꼭 필요합니다. 그러니 우리 용기를 내어 이야기를 시작해봐요. 세계 월경의 날이 세계 모든 사람들이 기억하는 의미 있는 날이 되도록 합시다!
일단 월경이 뭔지부터 알아볼까요? 여성분들이라면 모두 배우셨겠지만 모르시는 분도 계실테니까요.
- 월경은 뭔가요?
월경은 자궁의 요람을 새롭게 바꾸는 일입니다. 매달 자궁은 난자가 수정될 경우를 대비해서 아이를 품을 수 있는 자궁 내벽을 두텁게 쌓습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 수정이 되지 않으면 새로운 내벽을 쌓기 위해 이전 달의 내벽을 흘려 보내죠. 이것을 월경혈이라고 합니다. 월경혈은 문자 그대로 여성의 피와 살입니다.
- 그럼 주기는 뭔가요?
월경 주기는 자궁 내벽을 쌓고 허무는 호르몬의 변화와 관련됩니다. 그러나 월경 주기의 변화는 자궁에만 한정된 것이 아닙니다. 호르몬 수치에 따라 몸과 마음 모두가 쉼 없이 변화합니다. 심장 박동수와 체온과 체내 수분량에서, 시력과 청력, 가슴의 크기와 고통에 대한 감각과 기분과 생각까지 월경 주기의 질서를 따릅니다.
대략 11살 때 초경을 시작하고 51살에 완경을 한다면 그 사이 40여 년간 여성들이 겪는 매일은 (임신을 하거나 피임약을 먹고 있지 않다면) 모두 월경 주기 중의 하루입니다. 월경 주기는 사실상 여성의 삶 그 자체입니다.
자연 속에는 다양한 주기가 있습니다. 심장 박동, 들숨과 날숨, 낮과 밤, 달과 계절의 변화, 혜성의 출현까지, 주기는 우주를 아우르는 질서입니다. 월경 주기는 몸으로 직접 체험하는 위대한 자연 주기의 한 부분입니다.
- 월경은 여성을 불안정하게 하는 결함이 아닐까요?
주기를 따르는 변화는 불안정함과는 다릅니다. 여성의 몸은 늘 달라지지만 자신만의 리듬과 패턴을 따라서 변화합니다. 주기적이고 규칙적인 변화입니다. 여성들은 월경 주기에 따른 변화 속에 에너지가 확장되고 줄어드는 흐름에 따라 자신을 보살피는 법을 익힐 수 있습니다. 주기의 흐름을 탈 수 있는 여성은 정서적으로 더 안정되고 예측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월경 주기가 여성을 불안정하게 한다는 주장은 월경에 대한 무지와 수천년 해묵은 성차별의 잔재입니다. 여성에 대한 가스라이팅(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입니다.
- 당장 아이를 가질 것도 아닌데 월경은 왜 매달 해야 하는 걸까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요. 우리는 늘 월경을 임신만을 위한 것처럼 배워 왔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너무 낡은 교육 방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랑이 결혼을 위한 것이 아니듯, 월경도 임신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사랑이 결혼과 가정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그 자신만의 고유하고 온전한 가치를 지닌 것처럼, 여성의 월경 주기도 임신과는 별개로 고유한 정서적, 생리적 가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