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무김치 버무리기
장순심
올 봄 김치 담그기를 시도한 뒤로 깍두기, 알타리에서 파김치와 열무김치로 조금씩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가족들이 맛있다고 하고 남김없이 먹으니 재미도 있다. 아직 포기김치는 도전하지 않고 있다. 어찌어찌 담글 수는 있겠으나 절이고 씻고 양념 따로 만들어 버무리고 하는 과정은 마음에서도 몸에서도 아직은 버겁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채소 가게에 열무와 배추가 연하고 값싼 것이 있어 일단 장을 봤다. 각각 한 단씩 가져온 것으로 다듬고 절였다. 찹쌀가루가 있어 풀도 쑤고 다진 마늘에 새우젓과 액젓을 넣고 매실액과 양파즙도 넣고, 고운 고춧가루와 조금 굵은 고춧가루를 각각 양념에 섞는다. 여러 번 간을 봐야 하지만 보기엔 그럴듯한 열무김치가 완성됐다. 숨이 죽어 김치 통에 옮겨 담고 나니, 그 무섭던 김치가 조금은 만만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 매주 목요일마다 장이 선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채소와 과일, 생선과 잡곡류, 옷까지 없는 것이 없는 나름 구색을 골고루 갖췄다.
얼마 전 곡물 가게와 생선 가게를 거쳐 채소 가게를 지나는데, 그동안 시장을 다니며 열심히 찾았던 알타리가 눈에 띄었다. 가격도 친절하게 적혀 있었다. 4단에 만 삼천 원. 시장에서 어쩌다 한 번 마주쳤던 알타리보다 양이 조금 작은 듯했지만 이 정도면 가격은 괜찮다 싶었다.
이전에 담근 김치가 마침 끝을 보기 직전이라 뭐라도 담가야 한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결정적인 주인아주머니의 한 마디에 구매를 결정했다.
"무가 아주 달아요."
대파는 분명 아니고 쪽파라고 하기는 좀 찝찝한 게 보였다. 일단 당당하게 쪽파라고 부르며 얼마냐고 물었다.
"실파요? 이건 이천 원."
"아! 실파구나..."
모기 소리만 하게 말을 받고 나서 그것도 달라고 했다.
"한 단 다 넣으면 돼요."
친절하게 김치에 넣을 적정량까지 계산해서 말씀해 주신다. 나이는 잔뜩 먹어 실파인지 쪽파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오죽할까 싶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