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
이희훈
- 물류센터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 긴급기자회견에서 "자칫하면 상품을 배달하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를 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얘기한 '큰 쓰나미'가 온 것인가?
"저 멀리서 뭔가 오긴 하는데 그게 쓰나미인지 아니면 우리가 충분히 견뎌낼 수 있는 높은 파도인지는 모르겠지만 큰 파도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우리가 얼마나 빨리, 정확하게, 강력하게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큰 쓰나미일 수도 있고, 큰 파도일 수도 있고, 적절한 수준의 작은 파도로 소멸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 물류센터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취약한 곳이 도사리고 있는데.
"콜센터는 많이 모이고, 말을 많이 하는 등 활동양식 때문에 문제가 됐다. 그런데 물류센터는 많이 모이기도 하지만, 이 사람들이 감염되면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많이 다니기 때문에 접촉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위험성이 크다. 그 위험이 (지금) 현실화한 것이다.
물류센터의 위험성도 인지했지만, 거길 막으면 유통 대란이 벌어지기 때문에 해당 기업에서 철저하게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만약의 사태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응해주길 바랐다. 아쉽게도 방역수칙이 잘 안 지켜진 것 같다. 거기에 더해서 감염된 후에도 많은 사람을 모아서 통보하고, 그냥 계속 작업을 하게 하고, 심지어 며칠이 되도록 대외 배송직원들 명단(제출)을 협조하지 않는 등 지켜야 할 원칙을 지키지 못한 상황이 위험을 현실화시켰다.
그래서 다른 기업들도 이런 위험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막는 데 필요한 조치들의 비용 일부를 저희가 지원해주려고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이 빨리 발견하는 것이다. (위험을 아예) 없앨 수는 없다. 씨는 어딘가에 싹 뿌려져 있고, 어딘가에서 자란다. 자라면 이게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데, 우리가 어느 단계에서 개입해 정확하게 제거하느냐에 따라서 피해 규모가 전혀 달라진다. 조금만 방치하면 또 자라서 씨를 뿌리니까. 자라는 싹이 났을 때 최대한 빨리 발견해서 싹을 잘라야 한다."
- 쿠팡 측에서 대외 배송직원 명단 제출을 안 하다가 이 지사의 강제조사 방침 소식을 듣고 협조하기로 했다. 지난번 신천지 강제 조사 때와 비슷한 상황인 것 같은데.
"(쿠팡 측이) 전산으로 몇 분만 두들겨 봐서 (배송직원 명단) 파일만 보내면 되는데, 입수를 못 하고 있다고 해서, 뭔가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말로 해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회의 도중에 특사경(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과 포렌식 팀에게 (쿠팡 물류센터에) 가라고 지시했다. (쿠팡 측에) 전화통보를 하니까 바로 (명단을) 제출했다. 사안의 엄중함에 대한 인식이 좀 낮은 것이다. 어쨌든 바로 명단을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제가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에 대해서도 굳이 쫓아가서까지 검사를 한 이유가 있다. 당시까지 사람들이 (방역 행정에) 협조하는 것이지, 안 하면 그만 아니냐는 인식이 아주 강할 때였다. 제가 행정명령, 긴급명령 등 '명령'이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는 얘기가 있다. 일부러 그 단어를 많이 쓴다. 보통은 '조치'라는 단어를 많이 쓰지만, 제가 '명령'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사실 의도가 있다. '왜 건방지게 도지사가 나한테 명령하느냐' 이런 사람도 있긴 하더라.
그런데 원래 정부를 운영하려면 말로 해서 안 될 때 강제로 관철하기 위한 수단이 필요하다. 그게 권한이다. 그 권한을 다른 데에 쓸 수 있으니까, 부당이득 얻으려고 노리는 사람들이 없진 않다. 그러나 필요한 것이다. 권한은 법률과 규칙, 규정에 의해서 일반적으로 명령한다. 특별히 필요한 부분에 의무를 부과하는 행위를 명령이라고 한다. 이 명령은 물론 대통령이 한다. 그러나 우리는 지방자치제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군수, 도지사도 국민이 뽑은 법률상 대표체다. 여기도 명령권이 있다. 법에 의해서 의무를 부과할 권한이 있다.
경기도지사나 성남시장은 대통령이 시키는 걸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집행기관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제가 이번에 '그건 아니다, 지방자치제라는 것을 국민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라고 해서, 도지사도 행정의 일환으로 명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측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