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시민단체 기부금 재유입중앙일보 기사 내 도표 캡처
중앙일보
그 증거로 '국세청 공시'를 들먹였다. 도표까지 만들어 제시했다. 진보단체 기부금이 진보진영으로 '품앗이'처럼 재유입된 사례 중 하나로 전태일 재단과 부산지하철노조를 꼬집어 거론했다. 이 기사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2019년) 11월에는 전태일 추도식을 위해 부산지하철노조(외 43건) 등에 4085만 원을 지급한 거로 돼 있다."
전태일 재단(진보단체)의 기부금이 진보단체인 부산지하철노조(진보진영)로 재유입됐으며 이것이 '재벌 뺨치는 일감 몰아주기'라는 주장이다. 43건에 4085만 원. 건당 평균 95만 원이다. '일감 몰아주기'라는 표현이 적절한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이 주장은 사실일까?
2019년 11월 전태일 재단의 지출금 중 500만 원이 부산지하철노조에 제공된 사실은 확인된다. 하지만 지출 사유가 기사의 주장과 전혀 다르다. '진보 자본 재유입이나 일감 몰아주기'와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인다는 얘기다. 그 500만 원은 1988년부터 매년 수여해 온 '전태일 노동상' 수상자에게 지급되는 상금이었다.
잘 알려진 팩트 <중앙>은 몰랐을까?
부산지하철노조가 '전태일 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팩트다. 당시 <연합뉴스> 등 다수의 언론이 이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중앙일보>는 이 사실을 몰랐을까? 모른 채 쓴 기사라면 단순 오보다. 하지만 알고 쓴 기사라면 얘기는 다르다. 상금 수여와 수령 역시 '자본 재유입이나 일감 몰아주기'의 한 방편이라는 주장을 편 셈이 되니까.
이쯤에서 부산지하철노조가 수상자로 선정된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태일 재단이 밝힌 수상자 선정 이유다.
"부산지하철노조 조합원 3000여 명은 부족한 현장 인력을 확보해 시민안전과 공공서비스의 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의 하나로 자신들의 몫인 370억 원의 재원을 내놓아 회사 쪽과 540명 신규채용에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