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12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빈소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그렇지만 대한항공은 현재 상황이 못마땅한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11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서울시의 송현동 공원 지정 추진과 관련해 고충민원을 냈다.
대한항공은 "(경영 위기에 대응한) 핵심 자구 대책인 송현동 부지 매각 추진이 서울시의 일방적 문화공원 지정 추진, 강제수용 의사 표명 등에 따라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며 "피신청인(박원순 서울시장)의 매각 방해 시도의 위법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즉, 토지 매각을 통해 이익을 더 남길 수 있는데, 서울시가 공원을 추진하면서 계획이 엉클어졌다는 것이다.
매도자인 대한항공이 이렇게 나오면 매각 자체가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오래 버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대한항공이 민간 매각을 위해 추진했던 송현동 부지 예비입찰에는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서울시가 현재 열람 공고 중인 북촌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이 확정되면, 대한항공이 소유한 송현동 땅은 공원 용도로만 활용될 수 있다.
만약 대한항공이 토지 매각을 계속 거부하면, 서울시는 해당 토지에 대해 강제수용권도 행사할 수 있다. 땅주인 의사와 상관 없이 일정 부분 보상액을 주고 땅의 소유권을 서울시가 갖는 방식이다. 서울시로서는 굳이 대한항공이 제시하는 가격에 따라갈 이유는 없다.
앞서 대한항공은 서울시 측에 "최고 가격에, 최단 시간에 팔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한 바 있다. 대한항공은 서울시에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하진 않았지만 업계에선 5000억 원 이상을 기준선으로 보고 있다.
막대한 시세차익에도 세금 안 낼 가능성
주목할 점은 땅을 팔아 최소 1500억이 넘는 시세차익을 올려도 세금을 하나도 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한항공 같은 법인의 경우 자산 매각과 영업 활동 등 1년 소득을 모두 계산해 법인세를 낸다. 송현동 땅을 판 돈도 전체 1년 소득에 합산돼 세금이 부과된다. 따라서 만약 법인 영업이익이 큰 폭의 적자일 경우 법인세를 내지 않을 수도 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566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2분기엔 화물 수요가 늘어나 선방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지 않으면 항공산업 침체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의 올해 적자폭이 커질 수록 송현동 땅을 팔아 남긴 양도 차익에 대한 세금 면제 가능성도 커진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법인이 부동산 매각을 통해 시세 차액을 누리면서도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법인 적자를 부동산 시세 차액으로 상쇄해 양도세를 피하는 상황에 대해 제도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기업이 생산 활동을 하지 않고 단순히 토지 매각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면, 향후 기업 활동도 그런 쪽에 집중될 것"이라며 "기업들이 토지 보유를 하면 개인보다 세제 혜택이 더 많은 게 정당한지 점검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기업들이 보유한 땅을 팔 때 발생하는 이익에 대해 세금을 제대로 내도록 과세 체계를 점검하고, 공공의 토지 보상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한 번쯤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현동 땅은 어떤 곳?]
조선시대엔 대대로 세도가들의 거쳐
해방 후에는 미 대사관 숙소 → 국방부 → 삼성생명 → 대한항공
7성급 호텔 지으려던 꿈, '땅콩회항'과 함께 물거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