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아주대학교
전국의 로스쿨생들은 6월, 8월, 10월 변호사시험 모의고사를 치른다. 정종훈씨에 따르면 그 성적과 위 과목에서 치른 한 차례의 시험(아주대 로스쿨 자체 모의고사) 성적을 놓고 교수들이 '변호사시험 합격 가능성이 낮은 학생'들을 선별한 뒤 변호사시험장에 들어가는 것을 막고자 의도적으로 F학점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위 과목들은 합격률 착시효과를 위한 아주대 로스쿨의 '최종병기'인 셈이다.
이에 대해 아주대 측은 "교수들이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학점을 부여한 것"이므로 문제 될 것이 없다면서 "이는 정종훈 학생이 제기한 가처분 소송에서 법원도 확인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가처분은 긴급한 구제를 위한 임시처분일 뿐 가처분 불인정이 곧 아주대 로스쿨의 학사 운용에 대한 적법 인정은 아니다. 또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이 정씨의 학위 인정에 관한 본안소송을 공동대리하고자 관련 절차를 검토하고 있어 본격적인 법적 분쟁은 이제 시작 단계에 있다.
아주대 로스쿨의 'F학점 꼼수'를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정종훈씨는 3학년 1학기까지 F학점을 받은 일이 없다. 3학년 2학기의 다른 과목들에서도 마찬가지. 특히 그 학기에 로스쿨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민사 과목에서는 A학점을 받기도 했다. 또 6월 변호사시험 모의고사에서 높은 성적을 거둔 이른바 '졸시 통과자'이기도 하다.
적어도 아주대 로스쿨의 최종병기가 작동되지 않았다면 정씨 등이 F학점을 받고 미졸업자가 되어 변호사시험장에 들어설 권리를 박탈당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거란 얘기다. 정씨는 모교 로스쿨의 문제를 세상에 알린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제가 제적자가 되어 법조인의 길을 가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불합리한 학사 운영에 침묵하는 것은 예비법조인의 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동기 아이들이 졸업 자격이 충분함에도 무려 1/4이나 졸업장을 받지 못하고 변호사시험장에 들어서지조차 못하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만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씨는 졸업 자격에 관한 위원회에 출석해 "끝까지 모든 학생들이 함께 완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위원회의 전원 기각으로 정씨를 비롯한 아주대 로스쿨 졸업자격 탈락자들의 학위취득 요구는 거부되었다. 그 자리에는 정씨와의 면담에서 "대를 희생하느냐 소를 희생하느냐가 문제"라며 "학교가 자선사업단체는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한 교수도 있었다.
합격률을 높아 보이기 위한 꼼수
로스쿨 교육과정의 파행운영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어느 한 로스쿨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른바 로스쿨의 '졸시칼질'은 로스쿨생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하다. '졸시칼질'이란 로스쿨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조금이라도 높아 보이기 위한 일종의 '분모 줄이기 꼼수'다.
해마다 전국의 25개 로스쿨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공개하는데, 분모를 입학정원이 아닌 졸업생으로 제한하면 합격률이 높아 보이게 된다. 이를 위해 상당수의 로스쿨이 교육과정을 무사히 이수한 졸업예정자들을 그대로 졸업시키지 않고 졸업시험이라는 미명하에 모의시험 성적으로 합격 가능성을 예단한 뒤 '수료자'로 만들어 신림동으로 향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낮아지면서 이런 편법은 한층 심화되어 왔다. 사실 아주대 로스쿨의 3학년 2학기 분쟁과목의 F학점 부여를 통한 합격률 높이기 꼼수는 10년간 지속되어온 편법이다. 하지만 합격률이 높던 1~2기 때에는 부당하게 졸업 자격을 박탈당하고 변호사시험 응시권을 침해받는 이들이 적어 크게 문제 되지 않았던 이 편법이 합격률이 낮아진 최근 몇 년간 상당수 학생을 잘라내며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로스쿨 교육이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나 파행적으로 이뤄지고 있은 지 이미 오래다. 실무적 변호사를 양성하겠다던 로스쿨의 실무수업은 교수가 빨간펜 선생님이 되어 답안지를 채점해주는 수업으로 변질됐고 전문적 변호사를 양성하겠다던 로스쿨에서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은 전공과 결합된 법 공부를 하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럴까? 대체 왜 로스쿨 교수들은 오로지 변호사시험 합격률만 염두에 두고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대체 왜 로스쿨생들은 고액의 등록금을 내고도 로스쿨다운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오로지 시험공부만 하고 있을까? 그것은 바로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2020년 변호사시험 합격률로 알려진 53%는 각 로스쿨과 법무부가 의도적으로 분모를 줄여 산출한 기만적인 수치다. 3년의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하고도 졸업 자격을 박탈해 시험장에 못 들어간 이들의 존재를 아주대 로스쿨이 단적으로 보여준다.
근본 원인은 법조계의 기득권 옹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