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심각해진 발달장애인 부양 문제를 알리고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촉구하고 있다.
이희훈
발달장애인을 자식으로 둔 부모들 역시 코로나19의 '사회적 거리 두기' 등으로 각종 돌봄 사업들이 중단·축소된 것이 "장애인·장애인 가족에게 '죽음'을 가져왔다"라고 날을 세웠다. 실제로 지난 3월 제주에 이어 6월 초(3일) 광주에서도 고통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은 모두 '발달 장애학생과 그 어머니'였다.
"주간보호센터 등 복지시설 휴관 등으로 발달장애자녀의 돌봄·지원을 오롯이 감당하는 건 부모였다. 어떤 서비스도 이용하지 못하고 모든 활동이 단절되고 생활 루틴이 깨지면 발달장애인들은 더 폭력적이고 도전적 행동을 하게 된다. 결국 이들은 죽음에 내몰렸다."
최용걸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정책국장은 재차 "코로나19 기간 발달 장애인 서비스 중 복지관, 주간보호센터는 모두 휴관했다"라는 점을 지적했다. 대면접촉이 아닌 안부 전화를 하는 것 외에 생활패턴이 변화해 폭력적 행동이 드러날 때의 발달장애인을 위한 고려는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대한작업치료사협회가 공동으로 전국에 발달장애자녀를 둔 부모 158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도 코로나19 때 발달장애인의 생활패턴이 변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생활패턴의 변화에 취약한 발달장애 자녀의 생활패턴이 코로나19 기간에 부정적으로 변화한 경우가 87%, 이로 인해 부모가 심한 돌봄 스트레스로 건강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73.7%에 이르렀다.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격리 등으로 발달장애인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행동으로 표출할 때 이들을 종일 돌보는 가족의 신체적·정신적 부담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는 결과다.
최 국장은 "발달장애인 돌봄이 가족에게 몰리는 상황에서 장애인가족지원센터와 발달장애인지원센터는 발달 장애인과 그 가족의 코로나19 확진 또는 자가격리 현황도 파악하지 않았다"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어려움에 대한 어떠한 지원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라고 토로했다.
최 국장은 "감염병이 퍼져나갈 때 장애와 관련한 집합적 서비스를 지원하는 기관의 경우 무조건 휴관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1:1 지원 혹은 긴급돌봄을 지원할 수 있도록 강화해야 한다"라면서 "특히 지역거점 병원은 이러한 위기 상황 발달장애인뿐만 아니라 장애인이 입원해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신장장애인, 15명 죽었지만...
"코로나19의 13번째 환자인 70대 남성은 신장이식한 장애인이었다.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고 병원진료 대기 중 이틀 만에 사망했다. 발열 이외 특별한 증상이 없어 경증으로 분류되어 입원 대상 뒷순위로 밀린 것이다. 하지만 만성신부전증으로 신장이식 받은 신장장애인들은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고 있어 일반인에 비해 면역저하로 바이러스 저항력이 없다.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어야 한다."
이영정 한국신장장애인협회(이하 협회) 사무총장은 코로나19로 신장장애인의 생명이 위협을 받는다며, 실제로 사망에 이른 사례를 밝혔다. 그는 "신장장애인들은 기저질환자들로 고위험군에 속하며 코로나19 감염이 되었을 때 치사율이 굉장히 높다, 병원에서 확진자 발생이 되었을 때 집단감염의 위험도 굉장히 높다"라고 운을 뗐다.
협회에 따르면 국내 신장장애인은 2019년 말 기준 9만2400여 명이다. 이 중 75%가 투석환자다. 투석환자의 대부분은 혈액투석자 즉 신장장애인들이다. 이들이 평균 주 3회 찾는 혈액투석실은 밀폐된 공간이다. 이곳에서 환자 20~50명이 함께 투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혈액투석실에는 방역 장비와 음압시설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 곳은 드문 상황이다.
신장장애인이 코로나19 의심환자,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면 위험을 안고 찾는 병원마저도 갈 수도 없다. 이렇게 제때 투석을 받지 못하면, 신장장애인은 체내 요독이 쌓인다. 신장 기능이 떨어지다 보니 소변으로 배출돼야 할 각종 노폐물이 혈액 속에 축적되기 때문이다. 고혈압에 호흡 곤란 증상도 일어날 수 있다.
실제 사례도 있다. 경북 경산에 사는 양모씨는 지난 2월 21일 대구지역 의료기관에서 마지막으로 투석을 했다. 자가격리를 하던 2월 25일 몸이 붓고 코피를 쏟았다. 요독으로 추정될 수 있는 증상이다. 양씨는 2월 26일 오전 4시에 강남성모병원에 응급 이송해 긴급투석을 받았지만, 이미 요독이 많이 쌓여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이 사무총장은 "오늘(6월 23일)을 기준으로 코로나19 확진후 사망한 신장장애인은 15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은 코로나19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지 않고 방치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신장장애인들은 본인이 다니는 병원에 코로나19 확진자, 의심환자, 자가 격리자가 나와도 병원을 옮기기 쉽지 않다. 결국 기존에 다니는 병원에서 투석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병원을 찾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라면서 "신장장애 의심환자, 자가 격리자가 발생했을 때 별도의 격리 투석병원이 필요하지만 이와 관련한 지침은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 사무총장은 "신장장애인들은 코로나19 감염보다 투석 제때 못 받아 죽을까 봐 더 겁난다라고 말한다, 그게 신장장애인의 현실"이라면서 정부에 ▲신장장애인 고위험군 분류 필요 ▲신장장애인 자가 격리 병원 마련 ▲인공신장실 의무소독 및 환기시설 마련 ▲신장장애인 응급이동지원센터 지자체별 설치 등의 정책을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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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죽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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