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유성호
- '폐플라스틱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란이 곧 닥치는 건가.
"굉장히 많은 변수가 있어 단정하긴 어렵다. 다만 재활용업체의 경영 상태가 굉장히 악화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세계적인 경기 침체 등으로 재활용 쓰레기의 수출길이 막혔다. 여기에 최근 플라스틱 사용량은 증가했지만 단가는 하락해 재활용업체들이 도산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언제 '쓰레기 대란'이 터진다고 예측할 수 없지만, 위기 상황은 맞다. 여기에 우발적인 상황이 겹친다면 그게 불씨가 돼 '빵'하고 터지게 될 것이다."
- '빵'하고 터진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최악의 경우 수거 포기 사태가 올 수 있다. '2018년 폐비닐 대란'을 떠올리면 된다.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모니터링이 필요한 시기다. 정부나 지자체가 손 놓고, 적극적인 행정을 하지 않으면 2018년과 같은 '폐비닐 대란'이 재현될 수 있다. 재활용업체들이 잇따라 수거 포기를 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의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2018년 폐비닐 대란'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공동주택(아파트)의 일부 재활용 수거업체들이 비용 부담을 이유로 비닐류 수거를 중단하면서 발생한 사회적인 혼란이다. 당시 재활용수거 업체들이 폐비닐에 이어 페트병과 폐지 등도 잇따라 수거 중단을 선언하면서 '폐기물 대란'으로 번졌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당시 재활용업체 긴급지원에 나서 소각처리 비용을 지원하고, 직접 수거에도 나섰다. 여기에 수거업체와 아파트단지 간 계약 조정을 독려하면서 문제를 해결한 바 있다."
- 2018년 폐비닐 대란 때와 지금은 어떻게 다른가.
"2018년 폐비닐 대란은 중국에서 폐기물 수입을 금지해 재활용업체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빚어졌다. 지금은 사정이 더 악화했다. 여전히 중국은 폐기물 수입 금지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에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유가 하락 등이 겹치면서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 이번에도 재활용 수거업체들이 폐비닐 수거를 포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폐기물량이나 자원순환 차원에서 살펴보면, 폐플라스틱 수거 포기를 하는 게 더 큰 문제다."
- 한국은 재활용률이 세계 2위(2013년 기준)다. 그런데 왜 문제가 되나.
"구조적인 문제다. 흔히 가정에서 나온 폐플라스틱은 재활용업체가 수거해 선별작업장에 간다. 여기서 폐플라스틱은 재생원료가 되거나 아니면 매립, 소각된다. 간단하게 말하면 폐플라스틱은 '수거→선별→재활용' 과정을 거쳐 재활용되거나 땅에 묻거나 불에 태우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를 모두 민간업자(재활용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재활용 시장이 잘 돌아갈 경우 굉장히 적은 비용에 효율적으로 재활용 폐기물을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경기 침체 등으로 재활용 시장이 침체돼 민간업자(재활용업체)의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쓰레기 대란이 일어나게 된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가정에서 나오는 쓰레기에 대한 민간업자 의존도가 높은 한국만의 특징이다."
- 다른 나라는 어떤가?
"일본과 유럽 등은 지자체에서 재활용폐기물의 수거와 선별을 책임진다. 따라서 재활용업체에서 재활용폐기물 수거를 거부해 대란이 발생하는 일은 없다. 법적(폐기물관리법)으로 재활용품 수거에 대한 선별 책임은 지자체에 있다. 반면 한국은 민간에 이를 맡기고 있다."
- 재활용폐기물 문제는 코로나 확산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봐야 할까?
"코로나19가 흐름을 가속화 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다. 흔히들 코로나19 여파에 배달음식 급증과 택배 증가하면서 플라스틱 사용량이 증가했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제대로 된 분석은 아니다. 특히 배달음식 시장은 3년 사이에 무려 5배 이상 커졌다. 일회용품 사용량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흐름을 코로나19가 가속화 시킨 영향은 있으나 플라스틱 제품 사용량 증가 추세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 매립하거나 소각하면 안 되나?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매립 또는 소각해야 한다. 하지만 매립과 소각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시킨다. 현재로선 최대한 폐기물을 기존대로 처리하는 게 방법이다. 무엇보다 정부와 지자체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재활용업체의 폐플라스틱 수거 포기 사태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
-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무엇인가?
"재활용업체가 수거·선별한 재활용품이 팔리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야말로 '파국'이다. 이때는 공공 비축을 더 하든가 아니면 소각해야 한다. 플라스틱을 매립하고 태우면 좋지 않다."
"'쓰레기 수거 포기 사태' 막으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