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 회원들이 2018년 5월 3일 오전 서울 노원구 북부교육지원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쿨미투 운동 지지 선언을 하고 있다. 그해 4월 6일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 학생들은 교사 성폭력을 공론화하기 위해 학생들이 포스트잇으로 '미투, 위드유' 문구를 만들었다.
이희훈
여기저기 발품을 팔고 전화를 돌려 수소문을 해본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어디에 정보가 있는지 사막에서 바늘 찾기다. 단지 용화여고 스쿨미투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한 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게다가 공권력 앞에서 괜히 작아지는 시민이라 정보를 알 수 있는 곳에 전화를 한 번 걸기 위해서는 큰 숨을 몰아쉬어야 한다. 전화가 연결돼도 피해 당사자가 아니기에 관련 서류를 보자고 할 수도 없다. 담당 주체들도 여기저기 나누어져 여기서 들은 말을 저기서 확인해야 한다. 담당 부서의 일원화 또는 태스크포스팀이 필요한 이유다.
피해자는 "과거에 답이 있다"라고 말했다. 졸업생은 재학 시절 교사에 의한 성폭력 고통을 호소하고 멈추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응답받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랬기에 졸업한 이후 공론화를 통해 사회와 국가에 호소한 것이다.
법과 직접 관련 없이 살아온 사람에게, 그것도 학생에게 공론화와 사법절차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공론화 이후 재판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이것이 옳은 방법인가'라는 고민으로 보낸 날들을 남들이 어찌 다 알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끝까지 이 길을 택한 건 제대로 처벌이 되지 않으면 또 다시 그 뿌리가 살아나 지속되는 걸 보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렵고 두려운 일이지만 정의를 위해 용기를 냈는데 그 목소리를 무시해버렸다면 이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반드시 그 목소리를 살려내야 한다. 잃어버린 목소리를 찾아서 그 상처를 위로해주고 학생을 제자가 아니라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교사의 성폭력을 엄벌로 뿌리 뽑아야 한다.
그 목소리는 어디서 찾을 것인가. 먼저 어디서, 어떤 단계에서 소실됐는지 궁금하다. 학교와 교육청은 스쿨미투를 인지하면 경찰에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 실제로 신고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왜 그 목소리는 사라졌는가. 사라진 목소리는 살피지 않았나. 경찰은 그 목소리를 살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스쿨미투를 지지하면서 그 과정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들은 바가 있다. 성범죄는 피해자의 진술이 없으면 법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고 한다. 진술이 어려운 학생들이 피해자인 스쿨미투에도 똑같은 법 절차를 들이민다면 너무 절망적이다. 스쿨미투 특수성을 간과하면 안 된다. 학교에서 교사에게 성폭력 당한 경험이 있다고, 피해가 있었다고 말한 주체가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이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이후 진행될 법절차에 대해 잘 몰라 두려움이 있거나 입시에 대한 압박감으로 경찰서 방문과 진술을 망설인다면 이들을 지원해야 할 교육당국이나 수사를 해야할 경찰은 어떻게 하는 게 최선이었을까.
경찰이나 검찰은 인지수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범죄가 인지됐다면 수사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는가. 교육청이 학생을 대신해 사법절차 진행을 주도할 수는 없었을까. 하지만 교육청은 노원경찰서 수사개시 통보를 받은 이후에는 진행 과정을 살피지 못했다고 한다. 학생을 생각한다면 학내 범죄가 있는데 진술이 없어 수사를 멈추거나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을 내릴 수는 없다.
2018년에 교육부, 법무부, 여가부 장관이 교육감과 함께 스쿨미투를 해결하겠다고 지역을 찾았다. 그 중심에 있던 용화여고 스쿨미투를 피해 학생들의 진술 없음으로 종결했다면 장관님들의 행차에 진정성 있었다고 누가 믿겠는가.
"의도는 없었다"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