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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선택을 둘러싼 두 가지 시선, 무책임과 책임

[박원순 사건, 이렇게 본다] 너무나 쉽게 '나쁜 죽음'으로 단정하는 것에 반대한다

등록 2020.07.13 14:24수정 2020.07.1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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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유명을 달리한 이후 여러 의견과 평가나 엇갈리고 있습니다. 다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가 지난 11일 오전부터 서울시청앞에서 운영되어 시민 조문을 받기 시작했다. 오후들어 시민들이 수백명으로 늘어나면서 서울광장을 한바퀴 돌아 시청옆 골목까지 밀려서 1시간 가량 기다려 조문을 하기도 했다.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가 지난 11일 오전부터 서울시청앞에서 운영되어 시민 조문을 받기 시작했다. 오후들어 시민들이 수백명으로 늘어나면서 서울광장을 한바퀴 돌아 시청옆 골목까지 밀려서 1시간 가량 기다려 조문을 하기도 했다.권우성

고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조문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 야당 국회의원이 공개적으로 조문 거부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이 더 커졌고 서울시의 공적 장례 절차 추진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가자도 계속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박 시장에 대한 공적 조문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입장은 '박 시장이 극단적 방식을 취함으로써 고소에 대한 조사 및 재판을 통해 자신의 행위에 대한 시비를 가릴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막았다'는 것이다. 

또한 '고소 사건이 종결 처리 되면서 고소인이 더 이상 자신이 당한 일을 공적으로 해결받지 못하고 그것으로 인한 부담과 고통을 평생 마음에 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박 시장에 대한 조사 및 처벌 과정을 통해 유사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가질 수 있는 사회적 학습 기회를 가져야 하는데 그것이 불가능해 졌고, 자칫 극단적 방식을 통해 가해자가 모든 것을 덮고 가는 방식이 계속 문제 해결 방식으로 남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가 이뤄지고 있고, 공적 장례 및 조문 자체가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다'라는 주장도 빼놓을 수 없다. 

먼저 고인에 대한 마구잡이 비난이 허용돼서는 안된다는 것과 동일한 이유로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는 당연히 있어서는 안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적극적으로 조치해야 하며, 현 상황에서 큰 충격과 부담을 느낄 수 있는 고소인을 지지하는 다양한 움직임 또한 피해호소인에 대한 연대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아쉬움

피고소인이 죽음을 택함으로써 고소 사건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지지 못한 것은 우리 사회뿐 아니라 모두에게 안타까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고소가 이뤄졌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알려진 것이 없는 상태에서 사건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공적 기회가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고인의 이러한 선택을 무책임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고인은 1차적으로 죽음을 통해서 자신의 책임을 인정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극한의 방식으로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졌다고 본다. 물론 박 시장은 어떤 말도 구차한 변명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스스로도 그런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조사 과정에서 자신이 겪을 불명예스러운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이러한 방식을 선택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나는 자신을 변호할 기회를 포기하고 상황을 인정하고 생을 마감한 것은 아쉬운 점이 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책임을 다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측면에서, 고소 사건이 종결 처리되면서 고소인의 피해에 대한 공적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맞다. 하지만, 어떤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의 결과가 고소인이 의도했던 피해 회복의 방법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고소인이 요구하는 방식의 피해 회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사 및 재판이라는 공적 절차 방식의 접근만을 통해선, 고소인이 희망하는 방식·수준의 피해 회복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인의 선택으로 인해 드러나야 할 상황이 드러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다시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학습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는 입장도 있다. 하지만 조사와 재판을 통해 비난받는 모습이 지속적으로 언론에 노출돼야만 충분한 학습이 이뤄진다고 볼 수 있을까?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존경을 받아왔고, 유력한 대선주자로 평가됐던 고인이 하루아침에 비난의 대상이 돼 극단적인 선택을 한 충격적인 상황에서 우리 사회는 이미 힘든 학습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모든 상황에서 내일을 위한 교훈, 실질적인 대책을 찾아야 하는 것은 마땅하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선택을 비난하는 이유는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일을 위한 교훈은 처해 있는 상황에서 내일을 살아가는 사람이 찾아야 하는 것이다.

조문을 둘러싼 논란, 그리고 
 
 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고 박원순 서울시장 영결식에서 한 시민이 운구차량에 손을  얹고 기도하고 있다.
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고 박원순 서울시장 영결식에서 한 시민이 운구차량에 손을 얹고 기도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박 시장에 대한 공적 장례와 조문이 고소인에게 불편한 감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은 당연하다. 자신이 겪었던 그 사건으로 고인을 평가할 고소인에게, 자신과는 다른 고인에 대한 판단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고인에 대한 조문을,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고인을 전적으로 옹호하거나 사건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본다. 

상황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로 조문을 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에 대한 실망과 원망, 비판 속에서도 조문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차원의 장례가 이뤄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이뤄져야 할 고소 사건에 대한 평가와 비판은 그대로 수용하면서 오랫동안 서울시를 위해 그가 했던 헌신과 기여를 고려할 때, 재직 중 유고했을 때, 서울시 차원의 장례는 마땅한 예우이기 때문이다.

충격과 논란, 갈등 속에서도 이 글을 쓰는 것은 그의 선택을 너무나 쉽게 무책임한, 나쁜 죽음으로 단정하는 것에 대한 다른 생각 때문이다. 자신의 행위에 대한 정당한 절차가 이뤄지기 전에 스스로의 삶을 포기하는 행위를 무책임한, 나쁜 것으로 단정할 수 있는 경우는 존재한다. 행위의 범위나 결과로 볼 때 당사자가 아니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박 시장의 경우는 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마지막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감당해야 할 범위를 넘어서는 부분까지 책임을 졌다고 생각한다. 비록 고인은 없지만 과거를 되짚어 보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고소인의 고통과 부담을 더는 동시에 이번 사건을 통해 깨달아야 할 것을 찾을 수 있는 역량을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공적 장례 절차가 종료된 이후에도 박원순 시장과 관련된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그동안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상황을 직면할지도 모른다. 어떤 경우든 고소인의 피해와 권리뿐 아니라 고인의 마지막 선택과 책임도 함께 고려하는 가운데 사건이 다뤄지기를 희망한다.
#박원순 #성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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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독일에서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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