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도전 선언한 박주민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은평갑)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29 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출마선언문을 통해 "시대를 교체하는 첫번째 정당이 되겠다"라고 밝혔다.
남소연
평소 고등교육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기사 검색을 자주 하는데, '박주민 의원 "전국 10개 거점 국립대학 네트워크 구축해야"'(전북일보, 07월 21일)라는 기사가 보였다. 기사를 읽어보니 지난 21일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차기 당대표 출마를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10개 거점대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박주민 의원의 발언을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유튜브를 찾아보니,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백브리핑 현장에서 지역 균형 발전에 관한 기자 질문에 답하는 박주민 의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도권에 인구 절반이 살고 있고, 나머지 절반이 수도권에 살고 싶어 하는 세계 유일무이한 나라다. 이것 때문에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 국회 이전 동의한다. 더 나아가서 전국 10대 거점대학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서 그것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엮는 방법, 그래서 10개 거점대학에 어디를 다니더라도 같은 졸업장을 받을 수 있는, 같은 수준의 공부를 받을 수 있는 그런 시스템 필요하다."
거점대 집중육성은 문재인 정부의 고등교육 공공성 강화 정책과제 중 하나였고 전임 김상곤 장관과 현 유은혜 장관도 거점대 집중 육성을 자주 거론해왔다. 이들뿐 아니라 여러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교육 문제에 관심 있는 여러 교수도 고등교육 정상화와 지역 균형 발전 방안으로 거점대 집중 육성을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거점대 집중 육성이 고등교육 공공성 강화와 지역 균형 발전에 도움이 되느냐다. 그런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방안이기에 비판할 수밖에 없다.
국립대학 서열화... 거점대학 육성 안 해도 이미 공고해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문제점은 국립대가 사립대보다 현저히 적어 고등교육을 민간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고등교육 재정도 형편없어 OECD 국가들이 GDP의 1%를 고등교육에 투자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그 절반인 0.6%에 불과하다. 국가가 고등교육을 방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학 서열화 폐지, 학벌 철폐는 고등교육 정상화와 공공성 강화, 기득권 해체를 위한 오래된 과제이지만 문제는 중고등 학생과 학부모만 돼도 대학 순위를 읊을 수 있다. 사회에서 대학 서열화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국립대학의 서열화도 공고하다. 서울대를 정점으로 거점 국립대, 지역 국립대순으로 되어 있는 낙후된 지역일수록 하위권 대학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거점대는 서울대, 강원대, 충남대, 충북대, 전북대, 전남대, 경북대, 경상대, 부산대, 제주대 등 10개 대학을 말한다.
하지만 거점대는 법률 용어는 아니고 거점국립대 총장협의회에 가입한 학교를 '거점대학교'라고 통칭 부르는 임의적인 명칭일 뿐인데도 거점 국립대학은 다른 국립대학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가로부터 정부 재정 지원을 독식하는 등 각종 특혜를 받아 성장해 왔다.
각각의 거점대는 국가의 집중 지원 결과 의과대, 약대, 수의과대(부산대 제외), 법학전문대학원(경상대 제외) 등이 설치되어 있다. 10개 거점대 교수와 학생이 잘나서 대학 서열의 상위에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 재정이 집중적으로 지원되어 왔기에 나타난 결과일 뿐이다.
이미 거점대는 다른 지역 국립대와 비교해 정부 재정 지원을 독식하고 있는 상태에서 10개 거점대를 또다시 집중 육성한다는 것은 대학 서열화 해소는커녕 학벌을 공고화하는 것이고 이 결과는 지역 균형 발전에도 역행한다.
거점대를 집중 육성할 경우 나머지 국립대들은 상대적 차별감이 더욱 클 것이고 이 정책이 진행될수록 거점대학으로 학생들이 몰릴 것은 자명한 일이다. 거점대 집중 육성으로 그 대학들이 있는 서울, 춘천, 청주, 대전, 전주, 광주, 대구, 부산, 진주, 대전을 발전시키면 지역 균형 발전이 이루어질까?
상대적 박탈감에다가 집중 육성 정책에서도 소외된 강릉, 공주, 군산, 안동, 충주 등 지역 곳곳에 있는 나머지 국립대학들은 지금도 정부 재정지원이 부족하다고 호소하는데 이들 대학은 알아서 살아 남하야 하는 것일까? 이들 대학의 소재한 지역의 균형 발전은 무시하면 되는 것인가?
국가 정책 대부분이 수도권 중심이고, 교육 재정 투자도 집중되면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갈수록 대학 서열은 떨어진다. 수도권 대학을 나와야 좋은 기업에 취직할 수 있기에 사람은 수도권으로 몰리고 이런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 균형 발전, 지역 대학 육성 정책이 탄생했다.
이러한 현상이 문제라며 수도권 분산, 지역 균형 발전을 누구나 말하지만 정부 관료, 국회의원 등 힘깨나 있는 사람들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거점 10개 대학은 국공립대 안에서 상위권에 있기에 다른 국립대들과 섞이기 싫어한다. '거점 국립대학협의회'를 만들어 서열 하위권의 다른 대학들이 자신들의 세력 안으로 침범하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그어 놨고, 해마다 거점대 교수, 직원 학생들끼리만 모여 그들만의 리그인 '거점 국립대 제전' 행사를 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립대는 현재 위기다. 거점 국립대와 지역 국립대의 불균형 간극이 더욱 커지고 있고, 수도권 집중의 고등교육 정책으로 지역의 국립대학은 사립대학에 비해 위상과 역할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사립대학에 비해 국립대학이 현저히 적어 국립대학의 존재 의의와 역할이 의심받는 위기의 상황에서 국립대 구성원들은 교육재정 확충과 국립대학의 공공성 강화 등을 위해 단결된 힘과 하나된 목소리로 잘못된 정부 정책을 바꿔내야 할 중요한 시기에 놓여 있다.
자칫 거점 국립대 집중 육성 주장에 들떠 다른 국립대학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가로부터 각종 특혜를 받아 성장해 온 거점 국립대학의 기득권 지키기로 오해받지 않도록 거점 국립대 구성원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2020년 현재 고등교육법에 따라 설립된 전국의 국공립대는 50개이다. 국립대가 42개(교대 10개 포함), 공립대가 8개이다. 10개 거점 국립대 집중 육성이 아니라 교대를 제외한 40개 대학을 네트워크화해서 집중 육성해야 한다. (교대는 교원 양성 특수목적대학이기에 10개 교대 네트워크를 추진해야 한다.) 전국 모든 국립대 지원에 적극 나서야 진정한 지역 균형 발전이 이루어진다. 국공립대부터 평준화시켜 대학 서열화를 완화시키고 이를 경험으로 사립대까지 포함하는 대학 서열화 철폐를 완성해야 한다.
박주민 의원의 10개 거점대 육성 주장은 대학 서열화 철폐에도 지역 균형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 이 주장을 재고해 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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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 공공성 강화, 대학 개혁을 위한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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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 의원님, '거점대 네트워크'에 이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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