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가 시행된 6월 18일 오전 서울 상암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교육에서 대학입시가 가지는 영향력은 얼마나 될까요? 아마도 '블랙홀'이라는 명칭을 붙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거예요. 그만큼 대학입시는 모든 교육적 논의를 빨아들이고 심지어는 무력화시키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죠.
자기 자식을 남과는 좀 다르게 키워보고자 하는 부모라도, 본인 스스로의 길을 가도록 키우고 싶은 부모라도 대학입시 앞에만 서면 급해집니다. 미리미리 준비시키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고, 그 한 번의 실패가 인생의 실패로 이어질 것 같은 조바심을 대한민국 부모들은 다 가지고 있습니다.
한 진보교육감도 '왜 자녀를 특목고에 보냈냐'는 일침에 머쓱해진 적이 있는데요. 그만큼 대학입시를 앞에 두고는 보수와 진보 상관없이 일단은 명문대에 합격하고 봐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이 대학입시라는 명패 앞에만 서면 모든 철학과 신념과 가치관에 일대 혼란을 가져옵니다.
우리의 대학입시가 가지는 빛과 그림자는 무엇일까요? 지금까지의 대학입시 정책이 우리 교육에 일정부분 기여해 온 점도 있고, 우리 교육 자체를 망가뜨린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대학입시의 빛과 그림자라는 주제로 우리 대학입시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가를 살펴보았습니다.
우리의 대학입시 역사에서 '변곡점'이라고 할 만한 사례들도 정리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대학입시의 그늘에 대해서도 살펴보았습니다. 지금의 대학입시가 가진 구조나 환경 등을 점검하고 대학입시에서 지켜져야 할 정도와 변칙을 토대로 우리의 대학입시가 가야 할 방향 등을 최종적으로 점검해보고자 합니다.
대학입시의 6가지 특징
대학입시는 초·중·고 12년간 교육받은 결과를 평가하는 것인지, 인재를 뽑기 위한 선발 평가인지 상관없이 우리 교육을 뒤흔들어왔습니다. 고등교육을 뒤흔드는 대학입시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며, 아파트 층간 소음처럼 위층에 사는 대학이 아래층 고등학교에 부리는 행패 같기도 합니다. 대학교와 고등학교 간에 형성된 '갑을문화'가 아닌가 심히 우려됩니다.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우리의 대학입시는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 특징은 자주 바뀌어 왔다는 것입니다. 통계에 의하면 평균 3년에 한 번꼴로 우리의 대학입시제도는 변해왔어요. 해방 이후 대학입시제도는 시험점수 위주의 평가체제로서 기본적인 전형자료를 만들어내는 고등학교 내신, 학생 선발 주체인 대학에서의 대학별 고사, 공교육 제도 운영의 주체로서 국가 관리시험으로 구성된 각 시험의 성적과 비중이 변화되는 가운데 지금까지 16차례 수정 보완과정을 거쳐왔습니다.
문제는 최근의 대학입시 행태입니다. 2000년대 이후로는 거의 매년 바뀌다시피 해왔다는 것인데요. 2000년대 들어서면서 대학입시에서 특별전형이니 수시모집이니, 그 방법이 다양화되면서 대학별로 입시요강이 천차만별입니다. 그에 따라 수험생이나 교사들이 느끼는 체감 변화 속도나 입시 난도는 매우 높아졌습니다.
지난 문민정부 이래 모든 대통령이 교육대통령을 표방하면서 교육입국을 강조하였습니다. 집권한 정부는 자신들의 교육관에 따라 교육에서 가장 문제가 많은 대학입시에 칼을 댔고, 이것이 지속적으로 대학입시가 바뀌어 온 하나의 이유이기도 합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 특히 그 관심은 대학입시제도에 쏠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5.31 교육개혁, 2002 대입제도 개선안, 2008 대입제도 개선안 등 역대 정권이 개혁정책을 쏟아낼 때마다 고등학교 교육은 출렁거렸습니다. 대학입시가 자주 바뀌다 보니 이참에 대학입시를 법으로 묶어 놓는 건 어떨지도 생각해봅니다. 이번 정부 들어서 국가교육위원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데요, 앞으로 대학입시는 이런 국가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전략적 사고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특징은 국가와 대학 간의 한판 싸움이 우리의 대학입시입니다. 대학입시가 가지는 사회적 무게를 생각해 국가는 공공성의 가치를 강조하는 반면, 대학은 어떻게 하면 국가의 간섭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학생을 선발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자율성의 가치를 강조해 왔습니다. 다시 말해 국가는 대학입시가 최소한 학교 교육 정상화에 걸림돌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공공성의 입장을 견지했으나, 대학은 자기들 스스로 인재를 선발하겠다며 본고사의 부활을 줄기차게 시도해왔습니다.
대학입시의 기본은 대학이 알아서 뽑도록 내버려 두면 되는 것이죠. 그런데도 국가가 자꾸 대학입시에 간섭하는 이유는 대학입시는 온 국민의 관심사일 정도로 사회적 책무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에서 대학입시는 입신출세의 수단이 된 지 오래입니다. 또한 대학의 공고한 서열구조와 세계 최고의 교육열에 따른 명문대 지향의 욕구가 결코 달갑지 않은 앙상블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전 국민이 관련된 국가대사가 공정하게 치러지지 않을 경우 감당하기 힘든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므로, 국가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대학입시에 뛰어들 수밖에 없죠. 결론적으로 국가는 대학에 좋은 일을 해주고 쓴소리만 먹는 구조에 놓인 거죠.
노무현 정부의 방과 후 교육이 실패한 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