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8월 20일 의문사위가 '허원근일병 사망사건'의 재조사 결과를 중간발표하면서 공개한 사건 당시 현장 지도와 고 허일병의 사망 모습을 담은 사진 등 브리핑 자료.
권박효원
M16 소총은 총탄이 오른쪽으로 여섯 번 회전하며 비행하도록(6조 우선식) 설계된 소총이다. 총열을 들여다보면 회전할 수 있도록 홈이 파여 있다. 이렇게 날아간 총탄이 목표물을 맞히면, 제멋대로 회전한다. 사람의 경우 총탄은 인체를 뚫고 들어가 내부 장기를 파괴한다. 총탄이 목표물에 부딪히면서 반발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M16 소총으로 한 발만 맞아도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다. 이렇게 M16 소총의 살상력은 상상 이상이다. 이 같은 M16 소총의 특성은 군대를 다녀온 남성이라면 잘 알 것이다. 지금은 한국 군이 병사들에게 K2소총을 지급하지만 90년대 초반까지 주력 소총은 M16이었다(필자는 훈련소에서 M16으로 훈련했고, K2소총은 자대에서 지급받았다).
M16 특성과 제원을 고려해 볼 때 흉부에 2발, 머리에 1발을 쏴 자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는 재판부 결론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 강 판사와 나머지 보조판사가 군 복무를 했는지 마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재판부 판결은 한 번이라도 M16 소총을 다뤄보았으면 나오기 어려운 결론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2015년 고 허 일병의 자살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고 허 일병의 사인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강 주심판사의 판결이 이 사건을 미궁에 빠지게 한 요인 중 하나라고도 볼 수 있다.
다시 강 부장판사의 페이스북 글로 돌아가 보자. 강 부장판사는 첫 문장에서 "오늘날 한국 사회는 일종의 야만사회가 되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나 강 부장판사의 과거 이력을 보면 이미 한국은 야만사회였던 것 같다. 군 복무 중이던 한 젊은이의 죽음에 대해 법원이 어처구니없는 결론을 내렸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 어처구니없는 판결의 주인공이 바로 강민구 판사였다. 그런 강 판사가 야만사회 운운하다니, 다시 한번 할 말을 잃는다.
강 부장판사는 이런 말로 끝을 맺었다.
"권부의 높은 자리에 있는 모든 분은 자기의 갓끈이 떨어지고 자연인으로 회귀하는 미래의 자기 모습을 부디 사고실험이라도 단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꼭 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되면 적어도 야바위꾼 같은 발언이나 정책을 남발하여 국민 가슴에 대못은 박지 못할 것이다."
쉽사리 공감이 가지 않는다. 높은 법대에 있으면서, '야바위꾼' 같은 판결로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의 마음에 대못을 박은 사람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아서다.
위에 적은 마지막 대목은 강 부장판사 스스로 먼저 곱씹고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갓끈' 떨어지기 전에 고 허원근 일병 유족을 찾아 백배사죄하기 바란다. 그게 고위 공직자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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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현 세태 비판한 강민구 판사, 스스로 먼저 돌아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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