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유성호
분양시장이 과열을 넘어 폭발 직전이다. 지난 13일부터 시작한 수색·증산뉴타운 DMC 자이 3개 단지 일반분양 745가구 모집에 6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신청해 82.5: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18일부터 청약접수를 받은 DMC SK뷰 아이파크 포레는 일반분양 110가구 모집에 3만7430명이 청약해 경쟁률 340.3대 1을 기록했다. 이는 2016년 10월 서초구 아크로리버뷰의 경쟁률 306.6대 1을 넘어 역대 최고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6월11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청약경쟁률은 99.3대 1을 기록해 집계가 시작된 2000년 이후 가장 높았다.
뜨거워진 청약시장의 열기를 반영하듯 지난 7월 말 기준 서울 지역 주택청약 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605만 명을 넘어섰다. 서울시민 970만여 명 중 19세 미만 미성년자와 60세 이상 고령층을 제외한 모든 서울시민이 청약저축에 가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약시장의 이상 과열
분양시장이 왜 이렇게 뜨거워진 것일까? 국민들 대다수가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는 가운데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신축아파트 분양가를 누르고 있어서다. 청약에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발생한다. 신축아파트들은 분양가상한제 및 주택도시보증공사 분양보증심사를 통해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어 주변 시세에 비해 대폭 낮은 수준으로 분양가격이 책정되고 있다. 신축아파트 일반분양 물량은 해당 지역 전체 주택 재고량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라 저렴하게 분양돼도 해당 아파트의 가격은 금세 시세 수준으로 올라간다.
현재 수색·증산뉴타운 DMC 자이 3개 단지, SK뷰 아이파크 포레는 3.3㎡당 평균 1992만원으로 전용 84㎡의 분양가는 7억 안팎이다. DMC 자이 및 SK뷰 옆에 접해 있는 DMC 롯데캐슬 더퍼스트(전용 84㎡)는 현재 12억 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어 청약 당첨만 되면 최소 5억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9억 이하 주택이라 중도금 대출까지 가능하니 청약을 넣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지난달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김상국 미래통합당 의원이 로또분양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묻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아파트 분양 시세차익이 생기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적절한 분양가가 형성돼 무주택 실수요자가 적정한 가격으로 구입하고, 그것이 주변 시세에 영향을 미쳐서 시장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고 이것이 정책 목표"라고 답했다.
김 장관의 발언에 담긴 정부의 의도는 높은 신규 분양가가 집값을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이기에 로또분양이 다소 생기더라도 저렴한 분양가를 통해 주변 집값에 영향을 줘서 집값을 잡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신축아파트의 낮은 분양가격이 주변 아파트 시세를 낮춘다는 증거는 없다. 오히려 저렴하게 분양된 신축아파트의 시세가 주변을 따라간다는 증거만 곳곳에 넘치고 있다.
무주택자 자극하는 로또분양
정부가 집값을 안정시키고자 한다면 로또분양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과도한 청약열기가 단기간에 무주택자를 주택매입 수요자로 끌어들이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한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서울에서 주택을 매입한 사람 중 2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16%, 법인이 9%, 1주택자가 이사 및 투자 목적으로 주택을 매입한 비율은 20~30%다. 그렇다면 나머지 40~55%는 무주택자가 매입한 셈이다.
지난 6개월간 집값이 상승한 이유는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투기수요, 실수요를 불문하고 갑자기 너무 많은 사람이 주택매매시장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해, 다주택자와 법인이 집값 상승에 25% 기여했다면, 무주택자들의 급격한 주택수요가 집값이 급등하는 데 절반 정도를 기여했다는 의미다.
집값이 오르고 있다는 뉴스, 로또분양 뉴스를 듣고 있으면 무주택자들은 애가 탄다. 처음에는 청약을 통해 저렴하게 분양을 받아보려는 생각도 하지만 수십, 수백 대 1이 넘는 치열한 경쟁률과 자신의 낮은 청약가점을 확인하면 녹록치 않다. 결국 청약에 당첨되지 못할 경우 맛보는 좌절감과, 더 늦으면 집을 영영 살 수 없다는 두려움들이 결합하여 분양시장을 넘어 기존 재고 주택시장으로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