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학 중심의 교육체계명문대학 중심의 교육체계는 ‘긍정과 부정’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그래픽=윤재은]
윤재은
"국가는 명문대학에 대한 사회적 욕구를 잘 조정하여 경쟁력을 확보하면서도 균형감을 유지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대학의 경쟁력은 대학명칭에 있는 것이 아니고 균형감 있는 교육시스템에 있기 때문이다."
세계대학 랭킹은 2019년 영국 대학 평가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가 발표한 세계 대학 순위를 보면 미국의 MIT가 1위를 차지했고 서울대 37위, 카이스트 41위, 고려대 83위, 포항공대 87위, 성균관대 95위, 연세대 104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대학은 세계 교육경쟁력에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며 약진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력이 명문대학 육성에서 나오는 것임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세계 대학 경쟁력의 순위가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창의적 인재양성의 지표가 될 수는 없다. 따라서 국가는 새롭게 다가오는 미래사회를 위해 경쟁력 기반의 교육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셋째, 주입식 교육에서 창의적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암기식 교육이 하드웨어라면 창의성 교육은 소프트웨어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회장 디터 제체는 "자동차는 이제 기름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로 달린다"고 말한다. GE 디지털 CEO인 빌 루도 "세계의 변화를 인정하고 헤쳐 나갈 전략을 모색하는 기업이 시장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들의 말을 뒷받침하듯 세계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의 인재 채용방식을 바꾸고 있다. 이제 인재의 기준은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서 창의성을 갖춘 사람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따라서 국가의 교육정책도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적 교육으로 정책의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
교육이 산업 기술에 의해 지배되던 시기에는 기술을 주입하는 것이 중요한 교육 방법이었다. 하지만 주입식 교육은 창의성을 요구하는 현대사회의 교육시스템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인간의 교육 척도가 되는 지식은 AI와 빅 데이터가 대신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인재의 개념이 바뀌고 경쟁의 방식과 대상도 바뀌어 가고 있다. 경쟁 사회에서 경쟁의 방식이 바뀌면 그것을 준비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따라서 미래 교육시스템은 기존 교육체계의 방식에서 벗어나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실천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창의적 사고가 미래 교육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넷째, 포괄적 지식체계에서 전문화된 지식체계로 바뀌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국가 경쟁력은 인구와 땅의 크기에 대한 물리적 영역을 넘어 얼마만큼 전문화된 교육체계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그동안 교육은 다양성의 측면에서 많은 부분을 학습해야 하는 '포괄적 지식체계'의 교육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세계는 빠르게 다변화되면서 '전문적 지식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독일의 전문적 교육 방식을 받아들여 LF(Learning Factory) 교육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는 대학이 있다. 고용노동부 산하에 있는 한국폴리텍대학의 교육시스템이 그것이다. 직업훈련을 주로 한 교육기관을 통합해서 전국적 융합대학으로 만들고 특성화된 교육을 시행하여 우수한 산업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이러한 모델이 특성화의 좋은 예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국립대학이 나아가야 할 좋은 모범 사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다섯째, 수도권에 편중된 대학을 균형 있게 분산시켜야 한다.
대한민국의 사회적 문제 중 하나는 편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인구, 경제, 주거, 교통, 산업, 정치, 교육 등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편중되어 있다. 일정 지역을 중심으로 모든 것이 편중되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소외된 지역이 많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현상이 교육체계의 불균형이다.
정부는 대학의 균형발전을 위해서 수도권 중심의 대학구조를 네트워크 구조의 대학체계로 분산시켜야 한다. 세계는 하나의 네트워크로 움직이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이 한 지역에 정주하여 수십 년 혹은 수백 년을 군림하던 시대는 저물어 가고 있다. 이제 교육은 이동성에 의해 변화된 사회에 대비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동성'은 대학 교육의 체계를 바꾸는 새로운 방법이다.
미래사회를 위한 교육시스템의 대전환
첫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교육시스템의 구축.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은 기존 교육체계에서 벗어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교육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다가오는 미래사회는 아날로그 사회를 넘어 소프트웨어 중심의 사회가 도래될 것이다. 이러한 시대 흐름에 발맞춰 세계를 이끌어가는 선두 기업들은 4차 산업 시대에 맞는 전문화된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전 제너럴 일렉트릭의 CEO 제프리 이멜트는 "오늘은 제조 기업 직원으로 잠들지만, 내일은 소프트웨어 기업직원으로 일어나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미래사회는 하드웨어 대신 소프트웨어가 지배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앞으로의 미래사회는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되는 사회로 바뀌어 갈 것이다.
따라서 국가의 교육정책은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며 당면한 문제를 헤쳐 나가기 위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변해가는 '속도의 시대'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교육으로 준비하는 국가만이 세계 시장에서 강자가 될 수 있다.
둘째, 기존 교육체계에서 창의적 교육체계로의 대전환.
현대사회에 있어 창의성은 교육을 넘어 경제 분야까지 영향을 미친다. 과거는 기술적 요소가 생산을 통해 경제를 움직였다면, 현대사회는 창의성을 통해 새로운 경제 질서를 만들어 낸다.
창의성을 바탕으로 설립된 기업은 업무환경 변화를 이끌며 세계적 기업으로 경제를 이끌어 가고 있다. 2017년 세계 기업가치 시가 총액 순위를 보면 1위 애플(약 1,015조원), 2위 알파벳( 약823조원), 3위 마이크로 소프트 (734조원), 4위 아마존 (615조원), 5위 페이스북 (588조원)으로 나타난다.
위의 기업들을 보면 과거 물리적 생산기반의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들 기업 대부분은 컴퓨터, 디지털, 인터넷, 물류에 기반을 둔 기업들이다. 이들은 정보산업의 네트워크 시스템을 통해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하였다. 따라서 우리도 세계적 기업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교육시스템을 창의적 교육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기존 교육체계에 대한 반성으로 설립된 프랑스의 '에꼴 42'는 창의적 교육의 모범 사례 중 하나이다. 에꼴 42(Ecole42) 교장 니콜라 사디락(Nicolas Sadirac)은 "교육이 지식을 가르치는 체계는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하며 창의성을 강조하고 있다.
에꼴 42에는 '교수, 수업이 없고 오직 스스로 학습만이 존재'한다. 그들의 교육은 팀워크로 공동체형 인재양성을 목표로 하며, 기술자가 아닌 예술가의 양성에 교육목표를 둔다. 기존 교육체계에서 정해진 길을 가야만 하는 학생들에게 창조의 기회는 없다. 창의성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교류하며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이것이 미래의 교육 방식이다.
"미래의 교육은 교수와 학생의 관계에서 벗어나 일정한 방향을 잡아주고 고민하는 협력자의 관계로 변화할 것이다."
지식에 대한 문제는 컴퓨터를 통해 인터넷으로 찾으면 된다. 교육의 주체는 학생 스스로가 되며 숨어있는 잠재력을 찾는 것은 학생 자신이다. 이러한 창의성 기반의 교육으로 에꼴 42의 취업률은 구글, IBM, 아마존, 페이스북, 에어버스, 테슬라 등에서 100%에 도달하고 있다. 우리의 교육정책도 위와 같이 자율적이며 창의성에 기반을 둔 교육시스템으로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
셋째, 학생이 움직이는 교육에서, 교수가 움직이는 교육시스템으로의 전환.
산업사회 이후 지식교육이 중심이 된 사회에서의 교육은, 물리적 공간에 학생들이 모이는 구조였다. 하지만 디지털 사회가 되면서 물리적 거리는 의미를 상실해 가고 있다. 이제 교육과 정보는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미래사회는 학교라는 물리적 경계는 사라지고 소통과 이동이라는 개념이 강조된다. 미래의 학생들은 어느 학교에 입학하고 졸업했는지는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학생들 자신이 어떤 분야를 공부하고 연구했는지가 중요한 사회적 기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