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 부지부장 김태현
박혜리
- 자기소개 먼저 간단하게 부탁드릴게요.
"대학원생 노동조합 부지부장 김태현이라고 합니다. 대학원생 노조 초창기부터 집행부로서 참여해서 지금 3년차 활동하고 있습니다. 음식문화 연구를 겸하면서 대학원생노조 활동도 같이 겸하고 있습니다."
- 대학원생 노조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2017년에 동국대학교에서 대학원생 조교에 대한 임금 미지급을 이유로 고용노동부에 총장을 고발한 일이 있었어요. 10년간 대학원생 조교들에게 '장학금' 명목으로 보수를 지급하면서 임금 인상, 퇴직금, 4대 보험, 각종 수당 지급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게 근로기준법 위반에 걸려서 기소의견 송치로 검찰에 넘어갔거든요.
당연히 대학원생들의 승소가 유력해지니 학교에서는 더 이상 대학원생을 조교로 쓰지않겠다고 하더라고요. 이 소송은 대학원생 조교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표적인 사례로, 고용노동부에서도 학생 조교의 노동자성을 인정했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수당과 퇴직금을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것을 넘어 더 이상 장학금이라는 명목으로 조교를 사용할 수 없어요.
행정 업무를 맡고 있는 대학원생이 워낙 많아서 학교에서 호언장담한 것처럼 곧바로 전부 해고하지는 못했지만 점차적으로 자리를 통폐합하거나 지원자격에서 대학원생을 배제하는 식으로 가더라고요.
동국대학교를 시작으로 전국 대학들에서 조교들을 대량 해고하려는 움직임들이 포착됐어요. 소송을 시작한 다음 대 총학생회에서도 일을 했는데, 솔직히 이 때 더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해서 동국대 조교들의 해고를 더 막아내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죄책감을 조금 갖고 있어요. 이런 일들이 계속 발생하는 게 안타까웠고 더이상은 눈 뜨고 당하고 싶지 않아서, 다같이 힘을 모아서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마음으로 대학원생 노조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 지금 대학원생 노조에는 얼마나 많은 대학원생들이 참여하고 있나요?
"전국에서 많은 대학원생들이 결합하면서 각 대학별로는 분회가, 지역별로는 지회가 만들어지고 있어요. 이공계, 인문계 어느 쪽이든 가리지 않고 많이 들어오는 편입니다. 인원수는 대외비지만 결코 적지는 않습니다.(웃음)
노조 후원회원으로 함께 해 주시는 교수님들도 많지만, 가입을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해당 제자를 꺼림직하게 보는 교수들이 많아서 조합원들의 가입 정보는 어떤 형태로든 비밀로 유지하는 편이예요.
지금 같은 구조의 대학에서 대학원생들은 학업이나 연구, 졸업, 임용의 결정권이 지도교수에게 거의 달려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압력이나 착취를 받기 쉬운 위치에 놓여 있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조합원 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분회가 있는 대학의 가입자 수는 증가 폭이 훨씬 높더라고요.
대학원생 노조에 가입한다는 것은 대학원 사회를 대학원생 당사자가 직접 바꿔보자는 공동의 결의에 참여하는 거잖아요. '노조'라고 해서 무조건 총대를 매고 모든 교수와 싸우겠다는 게 아닌데 초창기에는 많은 대학원생들이 가입하기 부담스러워 했던 것 같아요. 아직은 '대학원에 왔으면 대학원생노조에 가입해야지'라는 인식이 뿌리내리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부담 없이 가입하는 대학원생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서 든든합니다."
- 대학원생노조 뿐만 아니라 나침반 활동도 하고 계시는데요, 나침반 활동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올해 대학원생 노조 부지부장을 맡으면서 조합 외부의 연대활동을 담당하게 되었는데요, 처음에 노학연대 기획팀에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우리 대학원생 노조가 꼭 결합해서 계속 연대를 유지해가야 될 만한 사업이라고 생각을 해서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흔히 학생과 노동자를 구분해서 서로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대학원생은 그 두 정체성이 한 몸에 같이 공존하는 게 뚜렷하게 보이는 대표적인 학적이잖아요. 노-학의 연대를 고민할 때 이야기할 것들이 많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학부, 대학원, 시설/경비 노동자, 강사, 교수 각각의 단위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서로 화력을 지원하는 연대 체계를 단단하게 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습니다.
학부 석사까지 동국대 출신이었는데 학부 때 동국대학교에서 노학연대 활동을 했어요. 동국대에서 청소, 경비노동자들과 학생들의 연대가 끈끈하기도 했고 투쟁이나 사건들이 많이 있었거든요. 그 때는 학교 안에서만 노학연대를 경험했는데 이렇게 노학연대가 학교 밖으로 뻗어 나가 여러 학교의 노학연대 단위들이 같이 연합해서 하나의 연대 세력을 구축하고 하나의 큰 전선을 만들어 냈다는 점이 저는 굉장히 좋았어요.
연대라는 건 권력의 투쟁 과정에서 전선을 넓힐 수 있는, 같이 활동할 수 있는 세력의 저변을 늘려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대학 안에서 학생들은 점점 목소리를 낼 기회를 잃거나 의사결정 구조에서 배제되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노동자에 대한 탄압은 이루 말할 수 없고요.
그런 상황에서 연대가 확장되고 전선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이 커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봐도 좋은 일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대학원생들도 대학원생 집단만으로 권리를 쟁취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대학 안의 학부생들이나 청소경비노동자들, 강사들 같이 연대할 수 있는 다양한 세력을 찾아내서 연대를 키워 나가야죠. 나침반이 그 시작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굉장히 좋았어요."
- 태현님의 노학연대 활동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저는 2013년 정도에 노학연대 활동을 처음 접했는데요, 그때도 활동하는 사람들은 소수였는데 학내 분위기 자체는 지금에 비해 나쁘지 않았어요. 노동자들이 파업을 해서 학교에 악취가 진동을 하는데도 노동자들을 욕하고 원망하는 반응을 본 기억이 거의 없네요.
그때 노학연대 활동했을 때는 청소 경비노동자 분들과 함께 워크숍도 가고, 식사도 하고, 노동해방 선봉대라고 희망버스에 결합해서 함께 활동하기도 했었는데 거기에서 같이 춤도 연습하고 그랬어요. 그 때는 전선이 되게 크게 형성이 되어있었고 그만큼 사건도, 투쟁도 많았던 것 같아요.
청소경비 시설 쪽 말고도 생활협동조합 분들과도 함께 투쟁하기도 했는데요. 생활협동조합의 임대매장을 학교에서 직영으로 운영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해 '생협 현 사태를 우려하는 학생조합원 일동'이라는 임시대응팀을 구성해서 함께 연대하기도 했었어요.
그리고 2015년도에는 조계종의 총장선거 개입을 규탄하고 총장 퇴진을 요구하면서 대학원 총학생회장이 조명탑에 올라간 일이 있었어요. 그 시기에 마침 청소노동자들도 투쟁을 계속 하고 있어서 본관에서는 노동자들이, 조명탑에서는 학생들이 투쟁을 했었죠. 그때 노동자분들이 본관에서 집회를 하고 나시면 항상 조명탑 앞으로 와서 학생들 응원하고, 투쟁가 불러 주시고, 집회도 함께 하면서 연대투쟁을 해주셨어요.
그런 걸 보면서 한 투쟁, 한 투쟁이 결합되면 힘의 규모가 얼마나 커지는지 많이 느꼈어요. 이렇게 연대가 굳건하다 보니 학교가 쉽게 탄압을 못하더라고요. 학교가 투쟁을 탄압할 음모를 준비하면 학생들, 노동자들 어느 한 쪽으로 정보가 새어 나가서 모두에게 공유가 되고 공동으로 대응해서 막아내고 그러다 보니 학교가 노동자들과 학생들을 상대하기가 힘들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