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희생자의 유족들이 10월 23일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에서 '재심사건' 공판을 한 뒤, 이명춘 변호사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윤성효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 여부가 쟁점이다. 검사는 "종전 (재심)사건에서 여러 차례 문서촉탁신청을 했지만 국가기록원, 국방부 등에서 자료를 받지 못했다"며 "다시 구체적 사실을 알 수 있는 기록을 요청하고, 증인 신청까지 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사는 "사건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이다", "재판 지연의 목적이 아니다", "불법 체포․감금을 입증할 수 없다", "진실화해위 결과만 볼 게 아니라 어떤 증언이 있었는지 모르니 확인을 해봐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임재인 변호사는 "앞서 사건에서도 증거자료 신청을 했지만 의미있는 자료가 없었고, 사건신청인들이 연세가 많으시다", "민사소송에서도 국가 차원의 '진실화해위' 자료에 근거했다", "진실화해위 조사에서는 불법 체포․감금이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고 했다.
류기인 재판장은 "새 증거 조사가 어렵다. 특성상 오래된 사건이다. 사실관계는 진실화해위에서 밝혀진 게 있다"며 "검찰의 증거조사 신청은 이해하나, 동일 사건에서 앞서 선고한 사례가 있다"고 했다.
공판검사는 "증거 신청서와 의견서를 서면으로 제출하겠다"고 했다. 이에 류 재판장은 "검찰의 신청에서 의미가 있다 싶으면 기일을 진행할 것이나 그렇지 않다면 마무리할 수 있다"고 했다.
먼저 재판 도중에 류 재판장은 "11월 20일 선고하겠다"고 했다가 공판검사가 "한번 더 공판 기일을 열자"고 해서 받아들여졌다. 류 재판장은 11월 6일 속행하겠다고 했다.
이명춘 변호사는 "국가기록원과 국방부, 계룡대의 자료는 이미 진실화해위 보고서에 다 나와 있고 다른 자료가 없다"며 "희생자들은 억울하게 끌려가 그냥 학살을 당한 것이다. 결심을 해달라.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했다.
류기인 재판장은 "종합해서 보겠다. 항고와 재항고를 거쳐 결정이 나서 진행한 사건도 있다"며 "검찰의 증거 신청이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면 2주 뒤에 결심할 수 있다"고 했다.
심리가 끝난 뒤 이명춘 변호사는 유족들을 만나 "검찰의 무죄 구형을 기대했지만 되지 않았다. 검사가 서면으로 의견서를 내겠다고 했는데, 법정에서 '무죄 구형'이 부담으로 여겨졌던 것 같다"며 "하는 수 없이 한 번 더 공판을 열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부는 지난 2월 14일 노치수 회장의 부친을 포함한 5명에 대한 국방경비법 위반 재심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고, 앞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무죄 구형'한 바 있다.
이날 법정에 나온 경남유족회 심아무개(71)씨는 "29살이던 아버지께서는 전쟁이 나면서 국방경비법 위반으로 군법재판에 회부되었지만 당시 변호사도 없었다"며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했다.
또 송아무개(80)씨는 "34살이던 아버지께서 군사재판을 받고 총살을 당했다. 어머니께서는 아버지 시신이라도 찾기 위해 당시 집단학살이 있었던 진주 등 곳곳을 찾아다녔고, 일본산 혁띠를 차고 있어 많은 시신 속에서 그 혁띠만 찾으려고 했지만 못 찾았다고 한다"고 했다.
송씨는 "어머니는 청상과부로 사시다가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진 진실화해위 결정이 나오기 1년 전에 돌아가셨다. 한 해만 더 사셨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진실화해위 결정이 난 뒤 무덤에 가서 보고를 드렸다. 이번에 빨리 무죄가 선고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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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7년만에 열린 민간인학살 재심사건, 또 기다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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