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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이남 대학은 물러설 곳이 없다

[정상호 교수의 시대 세대 공감 ⑤] 대학개혁의 해법은?... 교육부의 시간

등록 2020.11.03 07:04수정 2020.11.03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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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6월, 서울시 강남구의 한 학교에서 대학입시 전략설명회가 열렸을 당시 모습. 학부모 등 참석자들이 관계자들과 입시상담을 하고 있다.
2017년 6월, 서울시 강남구의 한 학교에서 대학입시 전략설명회가 열렸을 당시 모습. 학부모 등 참석자들이 관계자들과 입시상담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대입 정원 문제의 해결 방식은 두 가지가 있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시장원리에 따라 학부모와 수험생의 선택에 전적으로 맡기는 방법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이미 1만5000명의 대입 지원자가 모집 정원보다 부족한데, 2024년에는 격차가 무려 12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 방식은 자율정원 감축을 내세운 교육부의 입장과 맥락을 같이하며 대학(생)의 감축을 바라는 다수 국민의 정서와도 맞닿아 있다. 지방대 기피와 인-서울(In Seoul)을 바라는 학부모와 수험생들의 욕구와도 일치한다는 점에서 가장 현실성이 큰 그림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시장주의 처방은 중대한 결함을 안고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면, 불과 5년 뒤엔 12만 명의 결원을 도맡을 전문대-지방 사립대-지방 국립대의 부실과 붕괴가 순차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대학의 붕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 대학이 있는 지방 도시의 위기로 확대될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역대 정부의 분권과 균형 발전 정책의 궁극적 실패를 뜻한다.

사회적 협약과 각자도생 전략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사진은 지난 10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부 등 종합감사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사진은 지난 10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부 등 종합감사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공동취재사진

필자가 제안하고 싶은 새로운 방법은 사회적 협약(social pacts)을 통한 수도권과 지방, 국립과 사립대학의 상생 방안이다.

먼저, 사회적 협약은 참여자들의 공동 협의의 과정 및 절차를 강조하는 사회적 협의나 사회적 자문과 달리, 사회적 대화를 통해 도출된 제도화된 수준의 명시적 동의 또는 합의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IMF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사·정이 참여했던 노·사·정 대타협에서 출발해 최근에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고용유지 협력과 사회안전망 확충 방안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노·사·정 협약(2020.7.28)으로 이어지고 있다(관련 기사 : 코로나19 노·사·정 협약 체결...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

사회적 협약을 통한 정원 조정은 단순히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보다는 고등교육 개편의 권한을 갖는 교육부가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육부는 '고등교육 개혁위원회(가칭)'를 구성해 주요 참여자들이 2024년까지의 단계별 감축 인원을 자율적 합의를 통해 도출할 수 있도록 주어진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고등교육 개혁위원회(가칭)'에는 수도권과 지방의 전문대·사립대·국립대를 대표하고 있는 단체(가령 총장협의회와 교수협의회)들이 참여해 상생과 공존의 원리에 따라 각각의 합당한 감축 규모를 약속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는 합법적인 행정적·재정적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 당연히 재단 비리가 심각한 부패 대학이나 방만 경영을 일삼는 부실한 대학은 감축이 아니라 퇴출·폐교돼야 한다. 


또한, 교육부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공영형 사립대' 계획은 시범 사업(상지대·조선대·평택대) 결과를 하루빨리 분석해 희망하는 지방 사립대학으로 확장해야 한다. 한편, 거점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공동 입시와 공동 학위를 통해 대학 서열화를 타파하겠다는 '국립대 네트워크'는 중장기 계획으로 미루는 것이 솔직하다.

기로에 선 대학들


시장주의와 사회적 협약 말고 사실 또 다른 방식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박근혜 정부가 시도했던 정부평가중심의 구조 개혁이다. 당시 교육부는 기간(2014∼2022)을 3주기로 나누어 주기마다 모든 대학을 평가하고, 권역별로 평가등급에 따라 최우수 등급을 받은 대학을 제외한 모든 대학에 대해 차등적으로 정원 감축을 단행했다. 

당시의 발표가 놀라웠던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채 10년도 안 되는 기간에 무려 당시 입학정원의 28.5%에 해당하는 16만 명을 줄이겠다는 감축의 방대한 규모였고, 다른 하나는 평가의 결과가 국가장학금은 물론이고 정부의 재정지원사업과 긴밀히 연관돼 있어 그 어떤 대학도 거스를 수 없다는 점이었다.

교육부의 시퍼런 서슬과 재정지원이라는 당근 앞에서 대학은 앞다퉈 비인기 학과의 폐과와 통합을 단행했고, 1주기 감축 인원은 그 목표(4만)를 넘어 4만4000명이나 됐다(실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보건계열과 야간정원 등을 포함하면 실제 감축은 5만6000명에 달한다). 그렇지만 '자율'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서 2주기 감축 정원은 4305명(-0.9%)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정부(1주기)는 교육부 “2주기 대학구조개혁 기본계획 발표”(2017.3.9.) 보도 자료를, 문재인정부(2주기)는 <대구교육신문>(http://www.edudaegu.co.kr/2020.7.27)에서 인용함.
박근혜정부(1주기)는 교육부 “2주기 대학구조개혁 기본계획 발표”(2017.3.9.) 보도 자료를, 문재인정부(2주기)는 <대구교육신문>(http://www.edudaegu.co.kr/2020.7.27)에서 인용함. 교육부

돌이켜보면 당시는 모든 대학이 폐과와 통합, 평가에 매달려 교육부 눈치 보기에 바빴던 암울한 시간이었다.

대학은 다시 기로에 서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극심한 양극화를 초래할 인-서울 전략을 취할 것인지, 아니면 교육부의 줄 세우기 평가에 목숨을 걸면서 권역별로 각자도생 전략을 추구할 것인지, 아니면 학령인구의 추이를 반영한 자율적인 감축을 합의하고 이행하는 사회적 협약을 맺어 공생할 것인지를 선택할 시간이 왔다.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이끌어 이러한 고차 방정식의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바로 정부가 열심히 홍보하고 있는 '혁신적 포용 국가'의 역할이자 '한국형 뉴딜'이다.

영남이든 호남이든 중부 이남의 대학들은 더는 물러설 곳도, 기회도 없다. 다시 교육부의 시간이 왔다.

[관련 기사]
이미 시작된 지방 탈출... 지방대의 '예고된 미래' http://omn.kr/1q0ny
덧붙이는 글 이 칼럼을 쓴 정상호씨는 서원대 사회교육과 교수로 현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학개혁 #사회적 협약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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