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사진은 지난 10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부 등 종합감사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공동취재사진
필자가 제안하고 싶은 새로운 방법은 사회적 협약(social pacts)을 통한 수도권과 지방, 국립과 사립대학의 상생 방안이다.
먼저, 사회적 협약은 참여자들의 공동 협의의 과정 및 절차를 강조하는 사회적 협의나 사회적 자문과 달리, 사회적 대화를 통해 도출된 제도화된 수준의 명시적 동의 또는 합의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IMF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사·정이 참여했던 노·사·정 대타협에서 출발해 최근에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고용유지 협력과 사회안전망 확충 방안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노·사·정 협약(2020.7.28)으로 이어지고 있다(관련 기사 :
코로나19 노·사·정 협약 체결...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
사회적 협약을 통한 정원 조정은 단순히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보다는 고등교육 개편의 권한을 갖는 교육부가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육부는 '고등교육 개혁위원회(가칭)'를 구성해 주요 참여자들이 2024년까지의 단계별 감축 인원을 자율적 합의를 통해 도출할 수 있도록 주어진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고등교육 개혁위원회(가칭)'에는 수도권과 지방의 전문대·사립대·국립대를 대표하고 있는 단체(가령 총장협의회와 교수협의회)들이 참여해 상생과 공존의 원리에 따라 각각의 합당한 감축 규모를 약속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는 합법적인 행정적·재정적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 당연히 재단 비리가 심각한 부패 대학이나 방만 경영을 일삼는 부실한 대학은 감축이 아니라 퇴출·폐교돼야 한다.
또한, 교육부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공영형 사립대' 계획은 시범 사업(상지대·조선대·평택대) 결과를 하루빨리 분석해 희망하는 지방 사립대학으로 확장해야 한다. 한편, 거점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공동 입시와 공동 학위를 통해 대학 서열화를 타파하겠다는 '국립대 네트워크'는 중장기 계획으로 미루는 것이 솔직하다.
기로에 선 대학들
시장주의와 사회적 협약 말고 사실 또 다른 방식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박근혜 정부가 시도했던 정부평가중심의 구조 개혁이다. 당시 교육부는 기간(2014∼2022)을 3주기로 나누어 주기마다 모든 대학을 평가하고, 권역별로 평가등급에 따라 최우수 등급을 받은 대학을 제외한 모든 대학에 대해 차등적으로 정원 감축을 단행했다.
당시의 발표가 놀라웠던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채 10년도 안 되는 기간에 무려 당시 입학정원의 28.5%에 해당하는 16만 명을 줄이겠다는 감축의 방대한 규모였고, 다른 하나는 평가의 결과가 국가장학금은 물론이고 정부의 재정지원사업과 긴밀히 연관돼 있어 그 어떤 대학도 거스를 수 없다는 점이었다.
교육부의 시퍼런 서슬과 재정지원이라는 당근 앞에서 대학은 앞다퉈 비인기 학과의 폐과와 통합을 단행했고, 1주기 감축 인원은 그 목표(4만)를 넘어 4만4000명이나 됐다(실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보건계열과 야간정원 등을 포함하면 실제 감축은 5만6000명에 달한다). 그렇지만 '자율'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서 2주기 감축 정원은 4305명(-0.9%)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