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70년 기억 사진전-RESTRICTED 허락되지 않은 기억’ 4층 전시실의 모습.
임재근
4층 전시실은 크게 3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있다. 첫 번째는 '어떤 피란의 여정'이란 제목으로 살기 위해 떠난 사람들에게 국가가 '자유 피란민'이라 불렀던 이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그들이 만난 '자유'의 모습은 과연 어땠을까?"를 물음 속에 길 위에서 만난 것은 생존과 자유가 보장되지 않은 또 다른 전쟁의 현장이었음을 말하고 있다. 또한 어떤 피란의 종착지는 죽음이었다며 피란과 죽음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사진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 섹션은 '폭격'의 민낯을 고발하고 있다. '폭격, 마을과 사람을 겨누다'는 제목으로, 폭격으로 인한 민간인들의 죽음은 '부수적 피해'가 아닌 '학살'임을 들어낸다. 전후방 가리지 않고 한반도 곳곳에 떨어진 폭격지도를 통해 왜 폭격이 '학살'이 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세 번째 섹션은 '국민이 되지 못한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민간인 학살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전시가 주목한 민간인 학살은 대전지역에서 발생했던 두 개의 학살이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6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대전에서는 군인과 경찰들이 형무소 재소자와 보도연맹원 등을 '산내 골령골'로 끌고 가 대규모 학살을 자행했다. 대전을 점령했던 인민군들은 퇴각을 하면서 대전형무소와 그 인근에서 보복학살을 하기도 했다.
5층 전시실은 대공분실 조사실로 사용되었던 방 중 10개를 '어떤 무덤', '남겨진 사람들', '부역자', '위안부', '어떤 폭격', '고지전', '노무자', '반란자', '불러보는 이름' 등의 제목으로 전시실로 만들어 '전쟁을 통하는 10개의 방'을 만들었다. 이중 '어떤 무덤'은 유해발굴과 관련된 진시를 담고 있고, '불러보는 이름'에는 진실화해위원회 보고서에 담긴 2만명 가까운 희생자 명단을 지역별, 시간별로 나눠 정리해 출력해 벽면에 붙였다. '불러보는 이름' 방에는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녹음해보는 특별한 전시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