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겉표지
문학동네
<데미안>은 '싱클레어가 열 살에서 수무 살까지 겪은 내면 체험기, 싱클레어가 데미안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기록'이다. 1919년 출간되어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성장기 때 읽고 충격을 받은 문구가 되살아난다. 고미숙처럼 소리 내어 읽지는 않았지만, 독후감을 쓰기위해 감동받은 문장을 독서노트에 필사하며 입속으로 되새긴다. 수 십 년 전 읽을 때보다 한결 깊숙한 울림이 솟아난다.
"'너 자신만의 길을 가라'는 데미안의 메시지는 1차 세계대전(1914~1918) 직후 젊은이들의 마음에 엄청난 파동을 일으켰다. 그동안 관습과 도덕, 종교가 내세우던 온갖 가르침은 대규모 전쟁을 통해 속에 감춘 모순과 허점을 낱낱이 드러낸 참이었다. 과거의 가르침은 젊은이들에게 삶의 지표가 될 수 없었다." 옮긴이 안인희가 책(2020년 1월 8일 발행, 문학동네) 뒤편에 쓴 해설 글이다.
'데미안 메시지'는 10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아니, 어느 시대, 어느 나라, 누구에든 다 통하는 진리다. '모든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19와 세계대전 중'인 상태다. 전선이 따로 없다. 산속 깊은 골방이나, 대도시 마천루거나 절대 안전한 곳은 없다. 병사도 제한이 없다. 갓난아이, 80이 넘은 노인도 제외되지 않는다. 마스크, 사회적 거리두기가 자기를 지키는 무기가 된 세상이다.
마스크를 쓰라는 새로운 기준을 받아들이지 못한 어느 독일 교수는 정부 방침을 가짜뉴스로 몰아세우고, 이태리에서는 야간통금 반대시위자들이 상점을 약탈하는 야만적(?) 행위까지 벌였다. 핵무기를 쌓아놓고 세계를 좌지우지하던 미국, 러시아도 이 전쟁에선 무력하다. 감염 두려움, 사회적 불안은 개인 스스로 안에서 삭여내고 불태울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새로운 삶의 지표'는 격동기 젊은이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다.
새로운 삶의 지표를 알려주는 길 안내자, '남자나 어린이도 아니고, 늙거나 젊지도 않고, 천살쯤 된, 어딘지 시간을 뛰어넘은 존재', 나의 데미안은 누구인가? "나 자신 안으로 (중략) 검은 거울 위로 그냥 몸을 숙여 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기만 하면 되었다. 그 모습은 이제 완전히 그와 같았다. 내 친구이며 길안내자인 그 사람과." 마지막 문장이다. 싱클레어는 알을 깨고 데미안과 하나가 되었다.
알은 생각의 틀이다. '깨고 태어남'은 깨달음이다. 애벌레가 번데기를 뚫고 나와야 나비가 되듯. 사람은 욕심과 집착으로 지어놓은 번데기 둥지를 사유와 성찰로 끊고 나와야 참다운 자기가 된다. 알을 깨지 못하는 병아리, 번데기에 구멍을 내지 못하는 애벌레는 날지 못한다. 우리는 불안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알, 욕심과 집착의 번데기를 깨고 나왔는가! '온전히 나 자신이 되는 길'을 날마다 날아가고 있나?
데미안 (리커버 특별판) - 출간 100주년 기념 특별판
헤르만 헤세 (지은이), 안인희 (옮긴이),
문학동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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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금 밥값을 하고 있는가'라는 화두를 풀기 위해 <길이 글인가2>를 발간했습니다. 후반부 인생에게 존재의 의미와 자존감을 높여주는 생에 활기를 주는 칼럼입니다.
<글이 길인가 ;2014년>에 이은 두 번째 칼럼집입니다.
기자생활 30년, 광주대학교 겸임교수 16년을 지내고 eBook 만들기와 주역을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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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길 안내자, 나의 '데미안'은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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