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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일본인의 편지 "우익 교과서, 이렇게 퇴출시켰습니다"

[현지 기고] 역사왜곡에 맞서 9년간 싸워온 성과... 한국에 기쁨 전하고 싶습니다

등록 2020.11.06 07:42수정 2020.11.0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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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마모토 현내 3개 현립중학교 공민교과서 부교재(이쿠호샤판,育鵬社)는 독도가 일본땅이라는 일본 외무성 입장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구마모토 현내 3개 현립중학교 공민교과서 부교재(이쿠호샤판,育鵬社)는 독도가 일본땅이라는 일본 외무성 입장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심규상
 
우익 사관으로 한일 역사를 왜곡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일본 출판사 이쿠호샤(育鵬社)의 교과서가 사실상 퇴출 선고를 받았다.

2021학년도(2021년 4월∼2022년 3월)부터 4년간 사용될 일본 공립 중학교 교과서 선정 결과 이쿠호샤 교재의 채택률이 역사 1%, 공민(일반사회) 0.4%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5년의 역사 교과서 6.2 %, 공민교과서 5.7 % 채택률에서 많이 감소한 것이다.

일본 내 대표적 보수지역으로 꼽히는 규슈 구마모토현 일부 공립중학교에서도 그동안 사용해오던 이쿠호샤(育鵬社)판 공민 교과서 부교재를 선정하지 않았다. 해당 부교재는 독도가 일본땅이라는 일본 외무성 입장을 그대로 인용하는 등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교과서넷 구마모토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다나카 노부유키(69)씨는 5일 <오마이뉴스>에 보내온 글을 통해 "기쁨을 전하고 싶다"며 "이러한 성과는 2001년 '새역모'(새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줄임말) 교과서의 등장 이후 전국에서 끈질기게 계속된 시민운동의 힘의 결집에 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내 대표적 보수지역으로 꼽히는 구마모토에서는 지난 1997년부터 구마모토지역 시민단체가 충남지역 시민단체와 자매결연을 하고 역사 왜곡 교과서 문제에 항의해왔다. 지난 2011년 구마모토현 교육위원회가 이쿠호샤(育鵬社)판 공민 교과서를 부교재로 선정해 관내 공립중학교 3곳에 내려보냈다. 그러자 구마모토현 시민단체 회원들은 주민감사 청구에 이어 부교재 위법지출 소송을 제기, 수년 동안 법정 싸움을 벌였다.

다나카 사무국장은 "올해 교과서 선정과정에서도 구마모토현 교육위원회가 교사들을 위한 교과서 전시회 홍보에 소극적이었고 의견서마저 제대로 받지 않았다"며 "교과서넷에서 홈페이지 개설과 전시된 교과서의 스마트폰 촬영을 요구, 관철했다"고 밝혔다.

아래는 다나카 사무국장이 보내온 글을 번역해 요약 발췌한 것이다. (심규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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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판 원문 읽기(日本語版原文読む) http://omn.kr/1qazb


일본 이쿠호샤 역사왜곡 교과서 퇴출하기까지
 
 구마모토 지방재판소가 이쿠호샤(育鵬社)판 공민교과서를 부교재로 선정한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에 대해 기각 결정하자 현지 시민단체인 '교과서넷 구마모토' 회원(다나카 노부유키,田中 信幸)이 '부당판결'이라며 항의하고 있다.
구마모토 지방재판소가 이쿠호샤(育鵬社)판 공민교과서를 부교재로 선정한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에 대해 기각 결정하자 현지 시민단체인 '교과서넷 구마모토' 회원(다나카 노부유키,田中 信幸)이 '부당판결'이라며 항의하고 있다.심규상
 
이쿠호샤(育鵬社) 교과서 채택을 막은 교과서 불채택 운동에 대해 알려드립니다.

올해 일본에선 교과서 채택이 끝났습니다. 전국에서 이쿠호샤 역사, 공민 교과서 불채택이 잇따랐습니다. (채택률이) 역사 1%, 공민 약 0.5 %입니다. 지난 2015년 채택 당시 역사 교과서 6.2%, 공민교과서 5.7% 수준에서 매우 감소했습니다.

교과서 채택 권수가 가장 많았던 요코하마시(2만6800권)을 비롯해 오사카시(1만8500권), 후지사와시(3500권), 마쓰야마(4500권) 등 13지구에서도 역사, 공민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구마모토 현의 경우 역사 왜곡 교과서를 채택한 곳이 없습니다. (그동안 사용해오던 일부) 현립 중학교의 공립 부교재 사용도 금지했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2001년 '새역모' 교과서의 등장 이후 전국에서 끈질기게 계속된 시민운동 힘의 결집에 의한 것으로, 우리는 기쁨을 전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무라야마 시에서 2011년 이쿠호샤 채택 이후 9년 동안 40회 시민 집회를 열었습니다. 집마다 배포한 전단은 모두 15만 장에 이릅니다.

각지에서의 이러한 꾸준한 운동이 전국 네트워크를 통해 공유돼 큰 힘이 됐습니다. 우파 세력은 아베 정권을 후원하고 교육장 등에 기대 '위로부터' 교과서 채택을 강권하는 방식을 취했지만, 현직 교사들이 '이쿠호샤는 사용하기 어렵다'고 함에 따라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구마모토현 교육위원회에 요구해 왔습니다. 

지난 6월 5일, 우리는 구마모토현 교육위원회에 '교과서 전시회에 대한 요구서'를 제출했습니다(교과서 전시회는 학교마다 교과서 채택에 앞서 과목별 교사들이 실물을 본 뒤 관련 의견을 낼 수 있도록 여는 자리다 - 편집자 말). 코로나19 유행으로 간신히 공립학교가 6월 1일부터 문을 열었지만, 교사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지연된 학습을 어떻게 극복할지 문제로 힘겨운 상태였습니다.

때문에 6월 중순부터 계획된 교과서 전시회에 교사들이 참여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때문에 현 교육위원회에 교사들이 전시회에 갈 수 있도록 지도하고, 현 교육위원회 홈페이지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한 전시회 홍보를 요구했습니다.

또한 전시회장에서 교과서를 복사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촬영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 요청에 따라 현 교육위원회는 홈페이지 상단에 있는 정보 코너를 통해 전시회를 소개했습니다. 스마트폰 촬영도 인정했습니다. 다만 복사 요원을 배치할 수 없다며 복사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문제투성이 부교재 논란... 결국 '사용 않겠다' 선언
 
 2019년 11월,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왼쪽)이 다나카 노부유키(田中 信幸, 평화헌법을 살리는 구마모토 현민의회 사무국장)씨에게 감사패를 수여하고 있다.
2019년 11월,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왼쪽)이 다나카 노부유키(田中 信幸, 평화헌법을 살리는 구마모토 현민의회 사무국장)씨에게 감사패를 수여하고 있다.심규상
 
현립 도서관 교과서 전시회를 놓고 논란도 있었습니다. 

6월 중순부터 (지역에서) 교과서 전시회가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구마모토 현립 도서관에서 열린 교과서 전시회의 경우 각 교과서에 대한 평가를 쓰는 의견서 용지도, 의견서를 모으는 상자도 없었습니다. 현립 도서관 직원은 "의견은 직접 현 교육위원회에 전화로 연락하라"고 답변했습니다.

7월 21일, 이 문제를 현 교육위원회 직원에게 제기했더니 '현립 도서관에서 비치된 펜으로 의견서를 쓸 경우 펜을 소독하는 직원을 따로 배치해야 해 의견서를 쓰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곳곳에서 '그럼  각자 필기도구로 쓰겠다'고 항의했습니다. 야마모토 현의회에서는 '현민의 의견 표명권 침해'라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구마모토현·시 교육위원회에 청원했습니다. 

일부 현립 중학교에서는 2012년부터 이큐호사판 공민 교과서 '부교재'를 10년 동안 학생들에게 제공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가 2012년 이후 주민 감사 청구에서 주민 소송을 벌였지만 2014년 대법원에서 상고 기각 판결이 나와 패배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이큐호사판 공민 교과서 '부교재'는 더 문제투성이입니다. 이시카와현의 '어린이 식당' 사진을 싣고 있습니다만, 사진 설명에서는 '한부모 가정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다'고 단정하고 '이를 위해 전국에 어린이 식당이 있다'고 썼습니다.

이 같은 설명은 씩씩하게 사는 전국의 한부모 가정의 마음을 다치게 했습니다. 사진에 찍힌 모자 가족은 교과서 게재와 전시를 즉시 중단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문제투성이의 이큐호사판 공민 교과서를 현립 중학교 학생에 제공하는 것을 중지하도록 요청했습니다.

구마모토시 교육위원회에서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채택 회의가 열렸습니다. 현 교육위원회의 채택 회의를 방청했습니다. 마지막 날에 교육장이 '채택되지 않은 교과서의 부교재는 사용하지 않는다'라며 이큐호사판 공민 교과서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구마모토 #교과서왜곡 #이큐호사 #교과서넷 구마모토 #충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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