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중대본 회의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언제부턴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아래 중대본)가 주말에 발표하는 방역 단계가 그 주의 생활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이번엔 단계가 완화되려나, 더 격상되는 건 아닐까, 신규 확진자 추세를 보고 혼자 단계를 점쳐보기도 한다. 모여앉아 밥을 먹고, 사우나를 가고, 예정된 친구 결혼식과 돌잔치에 가고, 실내운동과 주말 나들이는 괜찮을 지 한 주의 계획을 세우기 위해 중대본 브리핑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던 중 이번 주말 발표한 방역 단계 조정안은 코로나의 '종식'이 아닌 '공존'을 대비한 지속가능한 방역으로의 전환을 담고 있어 더욱 눈여겨보았다. 변화하는 정책은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노력을 담고 있었다. 이것은 코로나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의 고민이기도 하다.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그것은 그 이전의 시대로 돌아가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와 공존하며, 또 다른 지속가능한 삶을 고민하는 것이리라. 정부, 기업, 학교, 방송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에 대한 토론이 활발하다.
코로나19와 시민사회운동
그 고민이 가장 큰 현장 중 하나가 바로 '시민사회영역'이 아닐까 싶다. 내가 일하는 곳도 마찬가지다. '소통'과 '참여'가 가장 중요한 요소인 시민사회 현장에서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방식은 단체의 활동에 큰 제약을 가져다주었다. 이것은 도저히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보이지 않았다. 우리 단체도 가장 먼저 해외 교류 활동과 다수가 모이는 사업이 멈췄다. 여러 사람이 하는 회의는 연기되었고, 회원 행사와 소통에도 어려움이 생겼다. 하지만 혼란 속에서 차차 비대면의 세상이 대안이 되어갔고, 오히려 장소의 한계를 벗어난 원격 프로그램이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사실상 우리 단체는 해외에 파견된 활동가와 정기적인 회의를 진행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온라인 회의가 보편화 되고, 한국에서 열리는 여러 사업이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베트남과 미국, 중국 등을 원격으로 연결할 수 있었다. 지난 9월 16일 우리 재단이 주최한 전쟁 트라우마 관련 웹 토크 <어느 군인의 심장, 전쟁의 흔적>은 원격으로 미국 참전군인의 발표와 여러 국가에 거주하는 참가자의 참여로 이루어졌다. 물론 비대면 방식만으론 회원 확대와 모금 활동에 한계가 있다는 어려움도 존재한다. 코로나 시대, 시민운동은 어떻게 지속 가능해질 수 있는가. '대면'과 '비대면' 사이에서 실험과 탐색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10월 말 온라인으로 진행된 NPO 파트너 페어 국제 콘퍼런스는 코로나 시대에 대한 이러한 시민사회의 고민을 담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몰고 온 전 세계적 위기 앞에 우리의 삶, 인권, 기후 위기와 경제를 돌아보고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조명했다. 그중 가장 관심을 끌었던 세 번째 세션은 '공존을 위한 연결'이라는 큰 주제 아래 이어졌다. '우리는 대면하지 않고도 연결될 수 있을까: 테크놀로지의 가능성과 한계'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전치형 교수(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가 제시한 방향은 새삼스러운 깨달음을 주었다.
"테크놀로지가 대면을 대체할 수는 없다. 다만 그것을 어떤 비율로 사용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삶의 다양한 문제에 있어 모든 것을 비대면으로 처리할 수는 없다. 우리가 핸드폰이 없어서 광장에 모이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연대를 배달할 수는 없다. 광장은 시민이 한자리에 모이는 곳이다. 그렇게 자리를 같이할 때 우리는 무언가를 도모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선택하는 소통의 방식은 고도화된 테크놀로지로만 가능한가.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는 음압병실의 의료 인력은 그들 사이에 놓인 유리에 글씨를 써서 소통한다. 연결을 위한 장치가 반드시 새로운 테크놀로지일 필요는 없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새로운 소통의 방법을 찾아 연결해야 한다."
목적하고자 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한 '대면'과 '비대면'의 비율 그리고 연결을 위한 새로운 소통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제시는 "코로나=비대면"이라는 등식을 무너뜨렸다. 비대면의 기술을 찾는 것, 비대면의 영역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경우에라도 연결하고 만나기 위한 소통의 방법을 찾는 것. 그것이 코로나 시대와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시민사회의 과제임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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