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 축하편지들을 읽자니 마음이 촉촉해졌다.정년. 평균수명이 늘어난 지금, 정년퇴직을 인생의 유효기간이 다한 것으로 여길 수는 없는 입장이다. 새로운 쓸모를 찾아야 하지만 '조금 더 느슨하게', '세월의 제 속도'를 타고 가는 여백은 고려할 예정이다. 직장의 후배들도, 가족들도 나의 퇴직을 축하했다. 그 축하의 의미를 되새겨보았다. 그동안 달려온 시간에 대한 감사이기도 하니 축하할 일이기도 하지만 다시 돌아볼 틈을 주고 살아보지 않은 삶을 살 기회에 대한 축하이기도 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 새로운 삶이 나를 어떤 시험에 들게 할지, 어떤 기쁨과 보람을 줄지 참 궁금하다.
강복자
정년, 이날이 영원히 올 것 같지 않았다.
나는 노동이 세상의 이치를 배우는 방법이고, 살아 있음을 입증하는 존재의 방식이며, 보람을 통해 내 존엄을 지키는 일이라고 여겼다. 내 삶을 가치롭게 만드는 소중한 방법, 이 생각으로 집에서 직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다행인 것은 육신이 대부분의 근로를 견딜 만큼 건강했다.
35년 전쯤 오랫동안 정분을 이어오던 지금의 남편이 결혼을 망설일 때, 그 이유를 물었다. "가정을 꾸릴 만한 돈을 벌 자신이 없다"라고 했다. 나는 그 말에 조금도 망설임 없이 답했었다. "그 이유라면 문제없다. 돈을 버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라고...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노동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생각들 때문이었다.
정년은 내 존재의 가치라고 여긴 것을 '이제 그만 하라'고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다시 곱씹어본다.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정년'. 지금도 이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한다. 나의 정년은 이 직장에서 노동을 양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삶은 계속될 것이고 나는 다른 형태의 노동을 이어갈 것이다.
정년 전과 후의 차이는 단 한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