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물건 구입도 자제... 개개인의 뉴노멀을 기대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한 2020년을 보내며

등록 2020.12.14 08:42수정 2020.12.14 09:48
1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휴대전화 문자 알림음이 울렸다. 발신자는 강물이와 마이산이 다니는 초등학교였다.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 따른 학사운영안내가 그 내용이었다. 12월 14일부터 28일까지의 기간 동안 6학년인 아이들은 12월 16일, 23일, 28일 이렇게 단 3일만 등교한다. 3일 동안의 등교를 하고나면 초등학교 과정은 마무리된다.
 
아이들의 학사일정 내용은 길지만 등교일은 단 3일이었다.
아이들의 학사일정내용은 길지만 등교일은 단 3일이었다.신은경
 
올해(2020년) 봄에 개학이 미뤄질 때 이런 상황까지는 상상도 못했었다. 더운 여름이 되면 바이러스가 소멸될 줄만 알았었다. 나름 청정지역이라고 안심했던 군산(내가 사는 곳)도 3차 대유행은 비껴가지 못했다.


처음이었다. 집 밖에 나가기 위해서 엘리베이터를 타야하고 누군가를 마주치는 일이 공포로 느껴진 것은. 바쁘다는 핑계로 이용하던 인터넷 장보기는 또 다른 의미로 필수적이 되었다. 만남이 꺼려지고 모르는 사람, 불특정 타인이 두려웠다. 택배기사와 배달기사와는 SNS를 이용한 비대면 방식을 사용했다.

쉽지 않은 생활이었지만 새로운 방법으로 일상은 이어졌다. 나는 무엇을 하려다가도 '코로나 때문에 못해'라는 핑계를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러다 돌이켜보니 한 해가 다 지나있었다. 봄에는 처음 겪는 팬데믹에 막연한 두려움을 가졌다. 최악의 상황이 나열된 기사를 보며 걱정만 일삼았다.

'최선의 공격은 방어다'라는 말을 마음에 새기고 일상을 살아가기로 했다. 물론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울 생각은 없었다. 다만 내 일상을 되찾고 싶을 뿐이었다. 코로나19로 겪는 어려움을 글로 썼다. 오마이뉴스에 그 글을 송고하고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기자들의 기사로 힘을 얻었다.

용기를 가지고 다른 시야로 살펴보니 할 수 있는 일들이 보였다. 내 주위를 비롯한 사회는 비대면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학교 수업도, 친구와의 만남도, 일도 비대면으로 가능했다. 처음에는 예전과 비교하며 불평을 늘어놓았던 나도 비대면에 익숙해져갔다.

밖으로 나갈 수 없으니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았다. 그 과정에서 나와 아이들은 시간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24시간을 집안에서 공유하면서 나는 새삼 선생님들의 노고에 감사해했다. 삐걱거리던 톱니가 제 칸을 찾아가면서 나와 아이들의 생활도 맞물린 톱니처럼 잘 굴러갔다.


시간이 많으니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같이 있으니 뭐든 같이 할 수 있었다. 책도 같이 보고 TV도 같이 보면서 나와 아이들은 할 이야기가 더 늘었다. 올해는 5·18 40주년이어서 TV에서 방송하는 기념식을 같이 보았다.

아이들은 그 옛날 투사들의 마음을 공감했고 나는 올바른 전달자가 되어야 한다는 다짐을 했다. 서로가 읽은 책에도 관심을 가지자 분야를 가리지 않게 되었다. 나는 청소년 소설을 더 많이 읽고 아이들은 만화로 보는 민주화 운동을 보며 생각의 폭을 넓혀갔다.


모임도 비대면 방식을 택했다. 내가 하고 있는 책모임과 필사모임도 SNS를 이용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이들은 어른들의 그 활동을 부러워했다. 나는 아이들과 '강물이 마이산과 함께하는 책읽기', '강물이 마이산과 함께하는 필사'라는 이름의 대화방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비대면 독후감대회에서 받은 상 엄마와 아이들이 같이 받은 상이라고 소식을 전해준 도서관 직원이 같이 기뻐해주었다.
비대면 독후감대회에서 받은 상엄마와 아이들이 같이 받은 상이라고 소식을 전해준 도서관 직원이 같이 기뻐해주었다.신은경
 
'동네서점과 군산시립도서관이 함께하는 독후감대회'가 있었다. 이 역시 비대면으로 이루어졌다. 아이들은 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독후감 쓰는 법을 공부했다. 아이들은 온라인 수업을 들었던 경험을 이용해 스마트폰으로 '초등학생 독후감 쓰는 법'이라고 검색했다. 스스로 찾고 선택한 강의로 공부하고 대회에 참가한 아이들은 상까지 받았다. 상품은 지역 서점 상품권이어서 또 다른 독서활동으로 이어졌다.
 
내가 쓴 첫 번째 책 지역서점(군산 한길문고)에 무려 누워있다
내가 쓴 첫 번째 책지역서점(군산 한길문고)에 무려 누워있다신은경
 
햇수로 3년차가 된 글쓰기 모임은 비대면으로도 잘 이루어졌다. 올해 5월 독립출판을 해보자는 제의를 시작으로 글쓰기 회원들은 각자의 집에서 의지를 불태웠다. 모르는 게 많은 일이어서 궁금증은 날로 늘고 용기는 사그라져갔다. 회원 서로서로 그리고 자신에게 용기를 주는 일은 꼭 만나지 않아도 가능했다.

단체 대화방에 질문을 하면 아는 사람이 대답해주고, 자신 없다고 고백하면 격려를 담은 대답이 올라왔다. 글을 쓰다보면 스스로가 대견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대화방에서는 칭찬을 담은 이모티콘과 글이 쏟아진다. 그 결과 우리는 각자의 이름을 담은 책을 완성했고 10월 31일에 출판기념회를 성공리에 치러냈다,

돌아보니 코로나 19가 앗아간 것도 있지만 이길 수 있는 힘도 기를 수 있었다. 불가능한 것도 있고 하면 안 되는 것도 많았다. 그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가능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만남이 자유롭지 못하니 그 만남이 무척이나 소중했다. 만남의 대상을 생각하는 시간도 더 길어졌다. 바이러스에 강해져야 하니 건강도 소중해졌다.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 하게 됐다. 몸이 피곤한 날 배달 음식으로 식사를 대신하려던 나에게, "엄마, 지난번에 배달 올 때 플라스틱 그릇이 많았잖아. 그냥 엄마가 요리하며 안 돼?"라고 묻는 아이들을 위해 반드시 집밥을 해야만 하는 이유도 생겼다.

나는 이렇게 2020년을 살아왔다. 물론 내 생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게 살아온 이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 분들 덕분에 내 생활은 이어졌다. 나와 아이들은 전문가가 아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하기로 했다.

바이러스가 전파된 이유는 서로의 경계를 넘어서였기 때문에 그 경계를 지켜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일회용품 사용도 두 번 이상 고민하고 사용했다. 새 물건을 사면 그만큼이 환경파괴가 이루어지니 물건 구입도 자제한다.

새로운 시야는 다른 곳을 보게 한다. 다른 곳이 익숙해지면 그때쯤엔 정상화가 될까. 시대가 변함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을 의미하는 '뉴노멀(New Normal)'이라는 단어에 나는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라도 새로운 일상을 이어갈 수 있는 '개개인의 뉴노멀'은 기대가 된다.
덧붙이는 글 기자의 브런치 (brunch.co.kr/@sesilia11)에 실립니다.
#코로나19 #한 해 마무리 #비대면 사회 #뉴노멀
댓글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쌍둥이 아들을 키우며 꿈을 이루고 싶은 엄마입니다.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다같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3. 3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4. 4 남편 술주정도 견뎠는데, 집 물려줄 거라 믿었던 시댁의 배신 남편 술주정도 견뎠는데, 집 물려줄 거라 믿었던 시댁의 배신
  5. 5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