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35년째 해고자 김진숙 복직, 쾌유"를 바라는 주최측 추산 400여 대의 '김진숙 희망버스' 차량이 행진을 펼치고 있다.
김보성
"빵빵." 수백여 대의 차량이 응원 경적과 함께 부산 영도를 오가던 19일 오후 3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정문 앞 건물에 대형 펼침막이 내려졌다.
"복직 없이 정년 없다"
35년간 해고자로 지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동료들이 펼침막을 걸자마자 주변에서 카메라 셔터가 터졌다. "복직이 되지 않는다면 정년 또한 없다"는 펼침막의 내용은 이날 '김진숙 쾌유와 복직을 바라는 리멤버 희망버스(김진숙 희망버스)' 행사를 압축하는 가장 상징적인 구호였다. 희망버스 참가자들과 '김진숙의 복직'을 바라는 동료들은 영도 세찬 바람에 펼침막이 날려갈까 더 단단히 노끈을 조여 맸다.
이날 부산 영도에는 전국 각지에서 주최 측 추산 400여 대의 희망차량이 몰려들었다. 조선소 최초의 여성 용접공으로 입사했지만,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해고된 지 35년째. 복직투쟁 180여 일째. 다른 이들의 노동문제에 평생 힘을 쏟았던 김 지도위원이 정년을 앞두고 자신을 위한 싸움에 나서자 이를 응원하는 희망버스가 9년 만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9년 만의 희망버스 '김진숙 복직'으로 다시 시동
오후 1시 30분부터 국립해양박물관과 태종대 진입로 두 곳에 '해고없는 세상 한진중공업 김진숙 복직' 글귀를 단 희망차가 길게 늘어섰다. 과거와 같은 대형버스가 아닌 승합차, 택시, 승용차, 대형 레미콘 등 타고 온 차량이 모두 달랐다. 그러나 이들의 경유지는 영도조선소 정문 희망주유소 앞으로 같았다. 주최 측은 "전국 100여 곳 이상에서 410대의 희망차가 부산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희망차가 영도조선소로 출발하자 곧 유튜브로 생중계가 시작됐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이날 모든 행사는 온라인, 드라이브 스루(차량 탑승) 방식으로 진행됐다. 희망차량들은 생중계 안내를 공유하며 영도조선소와 영도 도로를 여러 번 행진했다.
정홍형 금속노조 부양지부 수석부지부장 등 2명의 사회자가 진행을 맡은 정문 앞 '김진숙 희망버스' 무대에서는 참여자들이 순서에 따라 올라와 마이크를 잡았다. 2011년 1차 희망버스 참가자이기도 한 문정현 신부는 "공장에서 쫓겨난 그 고통과 애끓는 슬픔을 상상할 수 없다"며 "복직은 해고자들이 억울함을 인정받는 일이다. 촛불로 세운 이 정권은 김진숙 동지를 반드시 복직시켜야 한다. 그러면 (암 재발 등) 병도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결자해지"를 강조했다. 김호규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와 한진 자본이 반드시 풀어야 할 사안"이라며 "사측은 매각과 배임을 운운할 것이 아니라 35년 해고를 바로 잡아야 한다. 노동 중심 사회를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도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지도위원이 수술 등 암 투병에 들어가자 대신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한 동료들은 영상 인사로 희망차를 반겼다. 25일째 단식 중인 문철상 금속노조 부양지부장, 심진호 한진중공업 지회장은 "지난 희망버스를 기억한다. 이번에도 함께해 준 분들에게 감사한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들은 "의지가 모이면 반드시 복직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35년간 고통스러웠던 세월을 해결해 김 지도위원이 공장으로 복귀, 진분 없는 깨끗한 식당에서 점심도 먹고 스스로 한진중공업을 걸어나갈 있도록 하자"고 호소했다.